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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남북 교류와 '인터넷의 힘'


 

역시 인터넷에는 3.8선이 있을 리 없다.

최근 성사된 두 건의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은 남북 교류에 '인터넷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영진닷컴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북한 인민대학습당과 교류한 뒤 한국 IT 서적 8만여권을 기증키로 했다. 영진닷컴 관계자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중국을 방문, 중개인과 협의한 뒤 북한으로부터 의향서나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며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남교역도 최근 북한 삼천리무역총회사와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게임, '독도를 지켜라'를 공동 개발한 뒤 국내에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 회사 역시 인터넷을 통해 북측과 교류하며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기자는 얼마 전부터 '비정치적인 측면에서 남북 사이에 인터넷이 한없이 확산되는 세상'을 가리켜 '사이버 원 코리아(Cyber One Corea)'라 불렀고, 이번에 가장 먼저 경제 분야에서 그 가능성이 입증되었다고 믿고싶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게 있다.

남북 사이의 인터넷 교류에 대한 통일부의 자세가 문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통일부는 남북 인터넷 교류를 주저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통일부가 변하지 않는 한 '사이버 원 코리아'는 꿈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주패 사태'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번 두 경협을 성사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주패 사태'의 주역들이다. 남측은 ㈜훈넷이고, 북측은 조선복권합영회사다. 이들은 남북 사이에 처음인터넷을 개통시켰지만 '도박장 개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두 회사의 주장대로라면, 통일부가 '도박장'이라 규정한 사업은 다름 아닌 통일부 승인을 받은 것인데도, 훈넷은 남북교류협력사업자 승인마저 취소됐고, 조선복권합영회사가 개설한 3개 인터넷 사이트는 차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 두 회사는 지속적으로 "주패 사이트에 사행성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왔고, "(통일부가 도와준다면) 우리 민족의 공동 발전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했다.

더구나 최근 두 건의 경협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제 통일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할 때다. 삼천리무역총회사 같은 큰 회사를 움직이는 것으로 봐 북한 정부와 한 몸이라고 판단해도 될 듯한 조선복권합영회사와 훈넷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볼 때가 됐다. 그 진심을 헤아리는 순간 사태는 순리대로 갈 게 분명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통일부는 알아야 한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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