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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기업 입찰제한인가 - 중] SW업계에 몰아친 폭풍, 입찰제한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SW산업진흥법 시행령은 '일정 기준 이상의 대기업은 일정 규모 이하의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말라'는, 이른바 '대기업 입찰제한 제도'가 골자다.

국가기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공 부문 프로젝트만이라도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보장해 줌으로써 중소 SW 업체를 육성하고 대기업 독점의 폐해를 줄여가자는 취지다.

시행령은 우선 기업을 매출에 따라 ▲매출 300억원 이하 ▲300억~1천억원 ▲1천억~2천억원 ▲2천억~8천억원 ▲8천억원 이상 등 5개 기업군으로 나눴다.

이 분류 기준을 기초로 해당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공공 프로젝트의 규모를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입찰 제한 프로젝트의 규모를 얼마로 설정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통부는 2가지 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1안은 매출 8천억원 이상 기업이 10억원 이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이다.

2안은 참여제한 금액이 20억원 이하다.

이와 함께 1억원 이하(1안), 또는 3억원 이하(2안) 프로젝트에는 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공부문 SW사업 참여 제한금액(정보통신부 안)

분류 1안 2안
매출액 8천억원 이상 기업(삼성SDS, LG CNS, 한국IBM, 한국HP) 10억 이하 입찰 제한 20억 이하 입찰 제한
매출액 2천억원~8천억원 기업(현대정보기술, 포스데이타, 한전KDN, 쌍용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 코오롱정보통신, 한국후지쯔, 한국선마이크로시스템즈) 7억 이하 입찰 제한 15억 이하 입찰 제한
매출액 1천억원~2천억원 기업(효성데이타시스템, 신세계I&C, 롯데정보통신, 동양정보통신) 5억 이하 입찰 제한 10억 이하 입찰 제한
매출액 3백억~1천억 기업(한진정보통신, 한화정보통신, 라이거시스템, 대림정보통신, 대상정보기술, NDS, 동부정보기술, 히다찌 등) 1억 이하 입찰 제한 3억 이하 입찰 제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SDS, LGCNS, SKC&C, 한국IBM, 한국HP 등은 10억원 이하(1안) 또는 20억원 이하(2안)의 공공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정보통신부 이상진 소프트웨어진흥과장은 "정부가 이번 시행령을 만든 것은 대기업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를 육성해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기업 입찰제한 제도 외에도)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발주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찰제한 금액과 관련, "중소기업이라도 1억~3억원 짜리 프로젝트 운영 능력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부는 두가지 안 가운에 하나를 최종 확정해 내년 1월26일 시행령을 고시할 계획이다.

입찰 제한 대상 기관

구분 관련 법령 대상기관
국가기관 국가를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적용범위), 예산회계법 제14조(중앙관서의 장과 정의) 행정위원회, 행정 각부 및 부속기관, 특별지방행정기관, 각급법원, 법원행정처,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지방자치단체 지방재정법 제1조(목적), 지방재정법 제63조(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의 준용) 지방자치단체, 특별지방자치단체, 교육행정기관
정부투자기관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 제2조(적용범위) 정부가 납입자본금의 50%이상을 출자한 법인(조폐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석탄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석유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도로공사, 대한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농업기반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광공사 등)
정부출자기관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 등 자산관리공사, 대한매일신보사, 가스공사, 송유관공사, 지역난방공사, 한국감정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등(정부가 납입자본금의 1/2이하를 출자한 국민은행, 대한투자신탁 등 금융기관 등은 제외)
지방공사·공단 지방공기업법 지방자체단체가 50%이상을 출자한 법인(의료원, 도시개발, 지하철, 시설관리공단, 주차관리공단 등)
정부출연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 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및 개별법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심사중재원, 대한체육회, 산업기술시험원, 서울산업진흥재단, 소프트웨어공제조합 등

◆시행령 놓고 업계 '격론'

시행령 안이 나오자마자 SW 업계는 격랑에 휩싸였다.

대기업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중소기업들은 선뜻 나서지는 않지만 소리없는 환호를 보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중견 기업들도 '독점의 횡포를 이제서야 막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정통부는 대기업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업계의 논란이 커지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업계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 의견을 수렴, 공동의 건의문을 정통부에 전달할 예정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그러나 회원사간 의견 차이가 워낙 커 건의문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지난 18일 회의에서 격론 끝에 사업자 분류기준을 ▲매출 300억원 이하 중소기업과 그 이상으로 나누자는 안(대기업 주장) ▲매출 300억원 이하 중소기업과 매출 300억~1천억원(중견기업), 그리고 1천억원 이상 등 3단계로 나누자는 쪽으로 의견을 좁혔다.

정보통신부가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을 5단계로 분류했던 것을 업계에서는 2단계, 또는 3단계로 줄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2단계 구분안과 3단계 구분안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 중견 기업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단일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입찰제한 가격과 관련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실무자 회의 결과안

1안(대형SI 업체 의견 중심) 2안(중견·중소 대체적인 의견)
매출액 기준 300억원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분류함.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에 근거한 법적기준이 명확함 매출액 300억원 미만, 매출액 300억원~1천억원, 1천억원 이상으로 분류함.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한 기준과 일정 규모를 갖춘 전문업체의 경쟁력 지원를 위한 현실 여건이 고려하면 타당.300억이상 1천억원 미만 범위에 있는 업체들이 그룹계열이 아닌 전문업체로 성장한 업체로 판단돼 제안함.

