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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여성 e-Biz 창업, "만만하지 않다"


 

최근 고학력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IT인프라를 활용한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창업이라는 인식과 '투잡스' 개념의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이 같은 관심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그러나 주부 라인 쇼핑몰 창업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지난 2003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의 지원으로 개업한 70개의 여성 온라인 쇼핑몰 중 2006년 1월 현재 문을 닫은 곳이 40개가 넘는다. 절반 이상이 중도 탈락한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사이트 관리자들은 ▲특색있는 아이템 선정 ▲철저한 고객관리 ▲일정한 규모의 자본과 마케팅 등을 성공의 요건으로 꼽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사업가적 열정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 여성 인터넷 쇼핑몰 창업, 정부 지원으로 '탄력'

여성들의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과정은 지난 2003년을 전후해 산업자원부와 여성부, 정보통신부 등에서 경쟁적으로 내놨었다.

특히 정통부의 경우 여성에 대한 대규모 e-비즈니스 교육을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44시간의 쇼핑몰 창업을 위한 경영 소양 교육과 소프트웨어 조작 실습을 실시했다. 민간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5만 명의 여성 인터넷 쇼핑몰 창업 인력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정통부는 개인이 5만 원의 비용만 부담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내놨다.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위한 이 같은 교육은 2003년 당시 남성(77.6%)에 비해 턱 없이 낮았던 여성(48.8%)의 경제 활동 인구율을 끌어 올리려는 목표로 진행됐다. 정보화 능력이 있지만 성차별과 결혼에 따른 가사 등의 문제로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고학력 여성인구를 흡수하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2003년 당시 연 평균 30%씩 늘고 있던 인터넷 쇼핑몰 수와 100%씩 증가하던 거래액은 이 같은 정부 방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상대적으로 액세서리 등 '소프트'한 아이템 위주의 창업이 일반화되고 있던 상황과 인터넷이라는 접근성이 높은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가사 노동 등을 하는 여성들도 쉽게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정부의 인식도 여성 인터넷 쇼핑몰 지원사업의 추진력을 형성했다.

◆ 잘 팔리는 아이템 위주 재편...쇼핑몰 별로 희비 엇갈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 쇼핑몰의 운영 현황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아이템과 철저한 고객관리를 실시한 쇼핑몰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상당수 쇼핑몰들은 개점 휴업 또는 폐업 상태다.

정통부의 여성 e-비즈니스 사업으로 2003년 총 70개의 인터넷 쇼핑몰이 창업됐지만 현재 절반이 넘는 40여 개 웹사이트는 사실상 폐업된 상태다.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부분이 액세서리 등 특별히 차별화되지 않은 아이템에 집중돼 있는 데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까지 성업 중인 인터넷 쇼핑몰을 살펴 보면 이 같은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수제화와 맞춤 구두 등 여성화를 판매하고 있는 '아루구두(www.arushoes.com)'는 차별화된 아이템과 안정적인 제품 공급선을 확보해 성공의 기반을 확보한 경우다. '아루구두'는 액세서리 등에 집중된 아이템에서 벗어난 데다 제품 생산공장과 제휴 관계를 형성해 다양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

맞춤동화와 맞춤달력, 아동서적 판매 쇼핑몰인 '선물해닷컴(www.sunmulhea.com)'의 경우도 액세서리 위주의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기성 제품이 가지고 있지 못한 '맞춤'이라는 강점을 십분활용해 고객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특히 눈에 띄는 부분. 자신을 비롯한 다양한 사진이 들어가 있는 책을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화이트데이 등의 특정일을 겨냥한 판촉을 벌이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귀고리, 목걸이 등 패션 전문 아이템을 판매하는 '미아이템(www.miitem.com)'은 적극적인 고객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정 금속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실시간 상담해 주는 한편 디자인 등에 대한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노력이 눈에 띈다.

액세서리의 경우 여성별 취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질문의 방향도 제각각이지만 추가설명을 요구하는 댓글이 거의 없을 만큼 응답 내용이 알차다는 게 이 쇼핑몰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귀를 뚫기 어려워하는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별도로 입고해 놓는 한편 특정 카드를 사용할 경우 할인을 해 주는 적극적인 노력도 돋보인다.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생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시장 조사와 철저한 고객관리, 하루 24시간을 투자하겠다는 각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창업 후 1년 간 4시간 이상 못 잤어요"...한아름 '아루구두' 운영자

12일 성수동에 위치한 여성화 전문 인터넷 쇼핑몰 '아루구두' 사무실에서 만난 한아름 운영자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 운영자가 '아루구두'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3년 7월 정통부에서 실시한 여성 e-비즈니스 교육 수강을 마친 직후다. 구두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던 경력과 자기 사업에 대한 욕구가 섞여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 운영자는 밝혔다.

당시 교육과정에 대해 한 운영자는 "포토샵 등 기술교육 과정은 교육 시간이 길지 않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교육 전에 관련 내용을 따로 익힌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 사진 촬영과 판매 활동에 적합한 도메인 설정 등 창업에 필요한 교육을 개인적으로 1년 동안 받았다는 한 운영자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성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한 운영자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생각과 달리 적지 않는 자금력이 필요하다며 소자본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아루구두'의 경우 광고비가 포털 등에 한 달에 200만 원 가량 들어간다"며 " 설립 시 초기 투자 비용도 2천만 원 정도 소요됐다"고 귀띔했다.

한 운영자는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쇼핑몰의 존재와 새로 들어 온 제품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광고가 필수적"이라며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광고비가 크게 올라 적은 자본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루구두'는 구두 제조공장과 일종의 동업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대량으로 수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 쇼핑몰 창업 1년이 지난 2004년 8월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한 한 운영자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선을 확보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루구두'의 성공 이유에 대한 질문에 한 운영자는 "연예인들에게 제품을 협찬하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남들이 다하는 아이템이나 경영 전략에 매달려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을 세심히 분석하는 장기간의 준비가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호기자 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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