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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종] 유료화 대세 거스른 벅스뮤직


 

다음달부터 우리나라 음악 시장의 판도가 바뀐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9개 업체들이 내달 1일부터 일제히 유료화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불법 서비스라는 지적을 받으며 '음지'에서 커왔던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양지'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음악 사이트인 렛츠뮤직이나 엠피캣은 이미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불법 시비를 낳았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료화'라는 대세를 탄 것이다.

헌데 이런 흐름을 거역하는 업체가 있다. 바로 국내 음악 스트리밍 1위 업체인 벅스뮤직이다. 벅스뮤직은 "저작인접권료(음악사이트가 음반사에 주는 돈)는 내겠지만 유료화는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벅스뮤직의 이런 입장은 유료화를 결정한 다른 업체들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당장 유료로 전환했을 경우 벅스뮤직에 사용자들을 대거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 서비스 업체 전체가 '공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음악 서비스 업체 사장은 "유료화 이후 3, 4일이면 생사가 결판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하게 위기을 느낀다는 말이다. 이 말 속에는 벅스뮤직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다.

벅스뮤직이 무료를 유지하겠다는 논리는 간단하다. "돈만 내면 되지 않느냐. 유료화를 하건 말건 우리 자유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벅스뮤직은 음반사들에 아직 돈을 내지 않는다. 음반사들이 제시하는 기준이 너무 비싸다는 것. 결국 돈도 안내면서 유료화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벅스뮤직이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는 1천500만명이 넘는 회원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벅스뮤직은 커져 버렸다. 소규모 음반사들은 오히려 벅스뮤직에 새 앨범 홍보를 부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경쟁사들이 모두 유료로 돌아선 지금 벅스뮤직의 무료 고수가 더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선, "벅스뮤직의 무료 고수는 결국 경쟁업체의 사용자들까지 다 흡수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다"라는 비판이다.

벅스뮤직은 '단계적으로 유료화를 검토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유료화할 거라면 지금 못할 이유는 어디 있는가.

벅스뮤직의 '시간 끌기' 이면에는 포털 사이트들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벅스뮤직의 평균 체류시간은 50~60분. 다른 사이트에 비해 굉장히 긴 시간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벅스 뮤직에서 음악을 듣고 정작 '돈이 되는' 활동은 포털사이트에서 한다.

만약 벅스뮤직과 포털 사이트가 똑같이 음악을 서비스한다면 벅스가 불리할 것은 자명하다. 포털은 유료 서비스가 정착되면 언제든지 음악 사업에 진출할 태세다. 그 전에 한 명의 회원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것이 벅스뮤직의 속셈이다.

벅스뮤직의 '무료고수' 입장은 10여개 사이트의 유료 전환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유료로 전환했을 경우 시장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음악과 영화 콘텐츠가 인터넷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벅스가 무료를 고수해 '음악 콘텐츠도 유료'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어렵게 된다면 이런 전망은 허황된 얘기에 불과하다.

이미 메이저 음반사들도 벅스뮤직과 등을 돌린 상태다. 올해초 벅스뮤직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됐다.

이 회사 법무부장은 범죄집단에 있는 것도 아닌데 몇 달 째 경찰서에 불려 다니고 있다. 벅스뮤직의 박성훈 사장은 얼마 전부터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닌다. 벅스뮤직 사무실에도 경호업체 직원이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벅스뮤직은 이번 유료 전환에서 스스로를 제외함으로써 그동안 뜻을 같이했던 다른 음악 서비스 업체들과 길을 달리하게 됐다. 아군까지 잃게 된 것이다.

벅스뮤직 관계자는 지금을 상황을 "이제 사방이 적으로 포위됐다"고 표현했다. '이웃'을 모두 잃으면서까지 무료를 고수하는 것이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 벅스뮤직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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