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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갤럭시노트FE는 정말 리퍼비시폰이 아닐까?


사전적 의미에서는 리퍼비시폰 아냐…제품 출시 계기에 주목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지난해 10월 배터리 발화 사고로 단종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시장에 재등장했다. '갤럭시노트 팬에디션(이하 갤럭시노트FE)'이라는 새 이름표도 달았다.

갤럭시노트FE는 출시 전까지만 해도 리퍼비시드 스마트폰(refurbished smartphone, 이하 리퍼비시폰)으로 불렸다. 소비자들로부터 회수된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 원인이었던 배터리만 새 것으로 바꾼 제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갤럭시노트FE를 출시하면서 '한정판 신제품'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일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갤럭시노트FE가 '리퍼비시폰' 혹은 '리퍼폰'이라는 설명이 붙은 채 판매되고 있다.

여기서 혼란이 발생한다. 갤럭시노트FE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제조사 말대로 신제품일까, 아니면 갤럭시노트7을 재정비한 것에 불과한 리퍼비시폰일까.

◆리퍼비시폰, 대체 뜻이 뭐길래

리퍼비시폰의 사전적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미국에 본사를 둔 IT자문기관 가트너(Gartner)는 리퍼비시폰을 '기본적으로 한 번 팔려나갔던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베르너 괴르츠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소비자가 품질 불량이나 단순변심 등의 이유로 제조사로 돌려보낸 스마트폰을 제조사가 수리하고 정상 작동하는지 체크한 뒤 재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리퍼비시폰이라 칭한다"며 "이들은 같은 기종의 신상품보다 10~5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에서 리퍼비시폰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께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을 국내 출시한 시점과 맞물린다. 애플은 소비자들의 기기에 이상이 생겼을 때 해당 제품을 수리하지 않고 리퍼비시폰으로 교환해 주는 형태의 사후서비스(AS) 정책을 실시해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애플의 AS 정책 내용을 인용해 리퍼비시폰의 뜻을 '반품·고장 등의 사유로 회수된 스마트폰을 분해한 뒤 사용 가능한 부품들을 모아 재조립한 제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말하는 '갤럭시노트FE가 리퍼비시폰이 아닌 이유'

삼성전자는 이 같은 정의에 근거해 갤럭시노트FE를 리퍼비시폰이 아닌 '한정판 신제품'으로 칭하고 있다. 소비자의 손을 거친 중고품이 아닌데다, 기존 갤럭시노트7과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FE는 두 가지 방법으로 생산된다. 첫 번째는 미개봉품을 분해해 배터리만 3천200mAh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사용되지 않은 갤럭시노트7 재고 부품으로 제작하는 경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FE 제조에 쓰인 미개봉품과 부품은 전혀 시장에 출고된 바 없는 것들"이라며 "완전한 새 제품"이라고 단언했다.

모델명 또한 다르다. 갤럭시노트7과 갤럭시노트FE에는 각각 SM-N930, SM-N935라는 모델명이 붙었다. 적어도 삼성전자에서는 이 둘을 전혀 다른 기종으로 분류한다는 얘기다.

SW 측면에서는 사용자경험(UX)이 갤럭시노트7과 다르다. 갤럭시노트FE는 갤럭시S8에 적용된 것과 같은 UX를 담았다. 아이콘 모양과 홈 화면, 잠금화면의 기본 형태가 갤럭시S8과 같다.

갤럭시S8 시리즈에 탑재된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Bixby)의 일부 기능도 채용했다. 빅스비 홈과 리마인더다. 이는 홈 화면에서 일정과 알림, 날씨, 뉴스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부가기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FE를 SW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갤럭시노트7보다는 갤럭시S8에 가까운 기기"라며 "겉은 갤럭시노트7, 속은 갤럭시S8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과 다른 기기이기 때문에 제품을 들고 항공기에 탑승하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항공사가 제품의 외관을 문제삼을 경우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제품 뒷면의 '팬에디션' 로고 ▲전원을 켜고 끌 때 뜨는 화면 ▲설정 메뉴의 디바이스 정보를 보여주면 된다.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FE' 신제품으로 받아들일까

하지만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FE를 신제품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단 갤럭시노트FE는 갤럭시노트7의 외관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이는 '어쨌든 한 번 출시됐던 제품'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된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기 사양도 대동소이하다. 배터리가 3천500mAh(갤럭시노트7)에서 3천200mAh로 줄었을 뿐 나머지 사양은 같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 부품도 갤럭시노트7에 탑재됐던 그대로다.

스마트폰 전문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임수정 애널리스트는 "갤럭시노트FE를 완제품 자체로만 보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를 제외한 사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리퍼비시폰이라는 딱지를 떼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갤럭시노트FE 제조 시 미개봉품과 미사용 부품을 사용했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업체는 갤럭시노트FE 공정 과정에서 미개봉품과 미사용 부품을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업계 한 전문가는 "제품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지 않은 이상 전혀 다른 신제품이라 칭하기는 어렵다"며 "예전에 데뷔했던 가수가 부족했던 실력을 가다듬어 다른 이름으로 다시 데뷔하는 '중고 신인'에 빗댈 수 있다"고 말했다.

◆리퍼비시폰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출시 의미 되짚어봐야

결론은 내릴 수 있다. 갤럭시노트FE를 미개봉품과 미사용 부품으로 제조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맞다면, 갤럭시노트FE는 사전적 의미에서 리퍼비시폰이 아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FE의 정체성을 따지려면 출시 계기부터 짚어봐야 한다. 갤럭시노트FE는 당초 삼성전자의 제품 출시 로드맵에 없었으며, 갤럭시노트7 단종을 계기로 세상 밖에 나오게 됐다.

괴르츠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은 한 번 품질 문제로 크게 이슈를 일으켰던 제품"이라며 "해당 사건이 없었다면 갤럭시노트FE는 시장에 나올 이유도 없고, 갤럭시노트7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갤럭시노트FE의 출고가는 갤럭시노트7보다 28만9천300원 저렴하다.

미개봉품으로 제조된 갤럭시노트FE의 경우 리퍼비시폰이 거치는 과정을 일부 겪기도 했다. 이미 제조가 완료됐던 완성품을 다시 공장에 들여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중고 휴대폰 전문업체 착한텔레콤의 박종일 대표는 "갤럭시노트FE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리퍼비시폰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제품은 아니지만, 완성품을 일부 분해한 뒤 다시 조립했다는 점에서 리퍼비시폰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갤럭시노트FE가 리퍼비시폰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안전이다. 갤럭시노트FE가 단 한 건의 발화 사고도 일으키지 않아야 삼성전자는 발화 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갤럭시노트7의 비극적인 결말 뒤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은 올해 상반기 2천만대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FE로 품질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고 차기작 갤럭시노트8로 재도약을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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