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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북한에도 포털 사이트 있다"


 

"최근 딱친구(단짝친구)와 빈번하게 정보통신기술판매소(PC방)를 드나들며 직결유희(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는 소학교(초등학교 1학년 ~ 4학년) 어린이들이 많아 당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북한식 표현으로 작성해 본 가상의 기사다.

만약, 괄호 안 설명이 없었다면 이 짧은 문장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남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보다 먼저, 북한에도 '중독'될만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는 한 것일까? PC방 요금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1월 10일 '남북한 공통 정보화교육 용어사전'을 펴낸 정보통신부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원장 손연기)은 남북한이 같은 말로 표현하는 정보통신 용어는 전체의 42% 수준이며, 18%는 전혀 다른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양측의 IT인프라 격차를 말하기 이전에, 사용하는 말 자체가 너무 달라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 남북한 IT용어 '이렇게 달라요'
남한말 북한말
노트북 학습장형 콤퓨터
팝업 튀여나오기
배너광고 간판광고
네티즌 망시민
인터넷 서핑 망유람
드래그 끌기
더블 클릭 두 번 찰칵
온라인게임 직결유희
키워드 열쇠단어, 실마리어
PC방 정보통신기술판매소, 기술봉사소
스크롤바 흘림띠
디렉토리 등록부
단축키 지름건
서버 봉사기
부팅 기동
데이터 베이스 자료기지
램(RAM) 읽기 쓰기 기억기
롬(ROM) 읽기 전용 기억기
클립 아트 오림 삽화철
백업 여벌
근거리 통신망 국부망

[ 참고 : 정보통신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남북한 공통 정보화교육 용어사전' ]

그러나, 기술적인 격차를 이야기하기 이전, 남북은 이처럼 서로가 이용하는 IT용어를 '사전' 찾아가며 이해해야 할 만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일 이후의 정보격차 해소방안을 논하기 이전, '북한IT의 오늘'을 제대로 아는 일이 더욱 시급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남한이 '안다고 믿는' 북한의 IT 현황은 어떨까? 이념의 38선이 한반도를 갈라, 반 세기를 등져온 남북. 이제 IT가 '21세기의 38선'이 되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IT와 IT로 조망해보는 통일 문제에 대해 지난 84년 북한 이공계 명문 김책공대를 졸업하고, 컴퓨터기술대학 등 북한 내 IT전문인력 양성기관에서 18년간 OS(운영체제)를 가르치는 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2003년 겨울 남한을 찾은 새터민 김상명(46·가명)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이하는 김상명 씨와의 일문일답.

*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 북한이 지난 2002년 단행한 대대적인 경제 조치. 북한 당국이 사실상 기존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환율과 식량, 연료, 전력, 교통요금, 집세, 임금을 수십 배에서 수백배까지 인상, 실물경제를 반영했음. 그러나 수급 불균형으로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 나타나고 있음.

- 북한의 민관 컴퓨터 보급 현황은.

"함흥 등 몇 개 대도시의 경우 대규모 기업소(일종의 기업연합체. 유관 공장이나 기업소, 원료 및 연료생산기업과 이를 이용하는 기업을 하나로 묶어 계열생산체제를 형성하는 트러스트(Trust)의 한 형태')나 관공서의 30% 정도에 컴퓨터가 보급돼 있다.

지난 2003년 현재 북한 전역을 잇는 유일한 인트라넷 '광명망' 가입자는 기업소와 관공서가 전국 3천 700개 소였다.

개인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일각의 편견처럼 '전무'한 것은 아니다. 보유 PC는 대개 486 수준. 기관에는 펜티엄 급 컴퓨터가 보급돼 있다. 2003년, 함흥 1개 도시에만 광명망 가입자가 400 가구 정도였다.

평양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모든 인프라가 우수하다. 남한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도 도농간 정보격차가 현격하다. 평양은 타 지역 평균과 비교할 때 20~ 30% 정도 사정이 낫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관공서나 개인 보유 PC중 광명망에 연결돼 있지 않은 컴퓨터가 상당수다. 설치비와 종량제 이용료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이다. 때문에 통계에서 누락돼 있는 PC와 지난 3년 동안의 증가분 역시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 컴퓨터 외에 이동전화나 PDA, MP3P 보급 상황과 이용요금은.

