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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그 누구도 정의롭다 자신하지 말라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사회상 반영한 명대사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내 안위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SBS 새 월화드라마 '귓속말'이 던진 화두다.

'귓속말'이 지난 28일 첫 방송됐다. 깔끔하고 명료하게 각각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또 현 사회상을 반영한 대사와 장면들로 통쾌함을 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만들어줬다.

극중 이동준(이상윤)은 대법관의 부정한 청탁을 단칼에 거절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의 의료사고로 협박을 해도 굴하지 않는 정의감 넘치는 판사다. 달콤한 속삭임에도 "다들 마음을 바꾸니까 세상이 안 바뀌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강직함으로 인해 판사 재임용에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선의로 한 일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되자 달라졌다. 어디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던 그마저도 결국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 소신을 굽히고 악의 무리와 손을 잡고 말았다.

이동준은 방산비리와 연결돼 있는 법무법인 태백 최일환 대표(김갑수)의 요구대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죄 없는 신창호(강신일)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신창호의 딸 신영주(이보영)가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건네준 통화 녹취 파일도 자신의 손으로 없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정의를 저버린 인물은 또 있다. 신영주와 결혼을 앞둔 박현수(이현진)는 그녀를 돕기 위해 애썼지만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입장을 싹 바꿨다. 결국 아버지를 살릴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일들을 벌였던 신영주는 파면당했다.

신영주는 졸지에 믿었던 두 사람에게 철저하게 배신을 당했다. 그리고 이동준에게 복수를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신영주는 앞서 이동준에게 불법 취득한 증거물을 들이밀며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이 세상에 힘, 권력 다 나쁜 놈들이 가지고 있던데 보기 싫어도 만나야죠. 내가 필요한데"라고 말했다.

이동준의 선택과 신영주가 한 말은 꼭 닮았다. 하지만 신영주는 술에 취한 이동준이 자신을 겁탈한 것으로 위장한 뒤 "판사가 선처를 호소하는 피고인의 딸을 유인해 거탈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 남자의 앞날은?"이라고 협박하며 그를 옥죈다.

신영주는 이동준에게는 정의를 요구했지만 본인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의를 버려버리고 만 것.

그렇게 봤을 때 '귓속말'은 이동준과 신영주라는 인물을 통해 정의가 먼저냐 개인의 안위가 먼저냐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다른 사람은 정의롭기를 바라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실을 옮겨놓은 듯한 상황도 눈길을 끌었다. 신영주는 서장이 "수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유출 경로보다 유출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일부에서 태블릿 PC의 유출경로로 트집을 잡았던 것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최일환이 자신의 손을 잡은 이동준에게 "박탈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면서 서민들을 박탈하는 것. 이제 자네가 할 일이야"라고 한 말도 현재의 사회상과 오버랩됐다.

이명우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귓속말'에 대해 "적으로 만나 동지가 되고 연인이 되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다. 그 안에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볼 맛 나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던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귓속말'은 첫 방송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와 통쾌한 대사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향후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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