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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2005] 개선없는 P-CBO 부실...'삭막한' 기보 감사장


 

28일 열린 기술보증기금(이사장 한이헌, 이하 기보) 국정감사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회사채 담보부 유동화 증권(P-CBO)의 부실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면서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2001년 초부터 진행한 2조3천234억원의 P-CBO 보증이 지난 5월 말 현재 7천821억원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를 가져온 가운데, P-CBO 상환보증 8천22억원 가운데서도 2천575억원의 추가 부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데도 당시 P-CBO 정책의 입안에 있어 핵심 역할을 했던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경 전 기보 이사장은 합당치 않은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해 재경위 의원들의 화를 돋구었다.

이에 따라 기보 국감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업무를 이 따위로 하니 기보가 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성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전날 열렸던 신용보증기금(이사장 김규복, 이하 신보)의 국감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격려와 함께 진행된 점과 큰 대조를 보인 것.

이에 따라 취임 3개월여를 맞은 한이헌 이사장은 현재 P-CBO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은 물론 과거 정책 입안 당시의 문제까지 덮어쓰며 진땀을 빼야했다.

◆"P-CBO 부실, 재경부가 조장" 성토

국회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P-CBO 관련 부실은 정책 입안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재경부 전 장관을 비롯해 증인들이 국감장에 나오지 않는 방자한 모습을 보였다"고 성토했다.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지난 2001년 P-CBO 보증공급액을 2조원 증액하기로 결정할 당시 운영위원회의 의결이나 재경부 장관의 승인도 없이 1조2천122억원이 추가로 공급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재경부의 암묵적인 지원 약속 또는 지시 없이 당시 유동성이 9천400억원에 불과했던 기보가 무리하게 추가 출연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재경부의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감사원의 P-CBO 감사결과는 재경부의 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감사원은 이 전 이사장이 재경부의 승인 없이 P-CBO 보증을 1억원 증액했다고 밝혔지만, 재경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며 "감사원이 재경부를 감싸고 기보에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한 이사장은 "정부의 정책 입안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위험성이나 재정소요 정도, 업무역량 측정 등에 있어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한 기보 쪽에 90%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듣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앞서 재경부에서 P-CBO와 관련해 이미 책임이 있다고 시인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기보 간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사후처리 미흡...P-CBO 부실 확대

P-CBO 보증의 상환보증에 대해서도 추가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P-CBO 보증 가운데 376개 기업에 대해 8천22억원의 상환보증(P-CBO 보증 만기시 일반보증으로 전환)을 취급해 지난 7월 말 현재 1천688억원의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상환보증 가운데 2천575억원의 디폴트가 발생한 것으로 전망돼 P-CBO 보증의 최종 디폴트 금액이 1조396억원(최종 디폴트 비율 44.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의원은 "상환보증으로 인한 디폴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보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기보는 앞서 P-CBO 사업을 진행한 신보와 달리 후순위채 인수를 요구하지 않아 보증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며 "이는 보증공급 목표달성에만 급급했던 당시 기보 경영진의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기보는 P-CBO 보증의 사후관리에 외부업체를 동원해 162억원이라는 거액을 지출하고도, 다수의 보증업체들이 자금을 목적 외에 유용한 것을 막지 못했다"며 보다 근본적인 사후관리 방안의 마련을 요구했다.

◆신보와 중복 문제...특성화에 주력 촉구

이밖에 의원들은 전일 신보에 대한 국감 때와 마찬가지로 양 기금의 중복보증으로 인한 문제점을 거론하며, 기보의 차별화 및 특성화를 촉구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양 기금간 업무영역이 구분되지 않아 8조원이 넘는 중복지원이 발생한 것"이라며 "신보는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기보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신생기업에 대한 보증 지원으로 업무영역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기보는 기술평가 인력 및 체계에 있어 전문성을 높여 사고율을 줄이고 신뢰를 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기보가 특화하려는 기술혁신 기업에 대한 보증업무에 있어 시장규모나 보증수요에 대한 정확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양 기금의 차별화를 위한 방안으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한편 한 이사장은 중복보증에 대한 지적에 대해 "최근까지 P-CBO 부실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기보의 보증지원이 중단되다 보니 우리와 거래하던 업체들이 자연스레 신보로 옮겨가게 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복보증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기보와 신보와 양적 경쟁을 벌인다는 우려는 잊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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