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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인터넷에 38선을 친다?


 

인터넷에 38선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철조망도 없다. 그렇게 인터넷은 남에게나 북에게나 한없이 열려 있다. 그것이 인터넷이다.

그래서, 인터넷은 '분단 조국'에 내린 문명의 축복이다.

남과 북은 그 인터넷에서 꼭 만나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에도 38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다.

바로 통일부다.

통일부는 인터넷에 철조망을 두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철조망을 건너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라 한다. 그렇잖으면 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조치는 이미 시작됐다. 사상 처음으로 남북 합작 인터넷 사이트를 열었던 주역인 ㈜훈넷은 남북협력사업자 승인이 취소됐다. 훈넷의 도움으로 북한이 연 인터넷(www.jupae.com)도 머지않아 차단될 것이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 무슨 수로 그 많은 소재 불명의, 익명의, 네티즌을 찾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북한이 앞으로 수많은 사이트를 개설할 게 뻔한데 그 때마다 그곳을 찾은 네티즌을 발본색원하겠단 말인가.

참, 어처구니 없고,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발상이다.

남이 열고 북이 막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듯도 하다. 북한이 세계적인 폐쇄 국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일은 얼마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은 다르지 않은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케 한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이 있고, 참여정부 또한 이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며,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잔뜩 움츠렸던 북한마저 점차 인터넷을 활짝 열겠다고 나서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정부가 인터넷에 철조망 두를 생각을 한단 말인가.

도박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도박꾼을 잡는 게 언제부터 통일부의 업무가 됐단 말인가. 그건 검찰과 경찰이 할 일 아닌가. 실제로 검찰과 경찰은 과도하게 도박한 혐의자를 찾아내서 처벌하고 있다.

과도한 상습 도박을 단죄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는 이 문제에서 '과도한 불법 도박에 대한 단죄'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원 코리아의 가능성'을 분리해서 처리해야 했다. 과도한 도박을 단죄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이버 원 코리아'도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불법 도박 단죄가 검찰이나 경찰의 몫이라면, 통일부의 역할은 마땅히 '사이버 원 코리아'의 웅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어야 했다.

사업 승인 범위를 놓고 통일부와 북한 기업이 논쟁을 벌인 것으로 보아 의견 조율이 미진한 상태에서 사업이 시작됐던 게 뻔하고, 그래서 '주패'가 불명예스럽게 도박 사이트로 출발한 것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따라서 통일부가 '사이버 원 코리아'를 진실로 고민했다면 북한 기업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 사이트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했어야 마땅하다. 그게 통일부가 끝끝내 해결했어야 할 건설적인 대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자신을 검찰이나 경찰로 착각한 듯하다. 불법 도박 단속에만 열을 올려 인터넷에 철조망을 치려고만 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검찰과 경찰은 과도하게 불법 도박을 한 사람만 찾아내 처벌을 했다. 푼돈 수준에서 도박한 사람은 그냥 봐줬다. 또 단순하게 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남긴 네티즌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통일부만 유독 실정법을 들먹이며 단순히 글을 올린 네티즌까지 찾아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기자가 '사이버 원 코리아(Cyber One Corea)'를 제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이버 원 코리아'의 마스터 플랜을 먼저 내놓아야 할 통일부가 오히려 이를 막고 있으니 네티즌이 나서서 인터넷 철조망을 걷어내자는 것이다. 인터넷이란 본디 철조망이 없는 곳이었음을 증명해내자고 하는 것이다.

잘못은 네티즌이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글을 남긴 데 있지 않다. 그보다 단순한 민족애와 통일의 열망마저 언제든 범법자로 처벌할 수 있는 구시대의 법과 이를 방관하거나 옹호하는 정부 당국자의 잘못이 크다.

간곡하게 통일부한테 부탁한다. 제발, 주위에다 대고 한 번만 물어봐 달라. 아니, 멀리 물어볼 것도 없이 자신에게 한 번 냉정하게 물어보라.

인터넷에 38선이 있냐고, 인터넷에 철조망이란 것이 있을 수 있냐고…

그래도, 인터넷에 38선이 있다고 한다면, 네티즌이 대답할 것이다. '사이버 원 코리아 운동'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시민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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