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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결산]⑤아마추어도 아니고…'부실 대회' 낙인


경기장 시설 미비, 자원봉사자 교육 부실 등 문제점 투성이

[이성필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마무리됐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쏟아진 '불량' 대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인천 대회는 시작부터 꼬였다. 2007년 당시 안상수 인천광역시 시장이 대회를 유치하면서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을 받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공수표에 그쳤다. 인천시의 재정 상태가 불안한 상태에서 무리한 대회 유치였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국제적 망신을 우려해 개최권을 쉽게 반납하지는 못했다.

그 사이 인천시장은 송영길 시장으로 교체됐다. 시가 안고 있는 거액의 부채에서 탈출해야 했고 주경기장 신축 대신 문학경기장 리모델링 사용을 계획했다. 그러자 주경기장 건설 부지인 서구 지역 주만들과 정치인들의 반대 집회가 계속됐고 결국 정부 국비와 시 예산 4천900억원으로 빚덩이 경기장을 짓게 됐다. 문학경기장 리모델링 비용이 2천500억원으로 예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회를 치르기 위한 기반시설 마련에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여전했다. 일부 경기장은 제반시설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라 우려가 컸다. 재정 압박으로 최대한 씀씀이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준비 부족이라는 우려 속에서 아시안게임은 개막하고 뚜껑이 열렸다.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개막식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아시안게임 시작을 알리는 무대가 '한류 콘서트'처럼 돼버렸다는 논란이었다. 체육인들 중심이 아닌 한류 가수들이 주연처럼 된 데다 개최지 인천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종 성화 점화자로 배우 이영애가 나선 것도 논란을 부추겼다.

대회가 시작된 뒤에는 부실한 대회운영의 절정을 보여줬다. 경기장 시설부터가 말썽이었다. 세팍타크로가 열렸던 부천체육관은 비가 새고 양궁장도 천막에 빗물이 고여 주저앉는 등 안전 사고 위험성이 제기됐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성화는 잠시 꺼지기도 해 망신을 피하지 못했다. 성화가 꺼졌다는 사실이 전 세계로 타전되면서 미숙한 대회 운영은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랐다.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이 지급되는가 하면 이마저도 제때 지급받지 못해 빵과 바나나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발생했다. 악천후 등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빗물로 흠뻑 젖은 육상 트랙을 걸레질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됐다.

다수의 경기장은 관람석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티켓은 매진됐는데데 실제로는 관중석이 텅텅 비는 경우가 많았다. 사격장의 경우 연일 매진이었지만 관중석에는 AD카드를 맨 관계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육상이 열렸던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눈으로 세도 될 정도로 관중이 너무나 적어 민망한 수준이었다.

스폰서들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하고도 표를 풀지를 않아 기부를 받는 운동이 인천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일어날 정도로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 티켓 판매에 발벗고 나서야 할 조직위는 기업 상대 티켓 판매를 하면서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부실 운영의 절정은 일부 자원봉사들과 운영 스태프들의 본분을 망각한 태도였다. 자신의 할 일을 내팽겨쳐 두고 경기 관전에 몰두하는가 하면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특권을 이용해 촬영을 하는 등 개인 관심사 챙기기에 바빴다. 조직위에서 자제령을 내렸지만 이런 행동들이 쉬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발뺌부터 하는 스태프들의 태도도 가관이었다. 특정 사안이 생겨 확인을 하려고 하면 10명 가까운 인원을 거쳐야 해결이 될 정도였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질 권한이 없는 조직이다보니 자신있게 입을 열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국제경기를 자주 유치한 해당 종목 연맹이나 협회와의 소통도 부족해 일부 종목은 경기 운영 자체가 엉망에 가까웠다.

외신 기자들은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을 평가하면서 한결같이 국제대회 규모에 맞지 않는 시설을 구축한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선수와 취재진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자회견장과 기자들의 작업장이 구분없이 운영되다보니 어수선한 환경에서 제대로 취재 및 기사 작성이 이뤄지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격장의 경우 기자회견 도중 복도에서 물건을 운송하는 소음에 선수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역도장은 서커스 공연 무대 수준의 임시 경기장이 설치됐다. 컨테이너가 선수 대기실로 활용되기도했다. 통역사가 제대로 비치되지 않아 당황스러운 장면도 나왔고, 경비 임무 숙지가 제대로 안된 스태프들의 행동이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자원봉사자와 스태프의 힘을 빼기도 했다.

2010 광저우 대회와 이번 인천 대회를 모두 경험한 중국 시나닷컴의 웨이진러 기자는 "중국에서만 기자가 수백 명이 왔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뻔히 알텐데 시설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을 치러보지 않았는가. 큰 대회 경험이 많은데 이런 식이라는 점은 이해 불가능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각 경기장 관람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인천 시민들의 호응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승용차 강제 2부제로 홍역을 치렀다. 경기장 안내나 일정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많았다. 여론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들의 의견 대다수는 "인천시가 홍보책자를 만들어서 배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경우는 없었다"라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래저래 인천 아시안게임은 선전한 대한민국 선수단과는 별개로 대회 운영 면에서 갖가지 아쉬움을 남기며 2018년 대회 개최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대회기를 넘겼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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