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댓글 저널리즘'이란 말까지 유행시키면서 인터넷 공간의 양방향성을 이끌어내는 주역으로 꼽혔던 댓글. 하지만 악플들이 활개치기 시작하면서 '댓글 유해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고의 UCC(User Created Contents)라며 댓글을 특산품으로 간주했던 포털들도 요즘엔 '댓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댓글이 부정적인 기능만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때론 명실상부한 참여 문화의 전형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장을 열 수도 있다.
◆ 사회 감시 기능 발휘 땐 막강한 위력
최근 디시인사이드의 시계갤러리 유저(이하 시갤유저)들이 보여준 모습은 '사용자의 힘'을 결집해 주는 댓글의 위력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빈센트엔코 가짜 명품 시계 사건'에 이어 또 다른 명품 시계 지오모나코의 진위 공방을 이끌어 낸 것.
시갤 유저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 포털 사이트나 경매 사이트, 스위스 시계 협회에 지오모나코가 등록돼 있지 않다는 점 ▲18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시계가 세계적인 시계보석박람회인 '바젤 페어(Basel Fair)'에는 2005년 처음 출품했다는 점 ▲이 브랜드의 국내 상표권 등록 절차를 법인이나 그룹이 아닌 개인 명의로 했다는 점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할인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시계가 명품 시계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용자들이 조목조목 이유를 들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끈기있게 증거를 수집해 지오모나코 측을 당황스럽게 했다.
지오모나코 측은 "처음 이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홍보대행사가 '3대'라는 단어를 '180년 역사'로 과장 홍보했다"고 인정하면서도 "180년까지는 아니지만 3대에 걸쳐 보석을 만들어오고 있으며 시계 사업을 시작한지는 5~6년이 됐다"고 해명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촉발된 지오모나코 진위 공방은 이후 각종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 "건전한 사이버 문화 밑거름"
소위 '물관리'를 잘하는 커뮤니티들에선 댓글이 건전한 토론 수단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디지털 사진가를 위한 커뮤니티인 'SLRCLUB(www.slrclub.com/)'과 DVD와 홈시어터 관련 사이트인 'DVD프라임닷컴'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운영진의 관리에 힘입어 건전한 토론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욕설과 악플이 횡행하는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들과 달리 SLRCLUB과 DVD프라임닷컴은 수준 높은 토론이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말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 당시 위력을 발휘했던 브릭(bric.postech.ac.kr) 역시 댓글의 위력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브릭은 일부 언론들이 무분별한 폭로 기사를 쏟아낼 때도 과학적 방법에 기반한 수준 높은 글들을 쏟아내면서 여론을 주도했다. 이 사이트 운영진들의 철저한 '물관리'는 당시 많은 언론들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은 고전적인 사례로 통하지만 2002년 촛불 시위를 이끌었던 것 역시 댓글 공간이었다.
2002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미국의 무한궤도 차량에 여중생이었던 '미선이, 효순이'가 치어 숨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네티즌들이 전국 도심에서 촛불시위를 제안했으며 이는 단숨에 번져간 것.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온라인에서부터 시작된 '탄핵무효 촛불집회' 운동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식 광장문화'를 만들어낸 바 있다.
결국 댓글이 문화의 한 형태로 발전한다면 그 힘은 다른 어떤 언론이나 공권력보다 강력한 힘과 파급력을 가질 수 있으며, 건강한 사이버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필주기자 letmeout@inews24.com 이설영기자 ron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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