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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 세상] 새터민, 그들도 IT강국의 코리안이다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서"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컴퓨터로 인터넷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던 새터민(북한이탈주민) 권정순(37·가명)씨는 강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팔등에 이마를 묻고 엎드려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핏기를 잃었고 구토증세를 호소했다.

깜짝 놀란 강사는 권씨를 옆 사무실에서 한동안 안정을 취하게 했다. 잠시 후 권씨로부터 사정을 듣고난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인 권씨는 태어나서 한번도 전자제품을 사용해 본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컴퓨터 모니터는 너무도 혼란스런 물건이었고, '전파 무공해'인 그녀에게 전자파는 너무 강한 자극 이었을 것이라고 강사는 이해했다.

새터민의 정착을 위한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이미 총 30시간 동안 컴퓨터 교육을 받은 그녀 였지만 여전히 컴퓨터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이었던 것이다.

권씨의 사례는 새터민 중에서도 좀 특별한 것이긴 하지만 그들은 분명 남한의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디지털 격차'란 말 보다는 '디지털' 그 자체부터 힘겹게 받아들여야 하는 장벽인 것이다.

1998년 7월 개원한 하나원이 2002년부터 정보문화진흥원(KADO)를 통해 고정프로그램으로 정보화교육을 시키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교육시킨 새터민 수는 4천696명. 이들에게는 30시간의 정보화 기초교육이 이뤄진다. 또 기초교육을 마친 사람들 중 지원자에 한해 지난 2003년부터 120시간의 실용교육과정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실용화 교육은 ▲운영체제 ▲한글 ▲인터넷(전자상거래 및 전자정부 활용 포함) ▲엑셀 ▲파워포인트 ▲홈페이지 제작 등 6가지다.

◆당장 먹고 살기가 더 힘든 새터민들

하나원 교육이 끝나면 새터민들에게는 10평 규모의 영구임대 아파트가 지급되고 일정금액의 정착금이 5년간 분기별로 나눠 지급된다. 그러나 이들은 당장의 생활이 더 시급해 정보격차란 말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2004년 남한에 온 김동호(46·가명)씨는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나라에서 월급의 50%를 보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사장들은 우리 보다는 외국인 근로자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한국인인 이들이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또 북한을 떠나 대부분 3~5년에 걸친 도망자 신세를 거쳐서 남한에 온 이들에게 정상적인 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취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터민의 생활의 어려움은 정보화 교육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정보문화진흥원은 새터민이 원할 경우 중고PC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중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절반도 채 안된다. 이용하는 방법이 서툴기도 하지만 당장 인터넷 사용요금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새터민에게는 초고속인터넷 요금의 30%를 할인해 줘왔으나 이마저도 2년전부터 없어졌다.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디지털 교육에 관심은 있어도 꾸준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KADO의 서종길 교육사업팀장은 "무료로 실용교육을 120시간씩 시키고 있지만 교육을 받는 중에도 취업이 되거나 일자리가 생기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분들에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보화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당장 생업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절반이 인터넷 이용법 몰라

새터민은 컴퓨터 보유는 물론 컴퓨터 이용률, 인터넷 접속률 등에 있어서 우리나라 전체 평균에 비해 현격히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KADO가 2005년 8월 현재 국내 정착 새터민 중 만 7세 이상 남녀 700명과 2005년 8월에 하나원에 신규 입소한 81명 등 총 7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이하 2005년 8월 기준)

새터민 가구 중 컴퓨터를 갖고 있는 가구는 57.1%로 절반 정도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KADO가 신청자에게 무료로 중고PC를 지급한 결과까지 포함돼서 그렇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 78.5%보다 20%p이상 낮다.

새터민의 컴퓨터 이용률도 55%에 불과해 전체 국민의 컴퓨터 이용률 73.3%에 비해 크게 낮았다. 특히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45.7%에 불과했다. 컴퓨터를 갖고 있는 가구중에서도 절반 이하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접속률은 73.4% 였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새터민은 '이용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52.5%로 대답했다. 새터민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이용법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이 '이용비용의 부담 때문'이 24.1%로 2위를 차지했다.

결국 남한에 정착한 그들에게 누군가가 컴퓨터를 주고, 인터넷 이용법을 가르쳐 줘야 하며, 이용요금도 할인해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2차 정보격차 해소 5개년 계획에서 새터민을 정보화 4대 취약 계층중의 하나인 저소득층에 포함시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정보문화진흥원 교육사업팀 박문우 과장은 "새터민은 같은 저소득계층이라도 좀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갖고 있지 못해도 살아가면서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고, 다양한 디지털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은 남한 사람과 소수의 사람만이 컴퓨터를 다뤄본 새터민은 출발부터 다르다는 점을 이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조사결과 새터민 중 북한에서 컴퓨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7.7%, 인터넷(인트라넷)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그나마 입국전 중국이나 제3국에서 사용해 본 경험까지 합쳐야 인터넷 사용비율은 10.1%에 그쳤다. 열명중 아홉명은 인터넷을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상태로 남한에 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보화교육에 대한 욕구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 새터민이 더 높다.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새터민에게 향후 인터넷 사용 의향을 물은 결과 61.4%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전체 국민의 해당 응답 비율 21.2%에 비해 무려 40.2%p나 높게 나왔다. 이는 새터민들이 향후 인터넷 이용욕구는 높다는 것을 의미해 주위의 따뜻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주어진다면 그들도 '디지털 강국 코리아'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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