"2002년 9월 북한 체신청은 태국의 록슬리사와 동북아시아전화통신회사(NEAT&T)를 설립해 유럽 방식(GSM) 이동전화망 구축을 시작했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지난 2004년 용천대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북한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한 때 2만 명까지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탈북 이후인 2004년, 이동전화를 통해 사고 사실이 국외로 알려지면서 당국이 전화를 압수하고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시켰다는 후문을 들었다.

2003년 기준 이동전화 한 대의 가입비는 500$ 였다. 이 돈이면 방 두 칸의 중형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다. 전화요금도 3분에 25원, 일반 주민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도 당의 고위 간부 정도만 지니고 있었으며,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리를 지나가면 모두들 발 길을 멈추고 쳐다볼 정도였다.

PDA가 북한에서 조립돼 제3국으로 수출된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북한에서 실제로 PDA를 본 적은 없다. MP3P역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기 자체도 아주 귀하지만, 설사 들여온다 한들 MP3P내에 담을 수 있는 음악 파일을 거의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개인이 컴퓨터를 구매하려면.

"당성, 신분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다. 북한에서 '현아'라고 부르는 달러, 유료, 엔 등 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각 도에 한 두개정도 설치돼 있는 컴퓨터 판매소에서 컴퓨터를 살 수 있다.

평양에서는 외화상점을 찾을 수도 있고, 외제 컴퓨터를 들여와 직접 판매하는 신흥무역회사, 대성무역회사 등 직매사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워낙 가격이 비싸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하나, 개인은 프린터나 스캐너 등 작업 내용을 외부로 출력할 수 있는 기기는 보유할 수 없다."

- 조립PC를 이용하기도 하나.

"그렇지 않다. 남한의 조립PC와 북의 그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북한에서 조립PC는 군사용 등 특수목적용 컴퓨터를 만들 때 이용된다."

- 사양별 컴퓨터의 대당 가격은.

"펜티엄 이하 사양은 150$ 미만이다. 이런 컴퓨터는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기타 펜티엄Ⅰ은 150$ 정도, 펜티엄Ⅱ가 250$ 이상, 펜티엄Ⅲ가 350$ 이상, 펜티엄Ⅳ가 600$ 이상이다."

◆ 북한의 컴퓨터 가격, '싼' 걸까 '비싼' 걸까?

달러로 표현된 북한의 컴퓨터 가격은 남한 사람들에게 언뜻 '저렴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 현지 물가를 고려할 때 컴퓨터 값은 일반 주민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가다.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북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2천 500원 ~ 3천 원 수준. 개선조치 이후 달러당 북한 원화의 공식환율은 150원 수준이다. 그러나 내부 거래시 적용되는 환율은 2002년 9월 현재 230원, 자본주의식 암시장인 장마당 환율은 달러당 290원 ~ 300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대외거래에 적용하는 공식환율로 펜티엄Ⅰ의 구매 가격을 계산해보면, 북한 돈 2만 2천 500원. 이는 노동자들이 10달 가까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600$인 펜티엄Ⅳ를 사려면 한 달 2천 500원을 받는 노동자가 36개월, 3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 전부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형 아파트 한 채 값이 500$ 수준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내부환율과 장마당 환율을 고려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북한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상징하는 의미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컴퓨터 브랜드는. 자체 생산 컴퓨터는 없나.

"북한에 보급돼 있는 대부분의 컴퓨터는 외산이다. 미국의 셀러론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일본 NEC의 중고 컴퓨터와 미국의 AMD 등도 많이 들어와 있다. 해당국 오리지널 제품이 직수입 통로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개 중국이나 대만 등을 경유해 제3의 루트를 거쳐 유입된다.

