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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 한 정치인이 털어놓은 개헌론의 실상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솔직히 지금 개헌이 가능하겠어요? 다 정치인들의 연대를 위한 명분이지"

개헌을 주장하는 한 자유한국당 정치인과의 점심 식사자리에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기자들은 개헌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개헌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같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한국당이 대선 전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했음에도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앞세워 헌정사를 찾아보았다.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87년 직선제 헌법 이래로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구도가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개헌을 고리로 다른 세력과 연대를 모색했고 정치판을 뒤흔들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0년 민주정의당(노태우)과 야당인 통일민주당(김영삼), 신민당(김종필)이 내각제 개헌을 명분으로 합당,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됐다. 1997년에는 새천년국민회의(김대중)와 자유민주연합(김종필)도 개헌을 전제로 손잡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개헌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개헌 논의가 국민적 요구에서 출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의도를 품은 개헌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또한 개헌 카드를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연결짓다 보니 반대론자들이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 개헌 동력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정작 자신이 집권하자 그동안 주장해온 내각제 개헌을 유보하면서 개헌이 물거품된 바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은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다음 주에 3당 단일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물론 87년 체제의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지방분권 문제, 개인의 기본권 신장 등 사회 여러 방면에서 개헌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을 추진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개헌 논의가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에 집중된 것이 그 방증이다. 국민들에게는 노동권과 알 권리 등의 기본권 논의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결국 3당의 단일 개헌안 추진이 '오월동주'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세론을 구축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맞서 반문연대를 실현하고 조기대선 구도를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마련할 개헌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은 국민을 향해 대선 전까지 개헌 입장을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 민심부터 살피는 '아래로부터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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