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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 재조명] (4)IT에 눈 돌리다


 

중국 조선족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 경제는 당연히 농업이다. 조선족은 지난 100여년 동안 동북 3성에서 땅을 일구며 살아왔다.

중국이 개혁 개방 정책에 나선 이후에는 조선족의 경제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한중 수교 이후에는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관광 산업이다. 옌벤(延邊)조선족자치주의 중심인 옌지(延吉)의 경우 한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업이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조선족은 또 수교 이후 2개 언어를 바탕으로 한 한중(韓中) 무역업에도 대거 진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나서는 조선족도 적지 않다.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 분야도 조선족의 관심거리다. 하지만 아직 전면적으로 나섰다고는 볼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 중국 대도시와 옌벤조선족자치주에서 IT에 대한 '조선족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베이징의 조선족 IT 선구자들

베이징에서 IT 산업에 종사하는 중국 조선족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의 IT 역사가 짧은데다 조선족은 그 중 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개척자는 있게 마련이다. 베이징의 조선족 IT 선구자들은 주로 베이징대학이나 청화대학을 나온 인재들이다. 이들은 대개 나이가 30대 중후반으로, 중국 IT 업계, 또 조선족 IT 업계의 1세대라 할 수 있다.

이 부총재는 그러나 "아직 온라인 교육 사업은 돈이 안된다"며 "인터넷은 학원을 특화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 부총재는 특히, 한국 한솔교육과 학습지 사업에서 제휴할 만큼 사업 감각도 돋보인다.

한문(韓文.36) 한화통신 총경리도 조선족을 대표하는 IT 선두주자.

한 총경리도 청화대를 나왔으며, 대학 졸업후 회사를 설립해, 근 10년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통신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이며, 매출은 한국 돈으로 16억원 가량이다. 별정통신 쪽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

한 총경리는 "베이징에서 IT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10년 이상 존속하고 있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북경태원전자유한공사의 석정수(石正洙.36) 총경리도 청화대를 나온 조선족 IT 1세대다. 이 회사는 한국 토펙스(TOPEX)와 제휴, 교육기자재를 제조, 판매한다. 그는 "지금은 독자 개발할 만큼 기술 수준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대를 나온 최영주 북경건홍투자자문 부총경리와, iPARK 장상천 합작발전부 경리는 각각 한국의 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U) 및 소프트웨어진흥원과 인연을 맺고 한국 IT 기업의 중국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새로 IT 사업에 나선 조선족 지도층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의 고신기술개발구(高新技術開發區)에 가면, '화우광곡(貨禹光谷)'이란 대기업이 있다. 광곡(光谷)은 '빛의 계곡'이란 뜻으로, 영어 '디지털 밸리(Digial valley)' 쯤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화우광곡은 한 개 기업 그룹이다. 중국 정부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그룹에는 154개 회사가 있다. 5년후면 부지만 해도 세로 1Km, 가로 20Km로 20만 평방Km가 된다고 한다. 웬만한 소도시라고 해야할 듯 하다.

이 회사 4명의 부총재 가운데 한 명이 조선족, 유천문(柳天文.49)씨이다.

유 부총재는 이 그룹에서 구매 업무를 총괄 담당하는 한편, 화우광곡 계열회사인 장춘화우망반(長春貨禹網盤)의 총경리도 겸하고 있다.

화우망반 기술연구소 박연(朴燕.여.38) 연구소장 또한 조선족이다. 그는 하얼빈공대를 나와, 정부 산하 광학기계연구소에 있다가, 이 회사로 옮겼다. 그는 창춘시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기도 할 만큼 맹렬 여성에 속한다.

화우광곡은 2001년에 설립돼 이미 인민폐로 20억위안(한화 3천억원)이 투자됐다. 향후 5년간 인민폐로 500억위안이 더 투자될 예정이라 한다. 중국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IT 대기업에서 조선족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한국에 온 조선족 IT 선구자들

중국에서도 한국이 IT 강국으로 소문나면서 IT를 배우려고 한국 대학이나 기업으로 진출하는 조선족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큐아이닷컴 중국법인 삼성신식안전공사 신룡철 지점장은 지린(吉林)대학 출신으로, 삼성SDS 중국 법인에 5년 일한 뒤 자리를 옮겼다. 그는 상반기에만 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마케팅 수완을 보일 만큼 신임을 얻고 있다.

조선족인 포스데이타의 이송 과장도 옌벤대학 출신으로, 대덕밸리의 한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다, 포스데이타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이 과장은 또한 포스데이타에서 일을 배워 한중 사이의 IT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조선족한테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 모이자닷컴의 대표 운영자인 김광식(29)씨도 그동안 e삼성, SK 차이나 등 베이징 소재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다 한국의 IT를 배우기 위해 최근 국내 한 대학 석사과정에 정식으로 입학했다.

IT 교육 바람도 불고 있다

옌벤(延邊)과기대는 한국에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옌벤과기대는 정확하게는 중국의 100대 중점기업인 옌벤대학 소속 과학기술학원이다. 소속이야 어찌됐건 과기대는 갈수록 진가가 높아지고 있다. 21세기에 맞게 IT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및 글로벌 교육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기 때문. 옌벤과기대 출신은 '몸값'도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금호그룹에서 투자한 SW업체인 금호연건의 양철형 총경리는 "과거에는 과기대 생을 중심으로 선발했으나, 지금은 과기대생 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과기대생은 LG 등 베이징에 있는 외국 기업이 데려가기 때문이다.

옌벤과기대는 특히 한국의 재외동포재단과 힘을 합해 고중(한국의 고등학교) 이상을 나온 조선족 청년을 대상으로 IT 직업 교육을 펴고 있다.

이밖에도 지린성(吉林省) 투먼(圖們)에 있는 투먼직업고급중학교 같은 중고등학교에서도 학과생의 80%가 IT를 택할 만큼 IT 열기가 대단하다.

옌지(延吉) 시내에 PC방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ADSL 가입자가 급증하는 것도 중국 조선족 청소년에게는 좋은 IT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지난 3~4년 한국이 경험한 인터넷 세상이 옌지에서는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베이징(北京)·창춘(長春)·옌지(延吉)=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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