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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외친다 '다시 민생으로'


[창간15주년 특별기획-정치 혁신] ③ 갈등 해결할 포용적 번영 '절실'

[조석근기자] 직장인 안효상(35)씨는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10년 뒤가 바로 지금 내 모습일 거예요"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방대를 졸업한 안씨는 번번이 대기업 면접에서 탈락했다. 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수년 동안 낙방해 지금은 한 중소기업의 계약직 사원으로 일한다. 그의 월급은 180만원. 세살 난 딸의 보육비로도 벅찬 돈이다.

오정희(59)씨는 영화 '국제시장'의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립다고 말했다. '몹시도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그때는 적어도 희망이 있었다'는 뜻이다. 오씨는 여공으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시집을 갔고 몇년 후 서울 변두리 일지언정 집도 한 칸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오씨는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식당 찬모 일도 더 나이가 들면 못할 성싶다"며 울상을 지었다.

◆20·30 "일할 기회가 없다" vs 50·60 "안전한 노후가 없다"

대학을 다니는 20대부터 은퇴한 60대까지 <아이뉴스24>가 만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정부 10년과 보수정부 7년을 지나오는 동안 줄곧 악화된 중산층과 서민들의 위기 앞에선 여야의 책임이 따로 없었다.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길 정치권에 요구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세대별로 어떤 고민들을 움켜쥐고 있을까. 먼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20대는 기회의 박탈로 신음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 평균 8개월을 백수로 보내고 학비 마련을 이유로 대학생 40%가 빚을 지고 사회로 진출하는 현실이다.

문제는 적정 소득과 고용 안정이 보장된 질 좋은 일자리가 계속 감소한다는 점이다.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을 둘러싼 고비용 스펙 경쟁으로 취업 준비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최근엔 '5포 세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연애와 결혼, 출산에 이어 내집 마련까지 포기했다는 뜻이다.

대학생 구승철씨(21)는 "한 학기 수백만원의 학자금만 해도 집안 형편상 버거운 실정"이라며 "이제는 가난만이 아니라 사회로 나갈 기회마저도 되물림되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활발한 경제 활동으로 사회의 허리를 이루는 30·40대는 어떨까. 30·40대는 노동시장의 정착기로 가정생활을 통해 서민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단계다. 그만큼 육아와 교육, 부동산 매매와 전월세, 조세와 가계부채 등 생활비 부담이 집중된다.

특히 주거부담과 교육비가 각각 30·40대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0대는 주거비로 315만원(15%), 40대는 교육비로 639만원(25%)을 각각 지출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단일 항목으로는 식료품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강지영(45)씨는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원비 때문에 아무리 살림을 줄여도 힘들다"며 "이 녀석들 대학까지 보내면 정작 우리 부부 노후는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숨막힌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50·60대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은퇴로 접어드는 시기다. 문제는 사회안전망과 노후대책의 미비로 불안한 노년을 맞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은퇴 가구주의 53.4%가 노후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거나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생활비 압박도 심하다. 50·60대 이상 은퇴자 34.3%가 가족과 친지가 주는 용돈에 생계를 기대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에 기대는 경우는 22.1%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건설일용직, 청소용역, 아파트 경비 등 저임금 노동이나 영세 자영업으로 다시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최근 두 자녀를 결혼시킨 강명자(63)씨는 "아이들을 결혼시키느라 유일한 재산인 집을 처분했다"며 "당뇨가 있는 남편과 건강히 오래 사는 게 유일한 바람인데, 60대가 일할 만한 일자리가 없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 한국판 '포용적 번영' 나올까?

최근 한국경제는 저상장 추세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되는 구조다. 소득 불균형에 따른 상대적 빈곤층의 증가, 지속적인 내수침체, 생산인구 감소, 중국경제의 급부상에 따른 국내 수출경쟁력 감소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다시 고용 악화로 이어져 청년층의 사회 진출과 은퇴자들의 노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도 이같은 위기감은 전 세대를 망라하며 두드러졌다. 응답자들의 평균 44.6%가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일자리를 꼽았다. 20대부터 6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이다.

이들은 빈부격차 해소 또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빈부 격차는 평균 25.6%로 모든 세대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적 성장력 회복과 함께 비정규직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 조세정의와 복지확대 등 적극적 소득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신년 연설에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중산층의 복원을 선포했다. 이른바 '포용적 성장'이다.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상위 1% 부자들에 대한 증세, 중·저소득층 감세, 최저임금 인상 등을 꼽았다.

국내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법도 일치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몰락과 서민경제의 붕괴는 일관된 현상이다.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갈등에 따른 사회분열과 장기침체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영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낙수효과(부유층의 소득이 늘면 연관산업의 발달로 서민층까지 혜택을 입는다는 경제 이론)를 기대하던 종전의 기업 중심 성장전략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은퇴자처럼 지금까지 시장에서 소외된 그룹들에게 소비할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소득 재분배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국내 정치권의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인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권이 말하는 경제가) 강자를 위한 경제인지, 약자를 위한 경제인지 선택을 두고 중산층 복원에 팔을 걷어붙인 세계적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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