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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년]뮤직팜, '세월을 견디는 음악' 빚는 장인들


[이미영기자] 지난 여름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모든 무대가 끝난 뒤 유재석이 부른 '말하는 대로'의 여운은 길었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한 노래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재석의 지난 날의 꿈과 청춘 고백은 이적의 감성 멜로디와 만나 사람들의 가슴을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노래에 담은 진심, 꿈꾸게 하는 메시지.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부족함이 없는 노래였다.

매체를 통해, 혹은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은 주로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본다. 아이돌 음악만 존재하는 것 같다. 폭발적 인기와 산업적 파괴력, 그들의 음악은 분명 대중음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큰 요소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과는 별개로, 또다른 의미의 폭발력을 지닌 음악이 있다. 진정성을 무기로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음악. 잔잔하지만 긴 여운으로,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 깊어지는 음악과 가수들이 공존하고 있다.

산업적 파괴력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겠으나 이들의 역할은 분명하다. 자칫 한쪽으로 쏠릴 음악 산업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지금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조이뉴스24는 창간 7년을 맞아 아이돌 중심의 대중 가요 시장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지키고 개척하고 있는 '우리 시대 음악 파수꾼' 뮤직팜을 소개하고자 한다.

음반기획사 뮤직팜은 김동률과 이적, 체리필터, 조원선, 이상순, 정순용, 존박 등이 소속돼 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뮤직팜'의 아티스트들은 어쿠스틱 음악을 기반으로, 음악 농장에서 충실하게 음악을 재배하고 있으며, 음악적인 풍요를 꿈꾸고 있다.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와 매니지먼트팀 임무섭 이사를 만나 가수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철학, 음악으로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었다.

◆"음악을 통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뮤직팜 아티스트들의 음악 철학은 회사 홈페이지 인사말에도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음악을 통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발했습니다. 음악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음악으로 인해 슬픔은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기쁨은 커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척박한 땅에서 무언가를 일구자고 합니다."

뮤직팜의 자산은 거대 기획사처럼 자본도 기획력도 아니다. 훌륭한 뮤지션들이 뿌리를 내렸고, 그들의 음악적 열정이 거름이 되어 진정성 있는 음악이 꽃핀다. 함께 일하는 뮤직팜의 스태프들의 자부심 또한 여기에 있다.

강태규 이사는 "대중들에게도 훌륭한 뮤지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함께 일하는 제 입장에서는 저평가 되어 있다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들"이라고 말했다. 임무섭 이사 역시 "스태프 입장에서 뿌듯하고 자부심이 있다. 눈 앞에서 보는 이익보다 넓게 내다보면 참 누리고 있는 것이 많다"고 평했다.

김동률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최근 김동률의 신작 앨범 녹음 중 일어난 일이다. 피아노 솔로곡 반주에 트럼펫이 들어가는 부분에서 김동률이 트럼펫 연주자를 불러 "혹시 연주 리듬을 타는데 있어 내 멜로디가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리고 즉석에서 악보를 그려 멜로디를 바꾸고 연주해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의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집념은 물론, 얼마만큼 뮤지션 간의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김동률은 지난 2008년 김동률 콘서트 '에필로그' 공연 당시 오케스트라 악보를 만들고 지휘하는 장면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임 이사는 "2~30명이 스튜디오 녹음을 하는데 김동률이 '몇 번 바이올린 튜닝하세요'라고 칼같이 지적할 정도다. 음악 선수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니 연주자들도 긴장을 하고 온다"고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명품 공연의 탄생에는 이같은 이유가 숨어있었던 것.

이같은 음악적 완성도 덕에 소속 아티스트들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함께 하고 싶은 가수로 꼽힌다. 김동률은 보아의 앨범에 참여했고, 이적도 곧 발표할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참여했다.

