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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멸망 후 기계 짐승과 싸우는 인류 그렸죠"


[인터뷰]아이저만스 디자이너의 '호라이즌 제로 던' 개발 비화

[아이뉴스24 박준영기자]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세계 3차대전에 무슨 무기가 쓰일지 모르지만 세계 4차대전에서는 나뭇가지와 돌로 싸울 것을 알 것 같다"고.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끝장낼 수 있는 무기 역시 개발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로 끝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문명 멸망'이란 잠재적인 공포 속에 대규모 전쟁을 지양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는 새로운 인기 장르로 떠올랐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인류 문명이 끝난 이후의 시대를 소재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 인한 전쟁, 혹은 대처할 수 없는 질병, 재해 등으로 인류 문명이 멸망한 이후 세상을 주로 다룬다.

오는 28일 한글화 발매되는 '호라이즌 제로 던' 역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택한 작품이다. '킬존' 시리즈로 유명한 게릴라게임즈의 첫 오픈 월드 역할수행게임(RPG)인 '호라이즌 제로 던'은 '폴아웃'이나 '메트로 2033' 등과 다른 모습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그려 주목받고 있다.

게임의 유통을 맡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국내 발매일에 맞춰 개발을 담당한 게릴라게임즈의 롤랜드 아이저만스 리드 콘셉트 디자이너를 초청했다. 지난 17일 방한한 롤랜드 디자이너는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6년에 걸친 '호라이즌 제로 던'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연구와 조사로 세계관의 완성도 높여

'호라이즌 제로 던'의 배경은 문명 멸망으로 황폐해진 대지가 아닌 울창한 숲이 숨쉬는 대자연이다. 인류 문명이 무너진 뒤 수천 년이 지난 '호라이즌 제로 던'의 세계에서 인간은 과거 석기 시대처럼 부족 단위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인류 대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기계'다. 기계로 된 다양한 짐승들이 활보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게임에서 이용자는 여전사 '에일로이'를 조작해 기계 짐승과 싸워 생존함과 동시에 세계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게릴라게임즈는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자연과 기계의 조화'를 구상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기계 짐승'이다. '기계 짐승'은 첨단 기술의 결과물임과 동시에 인간을 지배자의 위치에서 밀어낸 존재다. 문명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연'과 인류가 만든 '기계'는 서로 대비되는 존재이기에 연구 과정도 흥미로웠다고 아이저만스 디자이너는 전했다.

"기계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생명이 있는 짐승처럼 이용자가 느끼도록 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로봇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부터 미래 로봇은 어떻게 협업하는지 조언을 듣는 등 과학적으로 접근했어요. 덕분에 우리 게임만의 독특한 '기계 동물의 왕국'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에일로이'의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사냥꾼'이란 느낌을 이용자가 받게 하려고 수백 개의 스케치를 작성 후 포커스그룹테스트(FGT)를 통해 결과물을 완성했다. 머리스타일과 가죽 의상도 많은 수정을 거쳤다. 현재 완성된 '에일로이'의 모습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에일로이'의 출신 부족 '노라'를 포함해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부족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세계 각지에 있는 부족 문화에 대한 연구 역시 진행했다. '노라'는 북유럽의 '바이킹'을 기반으로 설계했으며 이 밖에 베트남, 아프리카, 에스키모 등 다양한 지역의 복장과 문화 등을 조사해 반영했다.

◆오픈 월드에서 즐기는 헌팅 액션

'호라이즌 제로 던'의 개발은 '킬존 4' 팀의 내부 테스트에서 시작됐다. 게릴라 게임즈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인간이 기계를 사냥하는 콘셉트'였다.

처음에는 기관총으로 기계를 제압하는 쪽으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지만 '사냥한다'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 강력한 화력의 '총' 대신 활과 화살을 도입했다. 과거 인간이 실제 맹수를 사냥할 때처럼 움직임과 특성을 파악하고 다양한 기교를 사용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기계 짐승'은 체계적으로 디자인했다. '기계 짐승'의 모습에 따라 대응 방법이나 약점이 모두 다르다. 게릴라 게임즈는 기계 기획자와 개발자,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의 인원을 하나로 묶은 '로봇 팀'을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

"기계 짐승 중에는 '썬더 조'라는 강력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 먼저 레고로 '미니 썬더 조'를 만들어 어떤 부위가 약점이고 어떻게 움직이며 밸런스는 어떻게 잡을지 등 연구를 진행한 후에 개발했어요. '썬더 조' 하나를 구현하는 데만 7~8개월 정도 걸릴 정도로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아이저만스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이용자가 강력한 적을 공략하는 '헌팅 액션'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고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용자가 게임을 다채롭게 즐기도록 '오픈 월드'를 채택해 자유도를 높였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전체 규모는 일반적으로 60~70시간을 플레이한 사람이 약 85% 정도의 콘텐츠를 소화했다고 할 정도로 방대하다. 메인 스토리 외에 다양한 서브 콘텐츠나 즐길 거리가 존재하므로 오랫동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아이저만스 디자이너는 다양한 서브 콘텐츠 중에서 무기 '소닉 블래스트'를 얻는 퀘스트를 추천했다. 강력한 대미지를 자랑하는 무기지만 가게에서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에 등장하는 강력한 적을 상대로 유용한 무기이므로 반드시 진행할 것을 권했다.

긴 개발 기간을 거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호라이즌 제로 던'. 아이저만스 디자이너는 게임을 기다리는 국내 팬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한글판이 발매되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6년간 저희가 게임을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여러분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사랑과 애정이 들어간 작품을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사냥 되기 바랍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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