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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자, 네티즌으로 '통'하던 날...노소동감 정보검색대회


 

"인터넷에서 이미지가 잘려서 나오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말은 무엇일까요?"

첫번째 문제가 나오자 조경행(62)할머니와 손자 김동선(12)군의 얼굴에 여유있는 미소가 번진다.

"엑박 맞지?"

조 할머니는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엑박'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한다. 정답임을 확인한 김 군은 답을 적은 4절지 크기 화이트보드를 머리 위로 번쩍 든다. 제한 시간 2분 중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26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유재성 www.microsoft.com/korea)가 대한노인회, 정보문화진흥원과 함께 개최한 '2006 노소동감(老少同感) 정보검색대회'에서다.

◆ '올드 앤 뉴'가 공감하니, '골든벨' 울리네

올해로 4회째인 대회는 KBS프로그램 '세대공감 올드 앤 뉴'와 '도전 골든벨'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후 2시 30분 경희궁 숭정전에는 대회에 참가하는 어르신과 어린이들이 모여든다. 둘씩 짝을 이룬 32개 팀이 출전했다. 조 할머니처럼 친손자와 나온 팀도 있었고 주최측에서 선발한 어린이와 즉석에서 짝을 이룬 팀도 있었다.

숭정전 마당 좌우에 나눠앉은 팀들은 '도전 골든벨'에 출전한 것처럼 파란색 모자를 쓰고 앉아 상 위에 놓인 노트북에 재빨리 검색창을 띄웠다. 화이트보드에는 '꿈☆은 이루어진다'같은 응원문구도 새겨넣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이 환영인사를 하는 등 1시간 정도의 환영행사 중에도 이들은 예상문제를 검색하기에 바빴다.

출전한 어르신들은 집 근처 복지센터에서 1년 넘게 IT교육을 받은 분들로 강북, 도봉, 창동 복지센터 출신이 주를 이뤘다. 같은 복지센터 동료 어르신 천 여명이 이들 뒤쪽에 앉아 어린이 응원단과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환영행사가 끝난 오후 3시 30분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됐다.

'세대공감 올드 앤 뉴'처럼 각 세대가 쓰는 말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맞추는 방식이다.

모두 열 문제. 어르신들은 엑박, 짤방, 출첵 등을, 어린이들은 우수리, 쏘개질, 모꼬지 등을 맞춰야 했다. 뽀빠이 이상용씨의 사회가 대회에 감칠맛을 더했다.

대회가 진행된 30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는 없었다. 나이가 다른 네티즌들이 있을 뿐이었다. 문제를 가장 많이 맞춘 팀은 디지털카메라와 X박스 게임기를 받았다. 뛰어난 검색능력보다 얼마나 서로 공감하느냐가 우승포인트였다.

◆ "손자와 티격태격 검색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이날 '환상의 복식조'였던 조 할머니와 김 군의 모습은 여느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과는 달랐다.

무뚝뚝한 성격의 김 군은 조 할머니가 잘못 클릭하기만 하면 "아이참, 그게 아니잖아요"라며 핀잔을 준다.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다. 일년 전부터 자신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할머니를 친구처럼 느껴서다.

도봉복지센터에서 1년 정도 컴퓨터 교육을 받은 조 할머니는 이런 손자를 나무라기 보다는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며 실수를 고쳐 나간다. 가끔 김 군이 검색을 잘못 할 때는 "너도 잘 못하잖아"라며 슬쩍 앞서 당한 것을 되갚아 주기도 한다.

조 할머니는 "나는 수유동에, 손자는 면목동에 살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이가 가까워졌다"며 "대회를 준비하면서 손자가 쓰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안가니까 좋죠 뭐"라며 익살스레 출전소감을 밝힌 김 군도 할머니의 컴퓨터 실력에 대해서는 "친구 할머니들은 대부분 이메일을 못보내시는데 우리 할머니는 다르다"며 어깨를 으쓱 거렸다.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이들은 MSN메신저에 가족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과제를 늦게 푸는 바람에 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할머니와 손자는 서운하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세대간 언어장벽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느낀 '소통의 시원함'은 25도를 웃돌았던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김연주기자 tot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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