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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 따뜻한 디지털 세상] "사이버세상에서 제2 청춘 누린다"


 

올해 쉰네 살인 박희선씨. 그는 꾸려야 할 '집'이 두 곳이다. 실제 집외에 자신만의 공간인 '미니홈피(www.cyworld.com/naever)'라는 '집'을 또 하나 갖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마련한 그녀의 집은 그에게 '제2의 청춘'을 선물했다. 소녀적 감성이 묻어나는 배경화면과 음악, 그리고 미니룸을 장식하고 있는 아바타 등 20대 여성의 미니홈피와 다를 바 없다.

지난 2002년 딸에게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을 처음 배웠다는 박 씨의 인터넷 실력은 이미 수준급이다.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고 문자메시지도 휴대폰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보낸다.

"인터넷 배우느라 딸하고 많이 싸웠어요. 하지만 컴퓨터라는 게 어디 나이 어리다고 잘하고, 나이 많다고 못하나요."

박 씨에게는 10~20대들이 쓰고 있는 인터넷 용어조차도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ㅋㅋㅋ' 등 젊은 세대가 흔히 쓰고 있는 인터넷 표현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십자수, 퀼트, 비즈공예 등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박 씨의 미니홈피에는 박 씨가 직접 만든 작품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전시한 폴더가 따로 있다. 박 씨의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은 촬영부터 인터넷 게재까지 모두 박씨의 손을 통해 이뤄진다. 요즘에는 취미생활을 하느라 홈피 관리는 주로 저녁에 한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이처럼 사이버 세계에서만큼은 나이를 잊고 사는 박 씨에게는 사이버 친구들도 있다. 메신저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이 사이버 친구들은 미니홈피 '1촌'으로 이어져 그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씨가 미니홈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미니홈피가 최근 결혼한 딸과의 의사소통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씨의 미니홈피에는 마치 친구처럼 티격태격 정겨운 말을 주고받는 딸과의 대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에 능숙하다는 것 때문에 박 씨는 또래 주부들 사이에서 흔히 '스타'가 되곤 한다.

젊은 세대들이 명절 혹은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보내는 이모티콘과 특수문자로 이뤄진 문자메시지를 박 씨 역시 인터넷을 통해 또래 친구들에게 보내기 때문.

'정말 네가 보낸 것이 맞느냐'는 의심이나 '신기하고 부럽다'는 존경의 눈빛까지 받는다.

'나이를 잊고 살아온 나에게 실버세대라는 말은 약간은 충격이었다. 내가 벌써 실버세대에 속한단 말인가? 어이없이 슬픈일인듯... 그러나 현실인것을 어쩌랴. 마음만 젊어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은 최근 박 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쓴 글이다. 비록 '실버세대'가 됐다 하더라도 '젊게 사는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박 씨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글이기도 하다.

미니홈피 배경화면과 배경음악 등의 디지털 아이템 구매도 직접 한다는 박 씨. 그래서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길이 들어간 미니홈피는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그의 '진짜 집'만큼이나 박씨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어머니가 몇 살이시죠? 인터넷도 알려드리고 홈피 만드는 법도 알려드려요. 조금만 가르쳐드려도 금방 잘 하실텐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젊은 사람들만 해요. 꼭 부모님께도 가르쳐 드려요."

인터뷰를 끝마치며 박 씨는 기자에게 이같은 말을 거듭 당부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 시대의 아들과 딸 들이 우리 부모님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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