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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블랙리스트 치졸한 공포, 반복 안 됐으면"(인터뷰③)


세월호 추모곡-문재인 대통령 헌정곡 제작한 이유는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블랙리스트는 치졸한 탄압이고 공포죠."

공공연한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실재했다. 정부의 '예술적 검증' 혹은 '관리'가 상상 이상으로 체계적이었던 동시에, 그 이유가 유치하리만치 저속했다. 수백여 명에 이르는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작곡가 김형석의 이름도 포함됐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던 탓이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키위미디어그룹 회장이자 작곡가인 김형석을 만났다.

김형석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을 당시 심경을 묻자 "치졸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편이 아니라고 가위표를 쳐서 몰아넣은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담담한 말투에 '조용한' 분노가 스며들었다.

"저같은 경우는 크게 제재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방송 몇 개 그만둔 건, 제 본업이 아니니까. 작곡하고 프로듀싱 하는것이 제 직업이지 방송인이 아니잖아요. 정부의 보조금이 있어야 한다거나, 학교 강사 생활을 해야 한다거나, 순수예술 하는 분들은 큰 피해를 봤죠. '빨갱이'로 낙인 찍혀 기회마저 박탈 당하고, 생계 위협을 느꼈어요. 문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실생활로 들어가서 재단하는 것이니, 그 분들에게는 그게 공포죠. 저 같은 경우는 블랙리스트라고 이야기를 하기에도 그 이유가 너무 창피하고,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었어요."

김형석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성향을 표현하는데 거리낌 없었다. 김형석은 과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공개 지지했었다. 18대 대선때도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으며, 지난 5월에도 적폐청산에 동참하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표명했던 바. 뿐만 아니라 지난 4월에는 세월호 추모곡 '그리움 만진다'를 발표했다.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 '성향'을 드러내는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가수나 무대에 서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덜하긴 하겠지만 반대 급부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정치를 하는데 있어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잖아요. 국가기강이 문란하다거나, 비리나 부조리, 잔악함이 묻어있는 거예요. 제가 정치 철학이 있다기보다, 욱하게 되는 부분이 컸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와이프도 '굳이 안해도 되는 발언들을 하느냐'고 걱정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와이프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지지자가 됐어요. 옳은 결과를 내는 거냐, 나쁜 결과를 내는 거냐는 중요한 문제예요."

"세월호 사건은 정말 비극이었어요. 아이가 있으니 달리보이더라구요. 숨이 턱턱 막히는 거죠. 그래서 곡도 쓰게 됐죠."

김형석은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월호 추모곡 '그리움 만진다'의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김형석은 "내레이션을 부탁 드렸는데, 민감한 시기였다. 어찌 보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는. 그런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책임있는 정치인이 없었다. 정치인의 책임있는, 미안하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고 돌이켰다.

김형석은 "대통령께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 이 곡을 헌정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헌정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도 제작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한 나라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음악이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입장 음악이 없잖아요. 저는 음악으로밖에 표현할 게 없는 사람인지라,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섰을 때 멋있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다였고, 그래서 헌정 음악을 썼죠. 저는 제 마음이 이렇다고 음악을 던져준 거고, 그 다음은 청와대가 알아서 할일이죠. 종종 노래가 나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구요. 또 너무 잘하고 계시니까 다행이고 감사하죠."

김형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더 이상 '알짱'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블랙리스트가 됐지만 사실 내 음악을 편하게 하기 위해 지지했던 부분도 있다. 저도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석에게 물었다. '블랙리스트'가 역사 속에서 또 반복될까.

"반복될 거예요. 또 언젠가 그럴 수도 있겠죠. 다만 그럴 때 내 소리를 내서 싸울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반복이 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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