임무섭 이사는 "단순히 노래를 띄우기 위해서 곡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간의 음악적 신뢰가 쌓여 가능한 일이다"며 "뮤직팜 스태프들은 뮤지션의 내공에 대한 신뢰감이 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자신감이 있다. 우리 음악은 세월을 견딘다는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스태프는 가수와 동료 '사심없이 서포트'"

뮤직팜의 또 하나 자랑은 소속 아티스트들과 스태프들 간의 가족 같은 분위기다. 돈과 이익 관계가 얽히면서 소속사 분쟁이 하루가 머다하고 일어나고 있는 연예계에서 뮤직팜은 신뢰를 바탕으로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다. 가수와 매니지먼트사의 관계보다는 동료라는 개념이 앞서는 것. 임무섭 이사는 김동률과 10년지기 친구이자 이적과도 음악적 동료로서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물론 음악에 대한 믿음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임 이사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창출하고, 그것도 최대한 많이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롱런할 콘텐츠가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앨범 작업 기간부터 발매 시기까지 모두 뮤지션에 달려있다. 회사의 역할은 "뮤지션들이 최대한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답한다. '사심없이 서포트' 한다는 것이다.

매니저 등 스태프들은 기본 매니지먼트 업무를 떠나 가수들과 음악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만큼 음악적 역량을 갖췄다는 점 역시 이를 반증한다. 매니저들은 공연과 관련, 현장 기술 스태프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갖추고 있다. 김동률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곡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반응을 체크할 정도.

때문에 가수와 회사 직원들 간의 관계는 돈독하다. 일 년에 한 번 가량 전직원이 함께 MT를 떠날 정도. 물론 가족 같은 분위기 뒤에는 계약 관계 등에 있어 바로 서 있는 철두철미한 원칙도 한몫을 한다. 제 아무리 인간적으로 친밀하다고 해도 약속과 원칙이 무너지면 신뢰감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경영 철학이 존재한다.

◆"리얼 아티스트조차 주류 음악에 쫓긴다는 사실, 서글프다"

뮤직팜이 설립된 지 올해로 10년. 지금이야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확보한 회사로 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지만 그 간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뮤지션들의 음악만으로 인정받기까지 숱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소속 가수들이 미디어와 친밀하게 지내는 가수들이 아니었기에 나름의 고충이 많았다. 방송사의 섭외 요청을 거절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강태규 이사는 "상대적으로 출연을 많이 요청했지만 막상 십분의 일 가량도 소화를 못 했다. 섭외는 쏟아지는데 많이 나가지 못하니 말 못할 고충이 많다. 특히 신인을 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힘들다. 그래도 뮤직팜은 방송 매니저가 아니라 가수 매니저라는 생각을 갖고 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니 지금은 방송사들이나 프로그램 제작진도 뮤직팜의 분위기를 인정해준다고.

최근 가요계가 음반 시장보다는 음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두세 달 간격으로 싱글을 발매하는 가수들과 달리 뮤직팜 가수들은 2-3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기도 하고 앨범의 형태는 정규를 고집한다.

임 이사는 "김동률과 이적의 음반이 굉장히 많이 팔리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음악이 공짜 개념이 됐다. 앨범이 그렇게 잘 팔릴 때도 앨범의 수익을 다음 앨범에 투자했는데 시장이 좁아지면서 걱정이다. 김동률이나 이적 같은 리얼 뮤지션들이 편하게 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없다는게 아쉽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이어 "지금이야 괜찮다고 하지만 미래를 봤을 때 더 걱정이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10년이상 활동한 싱어송라이터들이 이런 걱정을 해야한다는 것이, 또 리얼 아티스트들이 주류 음악에 쫓긴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들의 앨범 7, 8번 트랙이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들으면 좋은 노래들이다. 다양한 음악이 상실될까 봐 두렵다"고 우려했다.

최근 뮤직팜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의 존박을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좀 더 화제성 있는 스타를 활용,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려는 변화의 시초는 아닐까.

임 이사는 "제 입장에서는 앞으로 욕심을 좀 부릴 것이다. 폭넓게 할 거다. 하지만 그래도 뮤직팜이 하면 다르지 않을까. 신인일지언정 그 어떤 회사보다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훌륭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규 이사는 "뮤직팜은 진정성 있는 길을 걸어왔다고, 음악은 녹슬지 않고 진화해왔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팬들의 결집력도 있고, 롱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다려지는 음악, 듣고 싶어지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 대중들 역시 가슴을 울리는 음악을 기다리고, 듣길 원하고, 그래서 음악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우리시대 음악 파수꾼'의 존재가 더욱 간절한 이유다.

[사진제공=뮤직팜]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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