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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시집간 딸과 이혼한 부부


 

시집간 딸이 있다. 딸을 시집 보낸 부부는 오래 전에 이혼했다. 두 부부는 이혼한 뒤 완전히 제 갈 길을 가 영 딴 사람이 되고 말았다.

딸은 오랫 동안 어머니만 만나왔다. 정서적으로 어머니와 가까웠고, 아버지는 너무 먼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마저 잊었었다. 어머니만 만나는 것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아버지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어머니에게 듣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상당한 재력을 가진 부자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변한 건 부자가 됐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가난하긴 했어도 인정 많았던 그 옛날의 아버지는 아니었다.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깔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의심하는 것 같기도 한 눈초리가 딸의 가슴을 후볐다.

딸 스스로도 '출가외인'임을 잘 안다. 시집가서 새 가정을 꾸리고 있는 처지에 무턱대고 아버지를 졸라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기에는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야속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자기 몸으로 낳은 딸인데... 사실 쫓기듯 시집을 갔던 것도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아버지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던가. 가난한 집에 주렁주렁 식구들만 많았을 때 큰 딸 입장에서 군입이라도 하나 덜고자 했던 게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런 딸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합치는 것이다. 냉랭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나 가난하기 그지없는 어머니나 모두 혈육이고, 두 부모가 힘을 합쳐 잘 살 때 딸도 시집에서 기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시대의 주역이 돼야 할 우리 민족사 100년을 한 가정의 이야기로 재구성해봤다. 시집간 딸은 조선말부터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찢어지게 가난한 한반도를 떠나 간도로 건너간 뒤 중국 공민이 된 '조선족'이다. 또 어머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 아버지는 대한민국이다.

이는 또 조선족의 저명한 지성인이었던 고 정판룡 선생의 '며느리론'을 각색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생전에 "중국 조선족은 조선 반도에서 중국에 시집온 며느리와 같은 처지에 있다"고 역설하였다. 메시지는 두 가지다.

중국 조선족은 어찌됐든 '출가외인'인 만큼 시댁인 중국에 해야 할 도리를 다 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이고, 딸이 친정의 형편에 늘 가슴을 조아리게 되듯, 중국 조선족도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게 두 번째이다.

기자에게 이 말은 21세기 한반도의 화두처럼 들린다.

중국의 며느리로서 조선족의 처지는 엄중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21세기 동북아 시대에 시댁인 중국과 부모가 이혼한 친정 사이에 무엇을 해야 할지 뼈저린 고민을 하고 있다. 이제 이 고민에 남북한이 화답을 해야 할 때다.

가난 때문에 무심하게 내팽개치듯 시집보냈던 딸이 다시 찾아왔다.

이제 부모된 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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