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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대중화시대②]통신비 절감의 핵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일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을 시행하기로 의결하면서, 집전화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저렴한 인터넷전화의 장점을 알면서도, 원래 쓰던 번호를 바꾸고 인터넷전화 식별번호인 '070'을 사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인터넷전화 가입을 망설이고 있던 고객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방통위 회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터넷전화는 통화 개념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라며 "이 변화가 국민들께 통신 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발전적인 모습이 되도록 진행하자"고 언급한 만큼, 앞으로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리라 전망된다. 10월로 예상되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과 함께 각 사업자 역시 대대적인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행으로 유선전화(PSTN)와 인터넷전화의 경쟁을 제한하는 일차적인 장치가 제거됐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는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 시장이 합쳐져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KT의 지배 아래에 있던 유선전화 시장이 인터넷전화의 진입으로 경쟁이 극대화되고, 이를 통해 결국 통신요금 인하, 산업 활성화 등 효과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길게 보면 통화량이 유선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 옮겨가는 과정이 급박할 경우, 유선전화의 통화당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 때는 유선전화에 남아있는 가입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유선전화의 통화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경우, 이를 통신사업자 간 상호접속료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안정적인 유선전화 망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므로,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 간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터넷전화가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소비자는 인터넷전화가 유선전화(PSTN)에 비해 통화 요금이 얼마나 저렴한지, 어떤 사업자의 인터넷전화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다른 장점은 무엇인지 잘 알아본 뒤 결정해야 한다. 그 밖에 유선전화에 비해 어떤 단점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신요금 절감 효과 얼마나 될까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장점은 누차 이야기해온 대로 저렴한 통화요금이다. 유선전화의 경우 시내전화가 3분당 39원, 시외전화가 3분당 261원이다. 인터넷전화는 사업자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시내와 시외통화가 구분 없이 3분당 38원 정도이며, 국제전화는 주요국가의 경우 거의 1분당 50원에 제공한다. 휴대폰에 걸 때 요금 역시 KT 유선전화가 10초당 14.5원인데 반해, 인터넷전화는 10초당 7.25~13원 정도다. 시내전화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시외전화와 국제전화, 휴대폰에 걸 때 요금이 비교적 저렴하다.

통화요금 외에 기본료도 인터넷전화가 저렴하다. KT 유선전화의 경우 월 기본료가 5천200원인데 반해, 인터넷전화는 대부분 월 2천원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자사의 초고속인터넷과 동시에 사용하면 기본료를 면제해준다. 유선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 바꾸기만 해도, 기본료에서 월 3천원 이상 요금 절감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인터넷전화는 가입자 간 무료통화라는 장점도 있다. 같은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끼리 무료로 무제한 통화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시행된 뒤, 시내전화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가입자 간 무료통화가 제공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 하반기에 산정될 통신사업자 간 상호접속료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가입자 간 무료통화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상호접속료 산정과 관계없이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의지에 따라 무료통화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전화를 활용해서 휴대폰 통화요금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통화 사용량의 30%가 집 안에서 이뤄진다"며 "그 이유는 휴대폰 안에 전화번호 목록이 다 저장돼 있고, 문자메시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게 더욱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전화 역시 문자메시지 전송을 포함한 컬러링, 통화중 대기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전화번호 목록을 저장할 수 있어 집 안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통화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인터넷전화가 집전화 통화요금은 물론 휴대폰 통화요금까지 함께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LG데이콤은 지난 5월 발표한 '가계통신비 절감왕 선발대회' 결과를 통해 실제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통화요금을 절감한 사례를 보여준 바 있다. 절감왕에 선정된 경상북도 포항시 최영철 씨는 인터넷전화 가입 전 월 통신비가 17만5천원이었지만, 인터넷전화 가입 뒤 8만7천원으로 줄었다.

최영철 씨는 "여자친구와 통화가 많아 이동통신사 커플요금제에 가입하는 등 휴대폰 요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올해 초 신문 기사를 보고 마이LG070에 가입한 뒤 통신비 부담을 덜고 여자친구와 통화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입자 간 무료통화와 저렴한 인터넷전화 통화요금을 이용해 집전화 요금과 휴대폰 요금을 줄인 결과다.

인터넷전화를 이용한 요금 절감 효과는 통화량이 많은 기업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 삼성네트웍스가 진행한 요금 절감 시연에 따르면, 유선전화로 월 통화 비용이 500만원 나오는 사업장의 경우, 인터넷전화로 바꿔 통화요금을 약 50%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사업장 내 무료통화와 시외와 국제전화 요금이 저렴한 데서 기인한다.

통화요금 절감 효과 외에 여러 부가서비스를 활용해 전화 이용 행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전화로 문자메시지(SMS) 송·수신과 영상통화는 물론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날씨, 증권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인터넷전화로 집에서 홈뱅킹을 하거나,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SK브로드밴드 양승천 상품기획실장은 "인터넷전화만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객에게 통화 이상의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 활용한 결합상품 다양화 될 듯

인터넷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이 소비자가 인터넷전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주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 TV, 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사용할 경우, 요금 절감 효과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각 사업자는 초고속인터넷이나, TV 등 다른 상품 가입자의 이탈 방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방침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시행된 뒤에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되리라 전망된다.

