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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들썩이는 정치테마株…기업은 억울하다


항변 섞인 자진 해명공시 확대…적극적 대응 바람직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뚜- 뚜-'

유력 대선주자와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기업의 IR(투자자 대상 홍보) 담당자는 공시 내용 이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정치테마주로 엮었던 또 다른 기업의 IR 담당자도 대화를 꺼려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떤 의미로든 경영 외적인 부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다는 입장에서다.

최근 유력 정치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무근임을 밝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 16일 SG충방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가 없었음에도 안희정 충남지사와 대표이사가 친분이 있다는 풍문·보도에 대해 스스로 해명공시를 냈다.

'카더라'식 설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던 과거 정치테마주에 비교하면 꽤 이례적이고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는 셈이다. 정치테마주는 시장질서 교란의 주범이었던 만큼, 금융투자업계 곳곳에서도 이들의 '양심선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외침은 감춰진 비리나 부정을 양심에 따라 사회적으로 드러내 알리는 양심선언보다는 억울함에서 비롯된 '항변'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테마주로 엮이면 주가가 급등하는 만큼 상장사도 내심 즐거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실은 기업 이미지에 손해만 끼치기 때문이다.

한 IR 담당자는 "회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내서 거기에 부응해 주가가 올라가면 좋겠지만, 테마주에 편입돼 주가가 오르면 회사 입장에서도 편법 아닌 편법을 쓴 느낌"이라며 "오히려 테마주로 묶인 후부터 회사가 편법 경영을 하는 것처럼 인식돼 언급되는 것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

해명 공시 후에도 여전히 테마주 꼬리표가 붙는 것도 부담스럽다. 앞선 담당자는 "주가 상승 요인과의 관련성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자꾸 테마주와 연계돼 회사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갑갑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오늘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새로운 정치테마주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는 자고 일어나니 테마주로 묶여 당혹스러운 기업도 있을 테다. 또 얼마나 많은 상장사가 냉가슴을 앓게 될까.

안타깝게도 이곳저곳에 옮겨붙어 국내 증시를 병들게 하는 정치테마주 바이러스를 완전히 소탕할 길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일수록 가장 필요한 건 상장사의 목소리다. 투자자의 오판을 줄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장사들이 적극적인 항변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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