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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위원회-경제단체 첫 만남 어땠나


우호적 분위기 속 뼈 있는 발언도…"전경련과는 만날 계획 없어"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경제단체들이 일자리위원회와 연거푸 첫 간담회를 가지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에 관한 입장을 확인했다. 지난 8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시작으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26일 한국무역협회가 일자리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새정부들어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고, 지난달 25일 김영배 경총 상근부회장의 비정규직 정책 비판 발언에 대한 정부의 강한 대응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다만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거나, 정부의 견해와는 다소 다른 재계의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뼈 있는 발언

경제단체들은 대체적으로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모습이었다. 기업 역시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일자리 문제 해결에 기업들도 힘을 보태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청년실업,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재계도 인식을 같이 한다"며 "상공업계도 일자리 창출을 가장 보람있는 사회적 책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도 "중소기업계도 적극적인 근로 환경 개선 노력은 물론 근로자 성과 공유 확산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 역시 "새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비정규직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요소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정부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것을 의식한 듯 이날은 전반적으로 정부의 견해에 동의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도 "일자리 정책에 대해 정부는 충분히 의지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며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그러면서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소신을 나타냈다.

가장 과감하게 소신을 밝힌 이는 김인호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에 설치돼 있는 일자리상황판 옆에 '규제개혁 상황판'도 함께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또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규제개혁"이라며 "규제개혁 상황판을 설치하면 기업인들에게 굉장한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필요한 정부의 제도와 사고에도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거듭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의료복합단지·의료클러스터 등을 통한 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 마이스(MICE) 산업 육성 등을 통한 '인바운드 수출 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원 회장도 규제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규제 등 각종 규제에 얽매여 있던 파주에 52만평의 LCD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 해결을 지시한 것을 거론하며 "새 정부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기업에 대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 사업에 대해 모든 걸림돌을 제거해 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계층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경총은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안정으로 조성된 재원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신규채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이 노력해 달라고 역설했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소에 힘을 실어달라"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원 조기 달성은 중소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소상히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하자"고 요청했다.

박용만 회장은 "일자리 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 있고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있다"며 "서로가 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도출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화는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당장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간극이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일자리위원회, 재계와 날 세우기보다는 손 내밀어

이용섭 부위원장 역시 경영계 관계자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부위원장은 각 경제단체와 간담회를 가질 때마다 그간 경제단체들이 경제성장에 힘써 온 점을 칭찬했고, 경제단체들이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 줄 것을 부탁했다.

이 부위원장은 대한상의와의 만남에서 "정부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일자리 창출은 민간 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무역협회와의 간담회에서는 "무역협회가 일자리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그 동안 청년일자리창출과 중장년 재취업, 해외취업알선 등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안다"며 그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 부분을 짚었다.

재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무역협회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규제개혁 상황판 설치를 검토해보겠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통과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일부 독소 조항을 손봐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김 회장의 주장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이다.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서도 "정책의 경중, 완급을 잘 조정해서 부작용이 없도록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급격한 변화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달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경제단체의 변화도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경총과의 만남에서 "사용자 측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큰 차원에서 배려해 달라"며 "대타협은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쪽에서 양보하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기중앙회와의 간담회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나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무역협회에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중소기업의 수출이 증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 경제5단체 중 전경련만 만나지 않아

지난 26일 무역협회와 간담회를 함으로써 일자리위원회는 소위 '경제5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외한 모든 단체와 한 차례씩 공식적으로 만났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8일 중기중앙회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각 경제단체들과 만날 때마다 공식적으로 이를 알렸지만, 전경련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알림이 없는 상태다.

전경련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새 정부 들어 계속되고 있는 '전경련 패싱'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경제단체 중에서는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경총이 위촉직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무역협회 역시 일자리위원회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 부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일자리위원회에 무역협회를 모시지 못해 개인적으로 죄송하다"며 "협회 의견을 잘 수렴해서 일자리위원회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양측은 일제히 현재로서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자리위원회 등 정부 측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거나 먼저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향후에도 만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도 "전경련과의 간담회는 계획이 없고, 상호 간에 요청한 바도 없다"며 "일자리위원회에서는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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