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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장애인 정보화교육, 이젠 '돈 버는' 강의다


 

"돈 없고, 힘 없고, 나이 많은 장애인. 정보화교육을 가장 원하는 사람들이다."

2004년, 정부의 정보격차해소 전담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장애인정보격차 실태조사' 자료는 정보화교육을 경험해 본 장애인 중 월소득 100만 원 미만(83.4%)의 저소득층과 무직층(81.4%), 그리고 여성(79.5%), 50대 이상(91.4%)의 장애인들이 정보화교육 수강을 가장 원했다고 보고한다.

IT강국에 살면서도 비장애인들 만큼의 정보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 그 중에서도 '마이너리티'로 구분되는 이들이 '정보화'에 가장 큰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2004년 현재 장애인들의 정보접근도는 일반국민의 72% 수준이다. 그나마 정보활용의 양적, 질적 수준은 모두 비장애인 대비 40% 안팎. 눈부신 IT의 혜택을 제대로 만끽하는 장애인들은 손에 꼽힐만큼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열망과 현실' 사이에 절망하고 있는 장애인들,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똑똑한 정보화 강의'는 없는 걸까?

◆ '돈 되는 강의 제공... 이러닝으로 시공간 제약도 극복',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 정보화 교육은 좀 '다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사이버연수원(http://edi.kepad.or.kr:8888)에서는 컴퓨터 이용법이나 인터넷 사용법같은 '초보적인' 내용의 강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지난 2002년부터 장애인들에게 '돈 되는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지원은, 다름 아닌 경제적 자립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의 여건을 고려해 대부분의 강의는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운 '이러닝(e-leaning, 온라인 원격교육방식)'으로 매년 2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개설 과목도 눈길을 끈다. 정보처리기사, 정보처리산업기사 등 두 달 코스의 IT 자격증 대비반을 비롯해 한 달 과정인 C언어, 케드,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등 전문 IT과정만 10개가 넘는다. 교육과정 관리도 엄격하다. 시혜성 교육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강의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한 달 코스 강의가 시작된 후 열흘째되는 날, 개인별 진도를 점검해 기준에 미달되는 수강생에게는 정중히 '수강취소'를 통보한다.

다음에, 제대로 공부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다시 도전하라는 의미다.

사이버연수원에서는 이외에도 IT분야 교육 외에 장애인들의 7,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돕는 1년 코스 강의나 외국어 능력시험, 사무자동화 관련 강의 등 보다 다양한 취업지원교육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IT를 이용해 '창업'을 돕는 '특별한 강의'도 눈에 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장애인들의 수요가 적절히 조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취업 기회를 얻기 힘든 장애인들이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인터넷 창업을 지원하면서, 옥션측 비즈니스 모델도 존중할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기업이 '돈만 대는' 방식의 장애인 지원 사업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옥션창업스쿨 강의의 첫 3주 교육은 오프라인 집합교육을 통해 인터넷 창업의 실제, 포토샵, HTML 및 디지털카메라 이용법, 상품 유통 거래 실무 등 인터넷 상점 운영을 위한 실무 강의로 구성되며, 나머지 7주 교육은 재택 실전 창업 과정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창업스쿨을 거쳐간 장애인들은 1, 2기 수료자와 실전창업과정을 이수중인 3기를 합쳐 모두 64명. '성공사례'는 손에 꼽히지만, 30% 정도의 수강생이 인터넷 창업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며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따뜻하기만' 한 게 아니라, '똑똑한 디지털'의 모범사례인 셈이다.

▲ 옥션 창업스쿨 '들여다 보기'

옥션창업스쿨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교육연수팀 이동석씨에게 수강 참여를 원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 수강생 선발기준은.

"중증장애인, 여성, 빈곤층에게 우선 기회를 주며, 전국 장애인에게 가능한 골고루 기회를 준다. 온라인 창업에 대한 이해, 인터넷 활용도가 높은 분들도 고려 대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가능성에 대한 열정이다. 얼마나 열심히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가 수강대상 선발을 좌우하는 요건이다."

-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 위주로 수강생을 선발하지는 않는가.

"3기까지 수강생의 평균연령이 40세 전후다. 오히려 연세가 많으신 분, 사회경험이 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 중증장애인이나 지방거주 장애인은 현장교육 참여가 어렵지 않은가.

"집합교육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숙식이 제공된다. 공단내에는 장애인들의 이용과 생활편의를 고려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렇게 3기까지는 공단에서 직접 3주간의 집합교육을 받았으나, 앞으로 4기와 6기 수강생은 일산 직업능력개발센터에서 5기와 7기는 전남 함평의 센터에서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 옥션내 창업후 혜택은.

