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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조선족과 사업 잘하기] (1)욕심


 

한중 국교 수립 이후 10여년간 '중국통'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사업은 중국내 조선족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개인사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중소기업 또한 중국에서 필연적으로 조선족과 만나게 된다.

중국에 대해 잘 모를수록 조선족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조선족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조선족과 사업 잘하기' 연재를 통해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중국 조선족과 사업을 하다 실패한 경우가 적잖다. 이에 대해 그동안 한국 측에서 내놓은 분석은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대개 중국 조선족에 대해 '게으르다', '능력이 모자란다', '시키는 일만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또 이를 과장해 '중국 조선족과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결론은 일방적일 뿐더러 무의미하다. 그리고 향후 중국 사업을 추진하려는 다른 한국 기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고, 실패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지 못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연재할 '조선족과 사업 잘하기'에서는 주로 조선족의 시각을 많이 반영하고자 한다. 조선족의 시각과 관점을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중국 사업을 시작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중국 사업을 호기 있게 추진한 B사는 얼마 안가 부도를 내고 말았다. B사 역시 조선족과 손잡고 중국 사업을 하였다.

일단 여기까지만 들으면 B사 또한 조선족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례라고 해석하고 의심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실제로 B사와 제휴한 조선족 기업 S사는 B사 부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을 자세히 들어보니 근본적인 문제는 B사에게 있었다.

사정은 이렇다. B사는 설비 구축 회사로, S사와 제휴해 중국의 대형 석유회사가 발주할 예정인 환경설비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S사 또한 설비 구축 회사로, 이 석유회사와 사업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S사는 소방설비와 급수설비 전문이어서 이번 프로젝트인 환경 쪽에서는 약했다.

B사가 S사와 제휴키로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B사의 환경기술과, S사의 꽌시(關係)를 합치면 사업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사업규모는 8천만 위안이고, 수익률도 좋은 '알짜배기 사업'이었다고 한다.

이 사업에서 제휴하기로 약속한 두 회사는 B사가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S사는 판매액의 10%를 가져간다는 내용의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그런데 B사가 '욕심'을 부린 것이다. 당초 B사와 S사가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마감 직전에 B사가 단독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S사를 통해 석유회사의 관계자를 만났고, 그 정도면 꽌시를 맺었다는 판단 아래, S사에 주기로 한 10%의 마진마저 직접 챙기려 한 것이다.

S사로서는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S사 K사장은 애써 참고 B사 측에 그동안 활동 경비로 든 50만 위안만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요청도 거절당한다. K사장은 당연히 앙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K사장은 B사의 수주를 여러 통로로 방해했다고 스스로 털어놓았다. 결국 B사는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고, 그 얼마 뒤 부도가 났다.

K사장은 "나중에 보니 B사는 한국에서 사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마지막 돌파구로 중국을 선택하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렇게 막바지에 몰리다보니, '욕심'을 부리게 됐고,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 같다"고 설명하였다.

물론 이와 반대로 조선족의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 일도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의 잘못이었건 간에, 사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과, 또 도를 벗어난 '지나친 욕심'은 사업의 기반이 돼야 할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사업을 그르치게 한다는 교훈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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