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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년]2011년 일본 속 한류, 일상을 지배하다(한류리포트①)


[장진리기자] 도쿄 신주쿠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화장품을 고른다. 가게 안에서는 카라의 '미스터'가 흘러나오고 소녀들은 '미스터'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이것 저것을 만져보며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다.

헐레벌떡 올라탄 전차 위에는 장근석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광고하고 있고, 전차 안 사람들은 어제 TV에서 본 한국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 시부야의 대형 CD판매점인 타워레코드에서는 갓 일본에 데뷔한 레인보우의 '에이(A)'가 수많은 대형 일본 가수들의 CD가 진열된 1층에 쿵쿵 울려퍼진다. 10대 여학생, 40대 주부가 한류 잡지들을 보며 한국 스타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20대 남성 직장인은 손에 브라운아이드걸스, 비스트의 CD를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대국남아, 포커즈 등 한국의 신인그룹들이 일본의 대형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1층 목좋은 곳에 커다랗게 이름을 걸고 있다.

복잡한 신주쿠 거리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수많은 일본의 청춘들이 K-POP에 맞춰 몸을 흔든다. 시부야 상점에는 한국풍 갈비 덮밥이 대인기라는 대형 포스터가 붙어있고, 김치는 식당의 기본 반찬이 됐다. 2011년, 일본 속 '한류'의 현위치다.

한때 '한류(韓流)가 아니라 한류(寒流)'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 내에서도 한류의 발전 가능성은 물음표였다. '욘사마' 배용준의 인기로 불꽃이 일어난 한류는 국내에서조차 노년층의 지지만을 먹고 산다는 조롱을 받으며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재점화된 한류 열풍은 드라마, 가요를 타고 화장품, 식품 등 일본의 일상생활까지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시부야 타워레코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금은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뭐든 다 잘 팔린다"고 말한다. 이 말처럼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뭐든 잘 팔리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한국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믿을만한 브랜드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일본 위성방송에서는 얼마 전까지 한국 안방극장에서 방송됐던 한국 드라마 수십 편이 방영되고, 일본의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일본 가수보다 한국 가수들이 더 많이 출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쯤되면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일본 사이타마현에 거주하는 이시하라 사에(25)씨는 "한 때는 한류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K-POP의 유행과 최신드라마의 방송으로 한류는 일본의 10대~20대까지도 사로잡았다"며 "한국 드라마나 음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문화가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일본 내 한류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말처럼 한류는 이제 더이상 하나의 흐름도 찻잔 속의 태풍도 아니다. 일본 열도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처럼 거대해진 태풍이 됐다.

현재 일본에서는 일부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한류 반대 시위 등이 국소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이러한 혐한의 움직임은 일본이 한류의 인기를 얼마나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혐한의 움직임은 한류가 일본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방증해주는 정확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한류를 좋아하고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한류는 조금씩 일본 사람들의 곁에서 물 스며들듯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2011년 현재, 일본 속 한류의 모습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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