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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넷의 남북협력사업 승인 취소 재고' 지적


 

㈜훈넷의 남북협력사업자 승인 취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16일 이 회사에 사업 승인을 취소할 테니 2004년 1월 15일까지 의견을 달라는 내용의 처분사전통지서를 보냈다. 통일부는 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훈넷과 북한 인터넷 회사인 조선복권합영회사가 통일부의 주장을 고려해 여러 차례 협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만큼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애써 만든 남북의 인터넷 교류를 서둘러 차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훈넷도 16일 통일부가 훈넷의 남북협력사업자 승인 취소 이유로 내건 4가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도 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해 훈넷에 보낸 사업 승인 취소 통지서에서 사업 승인을 취소해야 하는 이유로 ▲승인을 얻은 사업 이외의 사업을 북한 주민과 공동으로 시행 ▲조정명령 불이행 ▲협력사업 시행중 남북교류협력을 저해 ▲공공질서 저해 등 4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첫 번째 항목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훈넷에 승인한 사업이 '인터넷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훈넷이 제휴사인 북한 장생무역총회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인터넷 복권 및 카지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승인하지 않았는데도 훈넷이 북한 기업과 짜고 이 사업을 강행하였으니 협력사업자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 기업과 훈넷은 통일부가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훈넷은 그 근거로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기 위해 훈넷과 장생무역총회사가 서명한 사업계약서를 통일부에 제출했고, 이 계약서에 복권과 카지노 사업도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통일부도 언론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 2002년3월 22일자는 "통일부 당국자는 '훈넷의 남북협력사업이 승인됐다'고 확인하고 '북한 당국은 한국과 일본 등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복권 사업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북한내 IT 기술의 수준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훈넷의 복권 사업 승인을 인정하는 것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 당시에도 카지노 사업에 대해서만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은 훈넷이나 북한기업도 모두 인정한다. 훈넷의 경우 통일부의 이런 입장을 북측에 전했고 북한도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런 사실은 북측이 최근 통일부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때까지 정부는 복권 사업에 대해서는 허락했다는 것이다. "~복권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라는 당국자의 말이 이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날 오후부터 갑자기 통일부의 말이 바뀐다.

연합뉴스는 2002년 3월 22일자에서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훈넷이 지난 1월 29일 인터넷 게임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및 서비스 제공이라는 포괄적인 사안으로 정부의 남북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사이버 머니로 운영되는 복권 이외에 사행성 도박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별도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이버 머니'라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다시 말해 복권 사업에 대해 진짜 돈(리얼 머니)이 오가는 사업이 아니라 사이버 머니가 오가는 사업으로 이해했다는 의도로 들린다. 진짜 돈이 오가면 안된다는 게 이 말의 요지인 것이다. 여하튼 이 말도 아직은 인터넷 복권(사이버 머니로 한정한) 사업을 허가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하지만 이말 또한 이틀 뒤에 다시 강경한 어조로 바뀐다.

연합뉴스는 이틀 뒤인 2002년 3월 24일자에서 "통일부 관계자는 '사업 승인 당시 훈넷 측이 복권 사업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한다. 다만 "복권 사업에 대해서는 올해(2002년) 1월말부터 방북 결과 보고를 통해 부수적 협의사항으로 알려와 법적 절차에 대해 별도의 지도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덧붙여 보도하였다.

그러자 북한 회사는 25일 사이트를 전격적으로 개통해버린다.

이에 대해 훈넷 측은 "통일부가 허가한 사업을 자꾸 아니라고 하니까, 북한 기업은 화도 나고, 투자한 돈도 있고, 해서, 오기로 더 강행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북한 측으로서는 투자한 돈이 억울한 일이기도 하려니와, 북한이 계속한다면 훈넷 측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인터넷 복권 및 카지노 사업의 경우 통일부의 주장처럼 '승인을 얻은 사업 이외의 사업'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북한 기업은 그래서 '통일부가 초기에 뭘 모르고 사업 승인을 했다가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매섭게 몰아부치고 있는 것이다.

또 두 번째 이유인 '조정 불이행'에 대해서도 훈넷 측은 2003년 초부터 6개월간 사이버수사대, 공안 검찰 등으로부터 무혐의 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범훈 훈넷 사장은 6개월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나머지 항목인 ▲협력 사업 시행 중 남북교류협력을 저해와 ▲공공질서 저해는 논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 훈넷 측의 입장이다.

통일부가 일방적으로 주장하기에는 여러가지 요소에서 논란의 소지가 충분한 만큼 서둘러 사업 승인을 취소하기 보다는 진지한 대화를 통해 사업 영역을 조정해나가는 게 2~3년 애써 공들여 이제 막 출발한 남북한 인터넷 교류 사업을 망치지 않는 길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사업이 망가질 경우 남북 인터넷 교류 사업은 또 언제나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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