박영환 한국케이블텔레콤 대표는 "현재는 주로 케이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영업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로 영업 대상을 넓힐 계획"이라며 "전국의 1천500백만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아날로그 케이블TV와 인터넷전화를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 비해 국내는 정액제 전화요금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많은 고객이 초고속인터넷과 TV를 거의 정액제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인터넷전화까지 합쳐 월 얼마에 제공하는 정액제 결합상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장범진 연구위원은 "앞으로 인터넷전화가 각 통신사업자의 결합서비스 중 핵심이 될 수 있다"며 "각 사업자는 여러 결합상품을 디자인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가격 차별화 전략을 가져갈 테고, 이는 결국 통신 사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합상품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삼성네트웍스 신동경 상무는 "결합상품이 소비자에게 요금 절함 효과라는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한 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 TV, 전화등 여러 상품에서 모두 1등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소비자는 초고속인터넷은 A 회사, TV는 B 회사, 전화는 C 회사 상품을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합상품에 대한 부추김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합상품 이용으로 가계통신비를 좀더 절감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아래는 각 통신사업자가 지금 제공하는 있는 인터넷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이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유선전화, IPTV인 '메가TV', 휴대폰 'SHOW', 인터넷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다. 결합상품은 할인률은 개별 상품에 적용된 약정 기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여러 상품을 묶으면 인터넷전화는 기본료의 50%, 나머지 상품은 기본료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유선전화를 제외하고 인터넷전화로만 결합상품을 묶을 수는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마이LG070'의 경우, IPTV인 '마이LGTV', 초고속인터넷 '엑스피드'와 결합상품으로 묶을 수 있다. 마이LG070과 3년 약정으로 마이LGTV, 엑스피드를 함께 사용할 경우, 엑스피드 요금 10%, 마이LGTV 요금이 20% 할인돼 세 상품을 월 3만5천2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엑스피드와 마이LG070을 묶으면, 엑스피드 요금의 10%가 할인된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는 초고속인터넷 '브로드앤'과 IPTV '브로드앤TV', 인터넷전화 '브로드앤폰' 등을 결합상품으로 묶을 수 있다. 세 가지를 결합상품으로 이용할 경우, 각 서비스당 기본료가 20% 싸진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 인터넷전화를 합쳐 월 3만2천48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두 개를 묶을 경우 각 상품이 10%씩 저렴해진다. 인터넷전화 브로드앤폰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브로드앤과 함께 사용할 경우 기본료는 면제된다.

케이블 사업자 역시 결합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를 묶은 결합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을 예로 들면, 디지털케이블TV인 '헬로TV', 초고속인터넷 '헬로넷', 인터넷전화 '헬로폰'을 3년 약정으로 결합상품으로 가입할 경우 상품에 따라 2만8천800~3만9천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CJ헬로비전뿐 아니라 각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를 묶은 결합상품을 제공한다.

◆정전 시 통화 불능 등 고려해야 할 점도 있어

인터넷전화는 정전이 되면 통화가 되지 않고, 인터넷 이용량이 많을 경우 통화 품질에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등 유선전화에 비해 불안정한 면이 있다. 소비자는 인터넷전화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한 뒤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전화는 정전이 되면 통화가 불가능하다. 정전이 될 경우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업계에선 정전 시간이 1년에 평균적으로 17분 정도밖에 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는 정전이 돼도 통화가 가능하도록 배터리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정전이 되면 통화가 안 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잘 홍보하는 방안 등으로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통화품질 문제는 인터넷전화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인터넷전화가 등장한 초창기 때만 해도 통화 시 잡음이 들리거나, 대화 내용이 끊겨서 들리는 등 통화품질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 인터넷전화 업계는 네트워크 고도화, 인터넷전화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지금은 통화품질에선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터넷전화는 IP망을 통해 음성이 송·수신 되는 만큼 집 안에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내려 받는 등 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통화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발목을 잡았던 119 등 긴급통화 시 위치정보 제공 역시 인터넷전화는 유선전화 만큼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 한다. 가입자의 주소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해 긴급통화가 발생하면 이를 통해 발신자의 위치와 가까운 소방서로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인터넷전화 긴급통화 위치정보 시스템은 현재 테스트를 끝내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인터넷전화의 특성상 위치를 바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가 이사 등 이유로 위치를 옮겼을 때 DB에 저장돼 있는 가입자의 주소를 바꿔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KISDI 장범진 연구위원은 "국내 인터넷전화 수준의 통화품질과 긴급통화 위치정보 제공 시스템이라면, 외국에서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하는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통화 품질과 긴급통화 위치정보 제공 시스템이 외국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신혼부부 등 인터넷전화에 신규로 가입하려는 고객은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받을 수 없다. 이는 국내에선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의 품질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하는 외국과 다르다. 인터넷전화 신규 가입자는 식별번호인 '070' 번호를 사용해야 한다. 꼭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받고 싶다면, 유선전화에 먼저 가입한 뒤 인터넷전화로 번호이동해야 한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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