한국에서 들어온 컴퓨터도 제법있다. 한국의 LG전자, 삼보, 주연테크, 삼성 컴퓨터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제품들은 과거 한국 기업들이 대북 지원 물품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이렇게 들어온 물자를 모두 주민들에게 되팔고 있어 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당국이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을 해도 그 제품들이 한국산임을 주민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주민들은 IT의식이 상당히 낮지만, 한국의 삼성전자가 일본 유수 기업과 세계에서 겨룰만한 수준의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양컴퓨터조립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아침 팬더' 컴퓨터도 있지만, 사실상 모든 부품을 들여와 최종 하우징, 즉 조립만 하는 수준이다. 대부분 펜티엄 펜티엄Ⅲ, Ⅳ 사양인 이 제품은 해외 수출용이다. 하청받아 조립만해서 국외로 내보내고 있다. 구매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최소 500$ 이상을 줘야 한다."

- 북한에 전략 물자와 기술 수출을 금하는 각종 국제협정이 있는데, 컴퓨터 수입이 가능한가.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바세나르 체제를 비롯해 미 국무성내 규정 등을 이유로 북한에 고사양 컴퓨터를 자유롭게 반입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펜티엄Ⅱ급 컴퓨터의 반입은 크게 규제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

- 미국 컴퓨터가 보급된다면, 운영체제로 윈도우즈도 사용하나.

"대부분의 컴퓨터에 MS 윈도우즈가 깔려있다. 2003년에도 윈도우즈XP가 설치된 PC가 적지 않았다."

- 북한은 리눅스 기반 OS(운영체제)를 고려해오지 않았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당국이 중장기적으로 리눅스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독자 운영체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현재는 윈도우즈가 대부분이다.

워드 프로그램도 대부분 MS 워드를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윈도우즈를 구동시킨 이후 영문판 MS오피스 프로그램에서 조선어와 일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북한 자체개발 프로그램 '단군'을 이용하면 우리글로 MS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자체개발한 워드 프로그램으로 '창덕'과 '내 나라'가 사용되고 있다."

- 북한에서는 노트북이 더 많이 이용된다는데.

"잘못된 정보다. 학습장형 콤퓨터(노트북)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거의 드물다. 노트북을 직접 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 컴퓨터를 구입해서 사용하기 위한 절차는.

"컴퓨터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세 가지 검사를 통해 확인증을 발급받지 않으면 설치가 불가능 하다.

개인과 기관을 막론하고, 북한내에서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하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데스크톱 컴퓨터를 구입한 영수증이 필요하다. 중국 등 접경지역 국가를 통한 밀수와 이를 통한 국내 정보의 대외 유출 혹은 반체적인 소위 '황색' 자료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영수증을 지참하고 먼저 할 일은 국가보위부 16국 '전파감독국'에서 '반전파검사'를 받는 일이다. 시스템 내에 이상한 발진을 일으키는 기능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위성이 감지할 수 있는 기가헤르츠 대역의 발진을 통해 교신을 시도한 사례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경찰기관의 검열이 기다린다. 해당 시, 도 인민보안성 분소에 가서 설비 등록을 해야 한다. 여기서 등록증을 받고 나서는 세 번째로 출판총국 출판검열국에 가서 하드디스크 검사를 받는다.

반사회주의적인 '황색' 자료가 하드에 몰래 저장돼 있지 않은지 검사하는 것이다.

이 처럼 세 번의 검열을 통과한 확인증을 붙여야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를 거친 이후에도 '황색' 자료 여부를 검열하는 세 번째 과정은 언제든 불시에 이뤄질 수 있다. 이 때 적발되면 먼저 컴퓨터를 압수당하며,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되기도 한다."

◆ 남북 정보격차 해결위한 선결과제는 '전력'

김상명 전 교수는 기술적인 수준만 고려하면 북한에서도 사무 전자동화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작업보다는 인력의 수작업이 더 많다. 이유는 바로 '전력 수급 불안정'.

북한의 전력사항은 알려진대로 상당히 불안정하다.

그러나 하루에도 많게는 10번까지, 한 번에 2시간 이상 전력이 끊어지는 상황에서 언제 전원이 꺼질지 모르는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할 수는 없는 일.

김 씨는 "따라서 자동화 작업이 편리함을 익히 알고, 고급 기술 인력도 적지 않지만 수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재직했던 한 대학에서도 30만 장서의 DB화를 끝내고 검색을 통해 책과 정보를 찾아내며, 자동 대출,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나, 전력 사정이 나빠 구동 석 달만에 기존 방식으로 되돌리고 말았다는 것.

