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지한파 중국인을 찾아서] (1)중국 신세대에 韓流 열풍


 

다가오는 동북아시대를 맞아 inews24는 한중 동반발전과 남북교류에 가교 역할을 담당할 중국 조선족에 대한 집중탐구 시리즈를 펼치고 있습니다. 시리즈 1부는 '중국 조선족 IT로 다시 뭉친다'는 주제 아래 이균성 기자가 8월 5일부터 22일까지 6편에 걸쳐 연재, 국내외 많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시리즈 2부는 강호성 기자가 바톤을 이어받아 ‘한국을 향한 중국인’을 취재했습니다. 지한파(知韓派) 중국인을 취재한 것은 그들을 알아야 조선족의 역할, 나아가 한중 동반발전의 핵심코드를 제대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기자는 이를 위해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 현지취재를 다녀왔습니다. 2부는 총 3편이며, 나머지는 16일(2편)과 19일(3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편집자주]


지난 8월26일 오후 4시 베이징시 조양구 야윈촌의 한국문화원.

문화원 내는 200석 규모의 강의실과 한국문화 전시관으로 크게 둘로 나뉘었다. 문화전시관은 복식이나 한국역사, IT 기술소개와 제품들이 간략히 정리돼 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바비 인형도 전시관 통로에 쌍쌍이 진열돼 있다.

깔끔하지만 생각보다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즈음. 4시40분 수업이 끝난 강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수강생들이 봇물처럼 밀려 나왔다. 색(sack)을 짊어지고 이어폰을 낀 모습은 서울 시내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다음 강의를 위해 들어오는 수강생과 수업이 끝난 뒤 돌아가는 이들은 좁은 통로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힌다. 문화원 복도는 마치 노량진 학원가처럼 혼잡했다.

한국문화원은 현재 200명 정원인 초급반 A,B 반 2개 학급, 150명 정원의 중급반 2개, 50명 정원의 고급반을 각각 2개씩 운영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열리는 한국영화전은 200석 규모의 강의실에서 진행되는데, 이번주(29일) 상영되는 영화는 신하균, 임원희, 정재영 주연의 ‘묻지마 패밀리’였다. 중문 자막 번역에 온통 정신을 뺏긴 조선족 직원 량해영씨는 쉴새없이 걸려오는 영화관람 문의전화에도 시달렸다.

강의실 뒷문을 열고 게걸음으로 들어서니 에어컨 바람도 소용없이 내부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한국에서는 토마토라고, 북한에서는 도마도라고 읽습니다.”라는 강사의 말이 들린다.

최 교수는 “99년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초급반 학생수가 40명 정도여서 야외수업도 가능했고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 출석도 부르기 힘들다” 했다. 문화원은 수강자가 몰리자 급기야 올 초부터 2명이던 교수진을 1명 더 보강해 3명으로 늘린 상태였다.

◆ 한국어는 ‘영어 다음 쓸모 있는 언어’

중국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어배우기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영어구사 능력이 필수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로는 일본어나 프랑스어가 전통적으로 강세지만 한국어의 인기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어가 일어나 불어에 비교해 아직은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외국어는 아니지만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중국인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며 “‘취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국사람과 교류하기 위해서’라고 한국어 수강 이유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조선족 학생이 ‘민족 문화를 배워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해 가슴이 뭉클한 적도 있었고 ‘결혼하고 픈 여학생이 한국 유학생이어서 한글을 배운다’는 한족 학생의 대답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처음엔 한국가요나 드라마, 인기 연예인을 매개로 한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까 의문이었지만 최근에는 유학준비나 구직과 관련해 한국어를 배우고, 깊이있는 이해를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력이 높고 젊은 한족(漢族)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강생 중에는 조선족 학생들도 제법 생기고 있다. “한 반 100여명 중 조선족 학생 손을 들어보라 했더니 3~4명이 들어 이름이 뭐냐고 한국어로 물었더니 대답을 못했다”며 “이들은 조선족 2세대들”이라고 소개했다.

베이징 중앙민족대학교 황유복 교수는 이에 대해 “농촌에 거주하던 조선족들이 대도시로 대거 이동, 한족문화로 흡수되면서 우리 말과 글을 잘 알지 못하는 2세대들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반장을 뽑으려고 지원자를 찾았더니 30~40명이 한꺼번에 손을 들어 오히려 난처했다”며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기업 탐방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학생들도 이런 프로그램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며 높은 학구열을 전했다.

◆ 드라마에서 점화, IT로 이어져

한국어 강좌 수강동기란에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라는 대답이 심심찮은 것도 한류 때문이었다. 한족이나 조선족 젊은층 중에는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가을동화’ 등 TV프로그램을 CD로 구워 돌려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어과 서영빈 교수는 “드라마나 가수 때문에 한국어 바람이 일기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 중국시장의 80%, 휴대폰이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등 한국산 IT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또 “중국인의 문화가 한국과 가장 가까운데다 IT 제품에서도 디자인이나 기능배치 등 한국인 특유의 문화감각이 중국인의 감각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 판매상은 “삼성전자의 고가 신제품 카메라폰은 4천~6천위엔(60만-90만원) 사이에서 판매되지만 잘 팔린다”며 “국산 제품이나 해외 유명 메이커 보다도 높은 가격이지만 오히려 고가 마케팅이 더 먹혀들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공산당 간부 양성대학인 중앙당교 장렌귀 교수도 “한국의 삼성이나 LG의 전자제품들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며 “한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전망이 밝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전문가인 CMM 임허규 부사장은 “풍요로움 속에 자란 중국의 신세대들은 이전 세대들과 달리 첨단 IT 제품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국제 감각을 가지고 있어 한국 IT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IT 제품이 지속적인 한류열풍을 이어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지한파 중국인을 찾아서] (1)중국 신세대에 韓流 열풍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