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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진흥, '뚝심'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말 필요한 진흥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진흥안해줘도 좋으니 불필요한 규제만 안하면 좋겠다"는 답을 하는 경우가 잦다.

어떤 산업이든 규제가 없을 수 없고, 어떠한 규제든 규율대상이 되는 이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혜택을 입은 것은 기억 못하고 불편했던 것만 떠올리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이 마냥 근거없는 '지청구'가 아닐 수도 있다.

정부의 산업육성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돼 왔으며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초기 직접지원 모델 일부 부작용 부각

온라인게임의 태동기인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산업육성은 직접지원 위주로 이뤄졌다. 문화부와 구 게임산업개발원은 게임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한 뒤 운용해 '뮤'와 같은 히트작에 투자를 단행,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게임을 검토, 우수 게임에 한해 개발비를 많게는 1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전제작지원 제도를 운영했고 이달의 우수게임, 우수 시나리오 공모전 등을 통해 진흥책을 펴왔다.

구 게임산업개발원이 제공한 테크노마트 사무동의 인큐베이팅은 벤처 게임사들의 요람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임대사무실을 활용한 한게임과 드래곤플라이 등이 버젓한 메이저게임사로 자리잡았다. 정통부는 지금도 게임산업 내에서 최상의 지원정책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지원을 단행했다. 문화, 정통 양 부서 공히 국산 게임엔진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직접 지원모델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전제작지원 제도 운영을 통해 국고지원을 받았으나 정작 제대로 출시된 게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 정통 양부서의 대표적인 직접 지원정책의 수혜를 받아 출시되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공을 거둔 게임은 조이맥스의 '실크로드 온라인' 외엔 전무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직접 지원은 '눈먼 돈 잔치'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실제,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게임이 상용화 돼 수익이 생길 경우 이의 일부를 국고에 상환하게 돼 있으나 상당수 게임사들이 이를 상환치 않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무진들이 이를 추심하는 절차를 진행하며 애를 먹기도 했다.

◆불가피했던 간접지원 모델 전환

2005년을 기점으로 국고를 활용한 직접 지원은 축소돼 왔다. 2007년 들어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물론 사전제작지원 제도도 폐지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서태건 본부장은 "세계무역기구가 표준으로 제시하는 공정무역에 어긋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진흥정책의 핵심은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치평가 시스템을 확립하고 돈줄을 이어가는 쪽으로 맞춰져 갔다.

문화부가 지난 2003년에 발표한 중장기 계획상의 중점 추진과제였던 '게임산업창작인프라 구축'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준비된 것들이다. 게임품질평가시스템을 구축, 게임 콘텐츠 수준을 평가해 정부가 돈을 대는 대신 창투사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척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버전이 바뀌어도 유사한 중장기 게임진흥정책

정부가 5개년 단위 중장기 진흥정책을 공들여 수립, 발표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

'세계 3대 게임강국'이라는 목표도, 중점 추진과제도 유사하다. 2003년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던 게임심의민간이관 추진은 2008년에 발표한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게임품질평가시스템 구축 등도 5년여의 시간이 지나 여전히 '미완'인 상태로 새로운 계획안에 포함돼 있다.

2003년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던 '남북게임산업 교류' 등 실현가능성이 없다시피한 계획만 신버전에 빠져 있을 뿐 상당부분이 중첩된다. 새롭게 추가된 메뉴는 기능성 게임과 글로벌 허브센터 설립 정도다.

◆여의치 않은 간접지원 제도···진흥정책 추진 위한 '뚝심' 필요

문화부가 게임전문펀드, CT투자조합 활성화를 통한 자금 유치를 공표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어느 게임산업 종사자는 "모태펀드, 모태펀드 하는데 실제로 투자받은 곳 있으면 좀 나와보라고 하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08년 이후 조성된 관련한 펀드는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과 문화산업펀드, 컴퍼니케어파트너스게임전문조합 등 3종이다. 이 중 실제로 게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것은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을 통해 블루홀스튜디오가 '테라'의 제작비용으로 투자받은 90여억원이 전부인 상황이다.

과거 게임산업진흥원에서 진흥정책을 수행했던 한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리스크 회피를 위해 내세우는 조건들이 게임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울만큼 엄격한 점이 있다"며 "게임사들 사이에서 이러한 펀드가 사실상 또 하나의 사금융으로 평가받는 풍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투자조합 측은 원금손실을 절대 보지 않으려는 리스크 회피를 '당연히' 요구하는 반면 흥행여부는 물론 게임 제작 기간도 사전에 명확히 구상하기 힘든 게임업의 속성상 이를 감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조합에 출자되는 금액 중 국고의 비중이 더욱 높아져야 그나마 기업들이 이를 투자받기 위한 조건이 우호적이 될텐데 그 또한 간단치는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간접지원 제도의 핵심은 역시 게임사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외부의 돈줄 유입이다. 그런데 외부의 돈줄 유입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시스템 구축도 여의치 않다.

게임품질평가시스템은 2003년부터 그 개발이 진행돼 6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게임사가 제작하는 게임과 게임사의 재무 건전성 및 역량 등을 평가해 인증을 하는 것이다. 현재 가치평가 모형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내부사업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이 가동되어도 이를 창투사 등이 투자를 위한 참고지표로 활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뚝심'있는 진흥정책,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 필요

게임업계 종사자들 중 일부는 "게임이 문화부가 아닌 산자부나 정통부를 통해 규율 및 지원을 받았다면 훨씬 더 상황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집행력과 추진력, 예산배정 규모 등에서 그 '체급'이 달랐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문화부 진흥정책이 이전과 같은 수준일 것으로 단정할 순 없다. 실제로 바다이야기 파문이 어느 정도 가신 지금,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화부가 게임산업 진흥 및 글로벌 허브센터 운영, 게임물등급위 지원 등에 활용할 예산은 총 400억원 규모다. 문화부의 예산규모를 감안하면 만족스럽진 못해도 적다고 할 수준도 아니다.

우선 게임가치 평가시스템 구축과 완성형 보증보험 활성화, 민간자율 이양 등 단골 정체 과제 등이 더 이상 미뤄져 '퇴적'되지 않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어려운 게임산업의 속성과 리스크 회피가 '생명'인 투자자본의 부조화를 감안한 새로운 진흥모델 발굴도 시급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미국 주 정부 단위로 사실상 게임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우리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우리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직접 지원을 시행, 개발 생태환경을 다시 한번 밑바닥에서 재검검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직접지원제도를 운영해보며 여러 장단점이 파악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모델의 도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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