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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③갈등 속 新패러다임, '경제 적폐' 넘어라


[창간17주년]'사드' 갈등 속 새 무역질서 확립…새 정부 '외교력'에 방점

[아이뉴스24 유재형기자] 탄핵정국이라는 터널을 지나온 제조 기업들은 계절 요인과 함께 국제정세 변화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연초 글로벌 '불확실성'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고심했던 기업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변수에 고심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수출전선 다변화, 내수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 유력 주자들은 경제 정책 중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를 녹일 훈풍을 준비 중이지만 대안 마련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10월 102.0에서 11월 95.7로 떨어진 이후 2017년 2월 99.4까지 4개월 연속으로 기준치 100을 하회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탄핵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소비자 심리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업들은 대선을 앞두고 사회에 새로운 활력이 유입됐다는 증거로 한층 밝아진 사회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책 방향이 소득 향상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해법을 만지작거리는 만큼 이후 소비 활동 범위도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사드 고비만 넘긴다면 한류 콘텐츠에 기댄 기존 접근방식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울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정세에 포위당한 한국 경제

문제는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체질에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수출액은 144조 여원이고, 중국의 한국 수출액은 100조원 가량이다. 한국수출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중 2/3가량이 완제품이 아니라 중간재가 차지했다. 또 이중 상당 부분은 원자재가 차지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민귀식 교수는 '중국 시진 핑 정권이 사드 보복 차원에서 금전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간재 수입 국가를 일본이나 대만 등지로 변경할 경우 우리 수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장 큰 피해가 진행 중인 관광업계의 경우 전체 관광객 수의 절반인 46.7%가 중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기업의 마케팅만으로는 통제 사회인 중국의 특성상 출국 허가시 이들 관광객을 불러 모을 묘책이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더군다나 중국 관광객 성향이 '쇼핑 관광'이기에 유통·관광업계는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으로 대체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중국의 사드 굴기, 일본의 위안부 합의 몽니라는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보다는 내수를 견실히 다지면서 이후 국제정세 변화에 대처한다는 기업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 양 정부가 공식으로 사드 보복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개별 기업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중국은 현재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 강화'라는 궤변으로 보복성 조치를 진행 중이기에 자칫 행정 집행에 불복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행동은 자제하는 처지다.

중국 광저우에서 의류제조 공장을 가동 중인 업계 관계자는 "사드에서 촉발된 통상 마찰의 원인이 한중 양국 정부 간 견해차에 따른 갈등에서 촉발됐기에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면서 "섣불리 중국 시장 분위기에 저항했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차분하게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역으로 한국 소비자도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만큼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며 우리 국민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 길' 절실한 기업, 정부 대응은 '임시방편'

업계 불만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에서는 사드 사태를 한국과 중국 경제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지만 양국 정부 간 협상 테이블 마련은 요원한 상태다.

과거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영토 분쟁 당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일었을 때도 일본 정부는 재계와 공동으로 대규모 방중단을 꾸려 외교·경제 활동을 이어간 사례가 있다. 그 결과 일본은 자국 주장의 영토를 방어하면서도 반일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정상적인 무역 관계 복원에 상공했다. 이번 사태가 부른 반한 감정의 최대 수혜자로 한국기업을 대체할 일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상태다.

관광업계에 쏟아진 대책도 '어떻게든 버텨보라'는 식의 주문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지역경제정책협의회 자리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한 숙박업체 객실요금 10% 인하책을 내놨고, 각 지자체는 숙박 건물의 재산세를 깎아주고 고용지원금을 신설하는 등의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당장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유통채널과 접촉 결과 말레이어나 베트남어, 태국어 통역지원 등 가장 기본적인 언어소통의 문제부터 벽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가 우선 동남아 관광객 유치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등을 돌렸던 중국인들도 한국 상황을 이해하고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예언만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태도를 비판했다.

