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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유재학의 '13년'② "대표팀, 공유된 철학 필요"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유재학 감독의 화려한 커리어는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국 농구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지난 2010년 우승 팀 감독 자격으로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2013년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서 3위를 차지하며 1998년 이후 16년만에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스페인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기도 했다.

2014년 8월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리투아니아, 앙골라, 멕시코, 호주, 슬로베니아와 한 조에 편성되어 5전 전패하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1차전 상대였던 앙골라가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로 평가받았으나 아프리카의 강호 앞에서 69-80으로 분패했다.

◆ 인천 AG서 금메달 "선수들 혜택받아 뿌듯"

그러나 이 실패가 성공의 큰 자양분이 됐다. 대회 종료 직후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유재학 감독과 한국 대표팀은 기적같은 행보를 보여줬다. 강호 필리핀과 4강 진출을 건 결선리그 경기에선 '태종대왕' 문태종이 38점을 뽑는 맹활약 속 97-95 승리를 거뒀고 결승 진출을 두고 만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경기에서도 71-63의 승리를 따냈다.

이윽고 개천절인 10월 3일 열린 강력한 우승후보 이란과 결승전에선 홈 팬들이 가득 메운 인천 삼산실내체육관에서 명승부를 펼치면서 79-77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은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치는 등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유재학 감독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듯했다. 그는 "광저우 대회 때 감독을 한 후에 대표팀 감독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도 있었다. 우승하기 힘든 것은 알고 있었다. 클럽 팀과 동시에 해야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지 않나. 하지만 주위에서 많은 요청을 했기에 맡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궈낸 우승이었기에 더욱 달콤했다. 특히 병역 혜택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당시의 우승 멤버 중 김선형(서울 SK) 김종규(창원 LG) 그리고 대학생이었던 이종현(현대모비스)는 병역 혜택을 받아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게 됐다.

여기에 당시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일병이었던 오세근(안양 KGC)은 군 복무 도중 금메달로 곧바로 전역하게 되는 기쁨을 맛봤다. 또 2002 부산 대회 당시 금메달 멤버였던 김주성(원주 DB)는 이 두 번째 금메달로 농구인 가운데 유일하게 금메달 혜택으로 연금을 받게 됐다. 여러모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던 우승이었다.

유 감독도 많은 선수들이 혜택을 입은 것을 기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우승을 해서 정말 잘됐다. 또 이 우승으로 여러 좋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기에 더욱 뿌듯하다"고 웃었다.

◆ 대표팀 "성인부터 청소년까지 '공유된 철학'으로 운영돼야"

이전까지 한국 농구 국가대표 감독은 클럽 감독이 맡았다. 유 감독도 현대모비스라는 본가가 있었고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었던 위성우(우리은행)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 감독이 대표팀에서 지휘봉을 놓은 이후 한국농구는 새로운 장을 맞이했다. 전임 감독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허재 감독이 전임 지휘봉을 잡고 새롭게 출발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성과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 아시아컵에서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일본과 필리핀 등 아시아 무대의 라이벌들을 차례로 완파했다. 우승 후보 0순위인 이란과도 호각세를 다퉜다. 3·4위 결정전에선 뉴질랜드를 80-71로 꺾으면서 3위를 차지했다. 오세근은 대회 베스트 5에 선출되기도 했다.

유 감독도 이러한 전임 감독제에 "해야하는 일"이라면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농구협회의 선수 선발 지원 등도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이 많이 좋아졌고 세밀해졌다.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제안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임 감독에 더 나아가서는 협회가 성인만이 아니라 청소년 대표까지 깊고 폭넓게 운영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어린 선수들이 뽑히는 청소년 대표부터 성인 대표에 이르기까지 '한국 농구'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공유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해야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인 대표팀을 꾸려가려면 농구 철학과 스타일을 어린 애들부터 같은 방향으로 끌고 와야한다. 그래야 성인대표팀에 올라와서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 늘어나는 건 긍정적

최근 KBL은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의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10개 구단 모두 농구대잔치 시절의 향수를 지닌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유재학 감독과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구단 감독들은 농구대잔치와 KBL을 모두 경험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들도 속속 농구판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빠부대의 진원지였던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과 추승균 전주 KCC 감독을 비롯, 올 시즌 농구판으로 돌아온 현주엽 창원 LG 감독까지 한국 농구를 빛낸 선수들이 지휘봉을 잡으며 농구 인기 부흥의 기회를 맞이했다.

유재학 감독도 이러한 스타 출신 감독의 출현을 반겼다. 그는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재미가 있어야 하지만 마케팅도 잘해야 농구 인기가 올라간다"면서 "지금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이 인기가 좋은 감독들이기 때문에 (KBL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좋은 감독이 못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건 스타 감독들이 열심히 일을 안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유 감독은 기아 시절이던 1988~1989 농구대잔치에서 최우수선수상을 탄 적이 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그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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