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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정책국감 멀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정보통신부 국감을 시작했다.

이번 정통부 국감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보화촉진기금 특별감사 결과 발표와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신규 기간통신 사업권 부여, 이동전화 회사가 제공하는 위치정보서비스 불법활용 사례 등과 맞물리면서, 많은 이슈들이 제기될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의 미래 먹거리 전략인 IT 8-3-9 정책의 신뢰성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통신방송 융합 정책, 번호이동성 제도 실시, 이동전화 요금 인하, 후발 통신 사업자들과 중소 단말기 및 소프트웨어 업체가 겪는 경영난 등에 있어 정부 정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국감 첫날 보여진 모습은 실망에 가깝다. 열정은 높으나 전문성 부족으로 정부가 실책이 있더라도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혹이나 문제점을 제기만 하고, 정작 피감기관의 답변은 듣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의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진실이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7년간 정보화촉진 기금을 기초로 민간 자금과 조합을 구성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배당액이 투자금액의 53%를 넘기도 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 김영선 의원.

그는 "투자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투자기금을 이런 식으로 운용해도 되나"면서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정통부의 답변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장관과 기획관리실장이 해명에 나서려 하자, "장관, 장관, 경제의 기초 교육을 해야 하냐"면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질의내용 답변기회를 놓친 정통부는 별도로 답변자료를 기자실에서 별도로 배포하고, 이에대해 김영선 의원과 이해봉 위원장이 항의하면서 결국 장관이 사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통부는 기자실에 배포된 답변 자료를 통해 김 의원이 "조합비중 43%인 3천635억원이 투자되지 않은 채 은행금고에 넣어놓고 이자수익을 내고 있으며, 355억원의 달하는 원금을 까먹었다"고 지적한 것은 오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통부는 "투자조합은 결성 1년내 20%, 2년내 30%, 3년내 50% 투자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결성했다고 모두 투자되는 것이 아니므로 투자기피라고 볼 수 없다"면서 "355억원의 원금을 손실해놓고 높은 관리보수비와 배당을 했다고 하는데, 355억원은 98~99년 투자한 업체 가운데 파산했거나 도산한 업체들의 주식을 감액조치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 특별감사나 검찰 수사까지 가능한 중대 비리 의혹 사건을 제기하면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상기 의원은 이날 정보화촉진기금 부실 운영과 관련, '국책사업 연구과제 평가에 정통부 사무관이 선정평가 위원으로 참석한 것은 비리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자료를 내면서, 이 문제와 직접 관련없는 청와대 관계자 실명을 거론했다. 하지만 해당인물의 비리 혐의를 뒷받침 할 만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해 '폭로식 국감'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보좌관들의 전문성에 비해, 의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져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다소 전문적인 소재인 전파사용료 부과와 접속료 조정 원칙을 제기한 유승희 의원.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원칙이나 실사없이 유효경쟁 정책을 이유로 자의적으로 금액을 산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지만, 답변자인 장관이 "SK텔레콤이 부담할 금액이 너무 많다는 의미냐"고 되받는 등 질의 요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자회사를 통해서도 단말기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정부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김석준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발사업자를 규제하고 후발사업자를 우대하는 유효경쟁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며, 통신업체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면 시장원리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자신의 철학을 말하려했다.

그래서 "통신업체가 제조업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일률적으로 규제하지 말고, 규제하려면 공정위처럼 생산 쿼터제 등으로 제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은 틀린 말이다. 현행법에도 통신사업자는 제조업을 겸업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슈는 시장 지배적 통신사업자가 자회사를 통해서도 제조업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결국 장관은 정작 중요한 정책 이슈인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자회사 단말기 사업 겸영 금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일상적인 대답을 하고, "말씀드릴 게 있다. 현행법상에도 통신사업자는 제조업 겸업을 못하게 돼 있다"고 의원에게 법 지식을 설명해야만 했다.

아직 국감이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는 의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질의 준비에 할애해 17대 국회 국정감사는 '정책 국감', '대안 국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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