컴퓨터 자제도 부족하지만, 대단위 기업소나 관공서에서 개인에게 PC를 지급하는 대신 컴퓨터실을 만들어 놓고 문서작업이나 파일 업, 다운로드 등 간단한 작업에만 이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인트라넷 '광명망'은 어떤 기능을 하나. 인터넷 접속은 불가능한지.

"북한은 국가 단위에서 인터넷 접속을 거부하고 있다. 풍문에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단둥 지역의 인터넷 선을 연결해 이용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대신 북한에서는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구축한 인트라넷 광명망을 이용하고 있다. 민관이 함께 사용하는 광명망에 접속하면 유일한 포털 사이트 '광명'도 이용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광명의 주 목적은 데이터베이스화 돼있는 과학기술자료를 기업소와 개인이 열람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인트라넷인데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검색과 정보처리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광명에는 조선중앙통신이나 '로동신문' 등 방송, 신문 발행기관 사이트 등도 링크돼 있다. 잡지 등 전자출판물도 상당 수 등록돼 있다. 이외에 간단한 게임, 교육 정보 등도 이용할 수 있다."

- '광명망'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설치 및 사용 요금은.

"가입을 위해서는 집에 비섬유(광케이블) 전화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남한이 전화선에 모뎀을 연결해 쓰던 PC통신 시절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2000년대 초만 해도 북한의 전화보급률은 1천 가구당 1, 2대 수준이었다. 게다가 광명망 가입비가 5천 원, 종량제 요금이 3분당 5원 ~ 6원 이었다. 가입비만 노동자의 두 달치 월급 수준이니 컴퓨터를 어렵게 구입했다고 해도 굳이 활용도가 높지 않은 광명망에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 북한에도 초고속통신망이 설치되고 있다는데.

"환경은 열악하지만, 북한 당국은 정보화 추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 온 후 2004년부터 북한에 초고속통신망을 통한 정보고속도로가 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해 평양내 설치를 끝내고 2005년에는 함흥까지 올라갔다는 후문을 들었다. 모뎀이 아닌 랜카드 방식으로 네트워크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러나 초고속통신망 이용에는 광명망 가입 및 이용요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남한처럼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서핑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없으니 당분간은 광명망처럼 소수 특권층만 이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이메일을 사용할 수는 없는지.

"광명과 광명망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여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남한처럼 개인용으로 홈피를 개설하고 전자상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는 이뤄지지 않는다. 남한처럼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자유로운 검색이나 블로그, 게시판을 통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메일 계정을 받을 수는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광명망에 가입해야 하며, 원하는 사람에게 당국에서 일률적으로 메일 계정을 할당해 준다.

그러나 이메일을 주고 받자면 이용하는 사람이나 수신인 모두 광명망에 연결된 컴퓨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다 모든 메일 내용이 보위부 10국을 통해 검열되기 때문에 개인용으로 이메일을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우체국에서 '이메일 봉사'를 통해 보내고자 하는 내용을 접수원에게 적어주면 대신 쳐서 보내주기도 하지만,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기업소나 기관에서는 이를 통해 간헐적으로 경영 성과 등을 공유하는 일이 있다."

◆ 북한에도 'PC방'과 '온라인 게임'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북한에도 '정보통신기술판매소(PC방)'가 있다. 여기에서는 한 달에 북한 돈 2만 원에 컴퓨터 강습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게 현지를 방문한 이들의 전언이다.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우리 청소년들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새터민들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하드디스크 내에 게임을 저장했다가 그 때 그 때 즐기는 PC게임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지난 2004년 이후에는 광명망 내에서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온라인게임)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에서 가장 널리 즐기는 게임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PC게임 '테트리스'라고. 전쟁게임인 '히틀러'와 공주를 구해내는 전형적인 무협 스토리의 게임들도 사랑받고 있다.

