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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게임한류, 해외 저작권부터 보호해야


콘텐츠가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그 제작과정에 녹아든 피와 땀이 그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저작권 보호다.

한국 게임시장의 난제 중 하나는 한국의 게임들이 인접국의 시장, 특히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그 가치를 침탈 당하는 사례가 잦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에서 저작권 침탈 사례가 가장 많다는 점은 분명 리스크다.

중국 대륙내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는 우리 입장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 무역과 비즈니스의 룰에 관한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아직 한참 거리가 먼데다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대국'이라는 점도 있다.

◆'미르의전설'에서 '뮤'까지 반복되는 저작권 침해

한국 게임이 해외에서 그 저작권이 침탈돼 가장 큰 논란을 샀던 것은 중국샨다를 통해 '전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된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2'다..

현지 서비스업체였던 샨다가 '전기'와 게임 시스템, 비주얼 등 게임 내외적인 요소에서 매우 흡사한 '전기세계'를 2003년 7월부터 서비스하며 양자간의 갈등이 촉발됐다. 위메이드는 그해 10월 중국 인민법원에 저작권침해에 따른 서비스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3년여 동안 해당 법원은 판결을 미루고 당사자간의 합의를 종용한 바 있다.

결국 위메이드는 샨다의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가 보유한 자사 지분을 매입하고 지재권 침해 소송을 취하하는 '타협'을 선택하며 '4년전쟁'을 끝낸 바 있다.

넥슨은 중국 텐센트의 '큐큐탕'이 자사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표절했다며 한화 6천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오디션'의 경우 나인유에 의해 '슈퍼댄서'라는'짝퉁게임'으로 재구성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웹젠의 주력게임 '뮤'를 중국 현지에 서비스하던 더나인이 웹젠과의 사전협의 없이 자신들이 개발중인 신작에 '뮤X'라는 이름을 일방적으로 갖다붙인 것이다. 더나인이 블리자드와 손잡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서비스하기 이전, 자신들의 오늘을 있게 한 협력사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웹젠에 따르면 더나인은 지난 2006년 중으로 '뮤'라는 상표의 현지 사용권을 웹젠에 반환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웹젠 김태훈 본부장은 "더나인 측이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다 자신들의 신작에 '뮤X'라는 이름을 붙이고 '뮤'를 계승하는 정통 후계작이라며 중국 현지에 일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문제는 상표권 도용 뿐 아니라 '뮤X'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경, 오브젝트 들이 '뮤'와 너무도 유사해 그 자체로도 표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 보호 위한 정부의 의지엔 '돈'도 따라야

정부는 북경과 방콕에 각각 저작권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게임과 영화, 음원 등이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많은 동아시아 시장(일본은 제외)에서의 침해 사례를 막고 이미 벌어진 침해로 피해를 입은 민간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북경저작권센터의 경우 지난 2006년 4월에 설립됐고 중국 현지에서 문화콘텐츠가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모니터링, 이를 국내 산업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억울한 침해 사례를 당한 한국 기업들이 법률규제를 원할 경우 컨설팅을 하고 현지 정보를 지원한다. 사실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벌어지는 많은 침해 사례들은, 당하는 업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센터에서 침해사례가 발생하는지 '선제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중 하나다.

소장과 현지직원, 변호사, 사무 보조 등 4명의 인력이 일하는 이 센터에 연간 할당되는 예산은 '고작' 3억원에 불과하다. 인건비를 충당하고 저작권정책설명회 한 번 하면 '땡'이다. 실제로는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4명의 '정원인력'을 채우지 못한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정향미 사무관은 "센터가 수행해야할 일이 적지 않음에도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며 투입하겠다고 밝힌 진흥예산은 700억원 규모. 이중 2010년부터 3년간 e스포츠 경기장 건립에 투입되는 국고만 해도 160억원에 달한다.반면 연간 3억 수준으로 책정된 저작권센터의 예산은 내년에도 또 동결, 이변이 없으면 그 명년에도 동결일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산자이문화' 의식부터 바꿔야

과거 샨다와 4년 전쟁을 치루고 '대타협'을 선택했던 위메이드 박관호 대표는 "중국 기업과 분쟁을 치르면서 현지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당시 자신에게 몰렸던 일부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한 바 있다.

이는 흔히 '산자이문화'로 불리는 중국의 사회,문화적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산자이([山寨(산채)는 '산적들의 소굴'을 뜻하는 말로, 이른바 '짝퉁'이라고 부르는 모조품 또는 복제품이 중국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형성된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가리킨다.

'수호전(水滸傳)'에 등장하는108명의 영웅이 양산박(梁山泊) 산채에 모여 정부 권력에 대항하며 힘 없는 백성들을 돕기도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류사회와 주류문화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풀뿌리문화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해외 콘텐츠를 차용 혹은 도용해 자신들만의 것으로 활용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풍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게임사들이 "이놈들은 양심도 없나"라고 숱하게 분통을 터뜨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하나는 "한국 업체들이 억울해 한들, 우리 땅에서 사업을 하는 한 별 수 없지 않겠어?"라는 인식이 중국의 게임기업들 사이에 뿌리 깊이 퍼져있다는 것이다.

과거 박관호 대표도 "불합리한 선례를 남긴 것인지, 회사를 위한 불기피한 선택이었는지는 차후에 알게 될 것"이라며 '4년 전쟁'을 마감하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는 '민관합작'으로

정향미 사무관은 "문화콘텐츠 보호는 장기적으로 중국 측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도 한 때 미국과 일본 등지의 콘텐츠를 여과없이 '흡입'해들일 때가 있엇으나 문화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러한 사례가 점차 줄어들었고 해외 시장에 나간 우리 콘텐츠를 보호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중국도 그렇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문화부의 저작권 판권국과 저작권보호협력을 위한 MOU를 지난 2006년 5월 체결한 바 있다. 2009년 9월 들어 한국의 저작권위원회는 중국의 저작권판권중심과 역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산자이 정신'으로 무장한 중국의 풍토와 싸워나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양국은 사법공조협약도 맺지 않아 양국 기업간의 이슈가 어느 한쪽의 법원에서 판결을 받을 경우 상대국의 기업에 강제적인 효력을 발효하지 못한다.

최근 문제가 된 '뮤X'의 경우, 한국의 서울중앙지법에 웹젠 측이 상표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명백한 양사간의 계약 위반인만큼 법원의 판결이 웹젠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 판결은 중국 현지에 본점 소재지를 둔 더나인에 강제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저작권부서와 관련기관들이 공조체계를 갖춘 만큼 이러한 제약 때문에 미리 포기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저작권위원회는 '뮤X'건으로 중국의 저작권판권중심과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의 저작권 관련 부처와 기관이 '채널링'으로 엮여 있는 상황에서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경우 중국 측 부처와 기관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다면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법원의 판결, 중국 현지 기관의 의지가 작용한다면 중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쉬운 점은 주무부서인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가 "개별 기업간의 소송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저작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직접 게임 등의 인터넷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하는 불공정 무역이다. 문화부가 이의 시정을 위해 한-중 FTA에 이의 시정을 의제로 올리는 것을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는 관련한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형국이다.

정부는 인접국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는 범위 내에서 지혜롭게,그러나 단호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민간 기업은 "억울해도 더 큰 불이익 당하기 싫으니 참겠지"하고 안심하는 외부의 '반칙왕'들에게 힘들더라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대응해야 한다.

민관의 '콤비플레이'가 이뤄져야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것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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