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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조선족과 사업잘하기] (3)파트너


 

귀뚜라미보일러 중국 칭다오(靑島) 총판 K부사장.

중국 조선족인 K부사장은 5~6년전 남편과 함께 이 회사를 창업했다. 남편 K사장이 지린성(吉林省) 옌벤(延邊)조선족자치주 용정(龍井)에 있을 때 대형 펄프회사의 보일러 담당이어서 기술적으로는 창업에 큰 문제가 없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돈, 창업자금이었다. 한국의 귀뚜라미보일러측과 상의하니 최소한 인민폐로 50만 위안(한화 7천500만원)이 필요하였다.

창업자금을 마련키 위해 골몰할 때 뜻하지 않게 후원자가 나섰다.

후원자는 한국의 대농방직 청도법인 사장. K부사장은 창업에 나서기 전 이 회사 노무 및 인력 관리 분야에서 6년 동안 근무했다. 이 때 만남이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돼 뜻하지 않게 결정적인 순간에 큰 도움을 받은 것.

"담보는 필요 없다. 당신은 틀림없이 돈 떼먹고 도망갈 사람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성실성과 신뢰를 저당 잡고자 하는 것이다."

대농방직 사장이 거금을 내놓으며 K부사장한테 한 말은 이것이 전부다. 머지 않아 원금과 함께 이자까지 돌려준 것 또한 두말할 필요 없다.

이 사례는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에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한국 중소기업은 중국에 진출할 때 초기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중국 조선족 파트너를 만난다. 기업간 제휴든,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든 마찬가지다. 중국 조선족으로부터 도움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파트너다. 어떤 파트너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다시 K부사장의 사례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전개해보자.

K부사장의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대농방직 사장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다. 그런 결정은 한국에서도 쉽게 내릴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 중국 조선족 파트너 구하기 지혜가 담겨 있다.

옌벤(延邊)대학을 나와 교편을 잡다가 칭다오에 온 K부사장이 사촌 오빠 소개로 대농방직에 입사했을 때 받은 월급은 고작 인민폐 360위안(한화 5~6만원)이었다.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선택한 직장치고는 보잘 것 없다. 오빠는 사정을 알고 "그만 두라"며 다른 곳을 알아봐 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K부사장은 이미 결정했으니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 결심한다.

K부사장이 배속 받은 부서는 인사 및 노무 관리.

이 회사는 당시 전체 임직원이 2천300여명이고 한국인이 38명, 중국 조선족이 48명에 달할 만큼 적지 않은 규모였으나 회사 꼴이 말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사의 '얼굴'인 경비들이었다. 한마디로 오합지졸이라 할까.

통일되지 않은 복장에다가 나태한 근무태도 그 어디에도 회사다운 기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른 부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K부사장은 이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익명을 전제로 불만과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그 과정에서 경비실이 없다는 점, 제복이 없다는 사실 등을 파악한다. 그는 이런 의견수렴을 통해 회사와 담판을 짓는다.

처음에는 절차를 밟아 바로 위 상급직원을 통해 이런 요구를 경영진에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인인 상급직원은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경영진을 직접 설득해 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그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고 치밀하게 예산(3만1천 위안)을 편성한 뒤 사장과 만나 담판을 짓는다. 경비원의 이런 요구를 해결해줄 경우 자신이 책임지고 경비원의 근무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의외로 일은 쉽게 풀렸다. 사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그는 그때부터 경비원에 대한 고강도 훈련에 들어갔다. "당신들의 요구를 회사가 들어줬다. 이제 당신들이 회사에 보답할 차례다." 퇴근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경비원에 대한 훈련이 계속됐고, 그는 양쪽 모두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또 이런 방식의 인사 및 노무관리를 다른 부서로 확대해나갔다. 회사의 분위기가 일신된 것은 당연하다. '여기는 내 회사'라는 그의 생각에 경영진은 물론이고 직원도 동의한 것이다. 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다한 것이다.

사장은 그런 일이 있은 후 일개 직원이었던 그녀에 대해 큰 믿음을 갖게 됐고, 그녀가 창업할 때에는 선뜻 거금까지 쾌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 그럼, K 부사장 같은 파트너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중국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수많은 중국사업 실패 사례를 분석해보면, 이를 등한시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족 스스로도 "파트너를 제대로 만나야 한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파트너 자격이 없는 파트너가 한국 기업과 일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초창기만 해도 기업과 비즈니스를 모르는 조선족이 많았기 때문에 더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중 수교 이후 지난 11년 동안 한국 기업과 중국 조선족이 교류하면서 이제 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가도 많이 양성됐다.

파트너를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게 중국 조선족이나 한국 기업 중국 주재원의 일치된 견해이다.

중국 주재원은 초보일수록 중국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서두르도록 돼 있다. 그래서 알음알음 알게 된 조선족이 조금만 잘 대해주면 그냥 믿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가 실제로 일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믿음에 금이 가며,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급할수록 더 차근차근 판단할 필요가 크다는 뜻이다.

또 사업 파트너보다 친구를 고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평생 같이 할 친구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친구를 한 눈에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외국에서 친구를 만들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평생 친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로스 체크는 두 말할 것도 없는 기본이다.

중국 조선족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 다 자신을 확대 포장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파트너의 주위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그들로부터 파트너에 대한 평가를 듣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업무에 대한 지식 정도, 학력 수준, 사업에 대한 열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 일에 대한 가치관 등은 기본으로 챙겨야 할 항목들에 해당된다.

결국 중국 사업에서 승패의 관건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중국 측 파트너(대개는 조선족)를 어떻게 고르느냐에 있다. 특히 중국 진출 초기 상태에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이를 찾아내는 데 긴 시간을 투자해도 헛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충분히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을 구했다 할 지라도 그와 궁합을 맞추려는 한국 측 주재원의 노력도 지속돼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사업은 쌍방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최상의 파트너끼리 만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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