게임 프로그램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컴퓨터 구매 당시 내장돼 있는 PC게임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조선콤퓨터센터와 평양정보센터 등이 개발해내는 게임을 구매하는 것. 게임당 구매 비용은 3천 원 ~ 5천 원 정도로 고가다. 이외에 중국 접경 지역에서는 중국을 통해 들여온 게임을 몰래 즐기는 경우도 있다.

게임도 검열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드디스크 내 '황색' 자료를 수시로 검사하는 출판총국의 불시 검열을 통해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있는 게임을 즐기다 적발되면, 자료를 삭제당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를 압수당할 수도 있다.

- 북한의 정보화교육 현황은.

"앞서 설명했듯 북한 당국도 정보화의 중요성은 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대단위 기업소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콤퓨터 배우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두달에 한 번 정도 이뤄지는 교육은 칠판에 컴퓨터의 자판을 그려놓고 가상으로 자판 치기 연습을 하는 등 말로 가르쳐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걔중 사정이 나은 곳에서는 컴퓨터를 한 대 놓고 시연해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 컴퓨터기술대학 등 전문기관에서의 교육과정은.

"전문 기관의 강의는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론부터 OS와 프로그래밍, 하드웨어 설계와 조립, 어셈블리어 등을 배운다. 다만 모바일 분야와 월드와이드웹(www)은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해 이 분야 강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 새터민을 대상으로 한 남한의 정보화교육을 평가, 조언한다면.

"컴퓨터를 껐다 켜거나 자판을 익히고, 간단한 문서 작성법을 알려주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다. 새터민 대부분이 컴퓨터를 직접 이용해 본 일이 없음을 고려하면, 수준을 논할 단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처음 남한에 와서 한 달의 조사를 받고, 이후 머물게 되는 하나원 체류기간은 삼 개월이다. 이 때는 주당 4시간 씩 이같은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지만, 이후 노동부와 보건복지부, 거주지 관할 구청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정보화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당장 남한에서의 경제자립 문제로 부심중인 이들에게 '밥벌이'와 관계 없는 컴퓨터 놀이는 부질없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IT는 이제 남한 사람들에게 생활의 일부와 같다. 여기에 새로 정착해야 할 새터민들이 IT를 제대로 알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들을 IT와 보다 친숙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훌륭한 강사가 필요하다. 새터민 대상 IT교육에 나서는 강사들은 대부분 경험이 부족하거나 교수법에 익숙지 않은 분들인 듯하다. IT와 너무 먼 사람들이기 때문에, IT를 정말 잘 알고 새터민과 IT를 이어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 줄 강사가 필요하다.

먼저 남한에 와서 각종 강의를 수료하고,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IT이해도가 높은 새터민들을 강사로 적극 활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각 부처와 기관의 정보화교육이 보다 유기적으로 피교육자의 수준을 제고시켜줄 수 있도록 설계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같은 교육, 비슷한 수준의 형식적인 강의가 난립하고 있지만, 예산 투입대비 참여율과 강의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새터민을 열등하고 가난한 형님네 군식구로 여기지 말고, 통일 이후 남북한 사회가 겪을 충격을 완화시켜줄 완충재로 이해하면 이들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투자와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 남북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정보격차 해소가 통일과 통일 이후 질서확립에 미칠 영향은.

"남한이 북한을 지원해 정보격차 해소 작업을 벌이자면, 가장 먼저 전력 수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양의 컴퓨터를 들여오고 초고속통신망이 전역에 보급된다 한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두번째 믿을만한 북한내 정보화 담당 파트너를 찾아내야 한다. 전언했듯 북한에 지원되는 각종 물자를 북한은 주민들에게 되팔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이 실제로 컴퓨터를 접할 수 있도록 북한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교육성 등과 함께 일종의 대단위 '프로그램 센터'를 만들고 직접 컴퓨터를 설치해 여기서 정보화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의 교재 등을 이곳에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북한 주민들이 컴퓨터와 보다 가까워지고, 이 컴퓨터가 다시 인트라넷에 연결돼 한정적이지만 의사소통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주민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북한 사회가 변화될 수 있는 하나의 동인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통일 이후 지나치게 기울어 있는 남북 시소의 균형을 잡는데 들어갈 '통일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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