◆"문제있다"...대기업 반발

대기업들은 입찰제한 제도 자체가 못마땅하다. 지난 6일 공청회에도 불참을 선언했다가 마지 못해 참석했을 정도다.

'정부가 규제 정책에만 눈을 돌리고 있으며 현실성도 없는 정책'이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입찰제한이란 규제보다 중소기업에 혜택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SI발전협의회 관계자는 "계약서에 들어가는 공동수급협정서에 나와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발주처에서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해서 전문 소프트웨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게 오히려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 SW업체 육성'이라는 시행령의 기본 취지가 거부하기 힘든 명분인지라, 전면적인 반대 입장보다는 '중소기업에 국한하자'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대신,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라면 이에 집중하기 위해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 기준인 연매출 30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서만 입찰참여를 보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굳이 시행해야 한다면 중소기업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중견기업들에까지 특혜가 돌아가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통부의 300억원 미만(중소기업), 300억~1천억원, 1천억~2천억원, 2천억~8천억원, 8천억원 이상(대기업) 분류 기준은 물론 중견기업들이 주장하는 300억원 미만, 300억원 이상 1천억원 미만, 1천억원 이상의 3단계 구분안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순하게 '300억원 미만은 중소기업, 300억원 이상은 대기업'으로 구분하자는 얘기다.

대기업들은 "300억~1천억원대 기업들이라고 해도 이들은 사실상 SI 업체들로 대기업 SI와 다를게 없다"며 "괜히 불공정 경쟁환경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SI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이 중소 SW개발 전문업체를 육성하자는 취지라는데 매출 300억원에서 1천억원대에 속하는 전문 SW개발업체가 몇 개나 되는가"라고 묻고 "또 대기업의 하드웨어 구매 협상력을 줄여 오히려 외국계 회사들에 시장을 내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들은 300억원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만 나눈다면 대기업 입찰제한 금액이 1억 이하가 되든, 3억 이하가 되든, 5억 이하가 되든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까지 말했다.

그만큼 대기업들은 이번 시행령을 통해 중견 SI업체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 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진작 나왔어야, 하려면 확실히 하자"...중소기업들 반색

연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 SW업체들은 대기업 입찰 제한과 관련, 적극적인 의사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소리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오히려 '혹시나' 이번 정책이 대기업의 반발에 밀려 애초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소 SW업체 A사 사장은 "발주처 담당자들이 중소기업을 신뢰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공공 시장에 독자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 뿐"이라고 거듭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보안 솔루션 업체 B사의 사장은 "회사의 공공 부문 사업 가운데 90%를 SI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하지만 평균 마진율은 '제로'"라고 잘라말하며 이번 정책에 거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소 SW 업체들은 기업의 분류기준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 보다는 입찰참가 제한금액에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좀 더 강도높은 입찰 제한을 주장한다.

김현진 현영시스템즈 사장은 "이번 정책의 명분이 중소기업의 정부 시장에 대한 참여 기회를 제공,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데 정통부가 밝힌 내용으로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공공 프로젝트에서 3억원 이하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4% 밖에 안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으로는 무게가 떨어진다"며 "적어도 5억원 이하 프로젝트에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사 사장도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중소기업에 정부 프로젝트 물량의 10%는 할당돼야 한다"며 "정통부가 제시한 2안으로 간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이렇듯 입찰제한 금액에 민감한 반면, 기업의 분류기준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어느 안으로 가든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은 기본적인 지원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평가하자면 중견기업을 별도로 관리하자는 안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SI업체의 경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나 별로 다를게 없이 '나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300억원 이상 1천억원 미만의 기준에 실제 많은 중견 SI 기업들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한 소규모 솔루션 업체 사장은 "삼성SDS와 LGCNS는 그래도 현금으로 결제해준다. 이에 비해 대우정보시스템이나 쌍용정보통신은 어음결제 비중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우나 쌍용보다 규모가 적은 SI 업체들은 오죽 하겠느냐"고 말했다.

중소 SW업체와 SI 기업 사이의 뿌리깊은 불신과 왜곡된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대변해주는 말이다.

◆"허리를 키워야 한다"...중견들의 주장

이번 시행령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기업들이 매출 3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의 기업들이다. 이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부터 견제와 원성을 동시에 받고 있는 처지다.

이들은 몇몇 SI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도 사실상 중소기업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실질적인 대기업 견제를 위해서는 '허리'에 해당하는 자신들의 지원이 절실하다는게 대체적인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령에 가장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는 기업들도 바로 이 중견기업들이다.

이 그룹의 기업들 가운데 대표적인 SW 전문기업이 핸디소프트다.

핸디소프트 김규동 수석부사장은 "이번 정책으로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어느 정책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란 점에서 환영한다"며 이번 시행령을 반겼다.

김 부사장은 또 300억원을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만 양분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300억에서 1천억원 사이에 전문 SW개발업체들이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이에 있는 기업들이 향후 경쟁력있는 SW업체로 도약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기"라며 "그만큼 SW 산업의 개선을 위한 성패의 열쇠는 '허리'의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근본적으로는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정부가 공공 사업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들한테 할당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는게 기본 생각"이라며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이니 만큼 기본취지를 살려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뜨거운 가운에 업계는 오는 12월2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이사회는 정부에 건의할 단일안 마련에 다시 도전한다.

정보통신부는 업계의 합의된 건의안이 마련되면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상범기자 김현아기자 황치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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