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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하얼빈조선민족예술관장..."무분별한 민족주의 자제해야"


 

절대 다수의 다른 민족 사이에 포위된 소수민족이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은 '종교', '언어', '문화' 중 하나 이상을 지키는 일 뿐이다.

종교의 힘은 이미 유태인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하지만, 절대 민족 종교를 갖지 못한 우리 민족으로서는 당연히 '언어'나 '문화'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절대 다수의 한족에 포위 당한 채 살아가는 조선족에게는 언어와 문화를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일까. '덩더꾸 덩 따' 하는 사물(四物) 가락은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같지만, 중국서 들으면 더 절절하다. '나라를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가락도 상황에 따라 신명이 다른 셈이다.

그는 우리 문화와 예술을 통해 40만 명이 넘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조선족을 묶어 세우는 젊은 지도자이다. 3년마다 수만 명의 조선족이 모여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문화 잔치의 마당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바로 그다.

그를 만나러 간 지난 10월19일 늦은 오후. 마침 하얼빈시 도리구(道裏區)에 위치한 하얼빈시조선민족예술관에서는 사물놀이 공연이 한 바탕 신명나게 울려 퍼진 뒤이다.

헤이룽장성 전역에서 모인 50여 명의 조선족 연수생이, 한국에서 온 국립국악원의 사물놀이 지도위원이자 인간문화재인 지운하(57) 선생으로부터 1주일 째 전수를 받은 뒤, 마무리 공연을 하고 난 뒤였다.

이미 공연은 끝났지만, 신명난 가락은 여전히 들끓고 있었다.

서 관장은 "한족(漢族) 사이에 산재(散在)한 조선족이 우리 글을 잃어 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민족의 얼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은 현실적으로 문화 속에서 있다"며 "문화를 불러내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서 관장은 "한때 중국 조선족 사이에서 먹고살기 어려워 민족 문화를 등한시 한 경향도 있었지만 최근에 이를 중시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이번 연수만 해도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였으며, 특히 기차로 9시간을 달려올 만큼 열정을 가진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서 관장은 하지만 "이런 민족 정체성 찾기가 자칫 편협한 '민족 분리주의'로 나가면 안된다"고 경계했다. 서 관장은 "중국 조선족은 중국 국민이고,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런 노력이 '민족 분리주의'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서 관장은 "실제로 '제1회 헤이룽장성 조선민족축제' 때 한국의 방송이 이를 중계하면서 '영토 회복' 운운하는 바람에 중국 정부가 크게 반발해 방송이 금지된 적이 있다"며 '무분별한 민족주의'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강조한 셈이다.

조선족도 중국인이고 중국이란 영토에서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중국 주류 민족인 한족과 '조화'롭게 지내되, 문화와 경제적으로는 백의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유지, 한족에 '동화'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하얼빈=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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