이러는 사이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이라는 원성을 사며 20일 현재 롯데마트 내 중국 점포 99개의 80%가 문을 닫았다. 대부분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이지만 매장 앞 시위 상황 등에 따라 자체적으로 문을 닫은 점포수도 16개에 이르면서 중국 사업을 접는다는 설도 등장하기도 했다. 79개 점포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내 1위 대형마트인 대만계 다룬파(RT마트)가 한국 제품 판매를 중단 했다. 다룬파와 더불어 홍콩계인 화룬완자의 온라인 상점에서는 롯데 제품이 검색되지 않고 있으며, 중국 롯데의 주요 웹사이트가 해킹 공세로 3주째 먹통인 것으로 확인됐다.

LG생활건강 항저우 화장품 공장은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에서 천장을 방화자재로 바꾸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방화자재로 교체하려면 공장 가동을 1개월간 멈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장의 연간 매출은 1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3월에도 한국행 전세기에 대해서만 운항신청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 항공사들은 전세기들을 3월중 운항하겠다고 중국 민항국에 신청했으나 허가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4∼11월 중국 18개 지역에서 관광객 7만 여명이 전세기를 이용해 대구공항에 들어오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사드 혼란'의 한 축, 미국도 응답할 때

결국 하락한 수익성을 만회할 곳은 내수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며 불황의 강을 건너고 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일각 엿보인 기업의 반도덕적 행태를 상쇄할 반성을 담은 윤리경영 체제 전환을 서두르며 국내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불확실성을 접한 증권가 역시 올해 유망분야를 내수 유통기업에 두고 있다. 한·중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자본시장이 보는 전망으로 당장 업종 내 사드 여파가 제한적인 업종으로 투자 대상을 잡은 것이다.

IBK기업은행 안지영 애널리스트는 "사드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보복 전략은 2017년 면세점 사업을 강화한 오프라인 유통업 전망에는 직접적인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효율적인 영업 전략으로 기업과 주주 입장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채널이 주목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사드를 둘러 싼 한·중 양국의 대치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국이 가진 위상과 입지로 볼 때 장기적 갈등은 이로울 것이 없다는 계산은 가능하다. 그럼에도 '사드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놓고 벌어진 논쟁 가운데서도 미국이 취하는 이득을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 사드 배치 후폭풍을 한국 혼자 감내하기에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 정부에 앞서 중국 측에 사드 배치 당위성을 주장해야 할 미국조차 무역장벽을 통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외교력이 부재한 한국 상황이 처한 현실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미국으로 하여금 미·일 안보조약 적용범위를 확대해 센카쿠를 자국 영토화하는 외교력을 발휘하며 중국의 반발을 일정 부분 잠재우는 효과를 봤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품질'과 '쓸모' 유지한다면…"한국산은 승리한다"

증권가 격언 중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마라'는 말이 있다. 거대 시장 일변도의 의존 외교에서 탈피해 실리 외교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선 박근혜 정부가 경제실리 외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외교에 치중한 결과가 주변국과의 갈등양상으로 나타났다.

차기 행정부에 바라는 산업계 요구는 '신뢰회복'을 목표로 한 '균형외교'를 요구하는 듯하다. 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하면서도 외교 갈등을 유발하는 행정력으로는 제2의 사드 사태를 부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 역시 국력과 국격을 등에 업고 등락을 반복하는 만큼 정부의 외교력 향상은 우선 고려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구매력 앞에서 눈치를 봐왔던 태도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명확한 사드 보복 앞에서도 스스로 '사드보복은 없다'고 진단했던 태도가 지금의 도 넘은 중국의 보복행위를 부른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견기업들은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쪽에서 대체 해외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 대형유통기업들이 불려온 몸짓이 내수만으로 먹고 살 수 없기에 국외 시장 확대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다. 국제 관계 속 시장 정세 변화는 개별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만으로 극복 불가능하기에 정부의 외교력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동시에 중국 시장과 소비자를 대면하는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그간 한국기업은 품질과 쓸모를 토대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 왔으며, 어떠한 무역질서 속에서도 이러한 자신감을 유지한다면 우리 경제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향후 대규모 추경 편성 및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될 전망"이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충격을 다소나마 완화시 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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