"옥션측에서 장애인 창업주들에게는 상품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성공창업을 위한 측면 지원도 해주고 있다."

- 멘토링 시스템이 무엇인가.

"교육을 받는다고해도 수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성공창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따라 옥션측에서 분야별로 성공한 인터넷 쇼핑몰 사장님들을 장애인 창업주와 일대일로 맺어준다."

"이 분들이 창업과 판매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장사 노하우도 전수해주는 것이다."

- 성공케이스가 있는가.

"그간 알려진 1, 2기생들의 성공사례도 있지만, 3기 중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40대 중증장애인 수강생이 있다. 제주도에서부터 강의를 들으러 오셨는데, 처음에 메일을 보내는 법도 모르셨던 '넷맹'이셨던 분이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신 이후 창업 두달 사이 천 박스 이상의 귤을 판매해 모두들 감탄했던 일이 있다."

- 4기생 정원은 몇 명이며, 올해 교육은 언제 시작되나.

"4기부터는 25명으로 정원을 늘린다. 올해 교육은 2월 2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 옥션과 2년계약인 것으로 아는데, 내년 이후 운영계획은.

"처음 창업스쿨을 제안한 것은 옥션측이었다.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 함께 진행해나간다는 게 옥션과 우리 공단 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 '장애인 화이트컬러를 키운다', IT전문교육 과정 운영,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통신부 산하 국가 정보격차해소 전문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도, 기초 정보화 교육과는 별도로 지난 2004년 여름부터 IT를 통한 '장애인 화이트컬러' 양성에 목적을 두고 보다 전문화된 정보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방향선회'의 이유는 전언한 고용촉진공단의 '돈 되는 강의' 개설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흥원 측은 운용체계(OS), 인터넷 이용법, 워드프로세서 활용 등 단기간 진행되는 IT기초 교육이 장애인들의 소득창출과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6개월 안팎의 '장애인 IT전문인력 양성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교육 이후 수강생들이 IT관련 분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진흥원 측 발표에 의하면, 2004년 전국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1인당 400만 원씩을 지원해 이뤄진 첫 해 전문인력 양성교육에서는 모두 80명의 수료생이 배출됐으며, 이 중 20명이 관련 분야 취업에 성공했다.

첫 해 100여 명 안팎의 교육대상자를 선발했던 진흥원은 2005년, 교육 대상 장애인을 전국 6개 도시 175명으로 대폭 늘렸으며, 웹서비스(자바) 전문가 과정, 쇼핑몰 관리사 양성과정, 모바일 콘텐츠 개발자 과정 등 10개 교육과정을 개설해 5개월간 운영했다. 상대적으로 교육 이수에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DTP편집 디자이너 양성과정 등 다수 교육과정을 개설했던 것도 지난해 교육의 특징이다.

여러 민관 협력기관과 함께 실시하는 진흥원의 IT전문인력 양성 과정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진흥원 측은 1, 2기와 마찬가지로 전문 IT교육을 수료한 후 관련 분야 종사를 원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6월 경 모집 공고를 내고, 7월 초 신청 접수를 받아 전문 교육과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장애인 정보화 교육 정보, '여기서 얻자' - 장애인 정보화교육사이트(http://able.kado.or.kr)

국가 정보격차해소 전담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운영한다. 장애인과 그 가족을 비롯 노인, 저소득층, 농어촌 지역주민 등 정보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초 부터 중급까지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는 전국 141 개 민관 교육기관 정보를 안내한다.

아쉬운 점은 사이트내에 교육기관별 강의 개설 현황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는 것. 교육 내용과 강의 시간은 각 교육기관별로 달라, 기관별 홈페이지 방문을 통해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수강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사이트에서 회원가입후 온라인 수강신청하거나, 해당 강의가 이뤄지는 교육기관에 직접 문의하면 된다.

이동이 어려워 현장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라면, '방문교육'을 이용해보자.

지난 2002년 부터 진흥원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집합교육 참가가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도우미들을 각 가정으로 파견해 기초 IT강의를 제공하는 '방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1, 2급 중증 장애인들은 정보화교육사이트에 접속해 방문교육을 신청,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이 고장을 일으킬 때, 문제가 생겼는데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정보화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 2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서비스는 월 3회 이용가능하며, 전화나 온라인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 방문이 필요한 경우 도우미도 보내준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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