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통일부의 부주의가 '주패 사태' 불러


 

'주패 사태'에 대한 통일부의 책임이 크다.

통일부가 2001년 12월29일 ㈜훈넷에 대해 남북 협력사업자 승인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박 사이트를 통일부가 승인했다고 주장할 근거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통일부는 자신이 승인해놓은 사업에 대해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모든 책임을 해당 기업에 떠넘겼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의 협력사업 승인 부주의

지난해 6월11일 서울지방검찰청은 김범훈 훈넷 사장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당시 혐의 내용은 3가지. 방북 기간 초과, 승인 없이 인터넷 복권 사업 추진, 조정 명령 불이행 등이 그것이다.

서울지방검찰청은 이 3가지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미승인 협력사업'에 관한 것.

혐의 내용은 '통일부로부터 남북교류협력사업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조선장생무역총회사와 합작해 인터넷 복권 사업을 추진'이었다.

서울검찰청은 그러나 "협력사업개요 설명서와 북한방문결과보고서에 인터넷 복권 사업이 명시되어 있는데, 통일부가 복권사업 제외 등 별도의 조치 없이 사업승인을 내준 사실에 비추어 범의 인정이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특히 내사 과정에서 당시 통일부 사무관은 "북한방문보고서에 기재된 '북한의 추첨(일종의 복권)' 개념을 단순 컴퓨터 오락 게임으로 판단하고 사업 승인을 내주었으나, 나중에야 실제 복권사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통일부의 오판과 부주의를 시인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수원지방법원 김재협 판사는 '남북한 협력사업승인에 관련된 법적 문제'라는 논문에서 "협력사업자 승인 신청시 첨부된 협력사업 개요설명서에 의해 사업의 대강은 파악될 수 있으므로,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그 단계에서 장차 그 협력사업이 승인될 수 있는 지에 대해 모든 검토를 신중히 한 후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협력사업의 개요 설명서에 기재된 내용은 장차 협력사업승인 신청서에 제출된 협력사업의 내용과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검찰청의 무혐의 판결을 뒷받침하는 주장이다.

결국 통일부로서는 훈넷이 제출한 '협력사업개요 설명서와 북한방문 결과보고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통일부의 비전문성과 부주의가 남북 교류사업을 파국으로 몰았다.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재개해야…

이처럼 '주패 사태'에서 통일부의 책임도 없지 않은 이상,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통일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분야 한 전문가는 통일부가 훈넷에 대해 남북협력사업 승인을 취소한 것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기보다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좀 더 대범한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만 할 것"이라고 충고하였다. 먼저 북측과의 진실한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주패야 남한 형법과 어긋난다 하니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 하더라도, 남한 실정법에 큰 문제가 없는 바둑 사이트(www.mybaduk.com) 마저 차단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앞으로 북한이 개설한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겠다는 것을 정부 방침으로 이해해도 되냐"고 되물었다.

결국, 남북 협력 사업의 기본은 신뢰이고, 신뢰는 대화와 양보를 통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패 사태'에서 통일부가 대처한 방식은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진실한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사실 통일부는 이번 사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가 부족했다.

협력사업 승인 과정에서 부주의했던 것도, 승인을 한 뒤 여러 차례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통일부의 대화 의지가 엿보인 적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조정)명령'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것이 남측 기업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북측에도 통할 리는 없다. 통일부가 깨달아야 할 점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통일부의 부주의가 '주패 사태' 불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