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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기껏 재산 기부했더니 천성관이…


천 후보자 '의혹' 갈수록 증폭…국정운영 동력에 '암초'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일신해온 분위기에 '천성관 변수'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달 '근원적 처방' 언급 이후 '중도강화론'을 설파하며 친서민 행보를 이어온 이 대통령은 최근 300억 규모의 재산을 헌납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해 왔다. 또한 최근 유럽 순방에서 여러 결실을 맺고 귀국하면서 국정운영 드라이브 동력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천성관 검찰청장 후보자의 각종 의혹은 현 정부 초기 거세게 비판을 받았던 '강부자 정부'라는 악몽을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천 후보자의 의혹이 정치쟁점화로 옮겨 붙으면서 언론관계법 처리를 코앞에 두고 있는 여당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성관 변수'가 이 대통령의 상승기류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이 대통령이 천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천 후보자에 대해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칫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성관 보호'가 자칫 더 큰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어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혹만 증폭 시킨 천성관…'강부자' 논란 재판 될 듯

인사청문회에서 천성관 검찰청장 후보자의 강남 고가 아파트 구매자금 출처와 고급차 무상사용 의혹을 비롯해 부인과 자식들의 호화·과소비 의혹 무더기로 쏟아졌다. '의혹 백화점'이라는 비판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천 후보자의 해명은 오히려 갖가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고,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소된 의혹도 없다. 최대 의혹 사항이던 재산문제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천 후보자는 지난 4월 총재산(14억6천만원)의 2배가 되는 28억7천만원 상당의 강남 신사동 아파트를 구매했다. 천 후보자는 아파트를 살 당시 지인인 박 모씨와 동생 천 모씨에게서 각각 15억5천만원, 5억원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입도 변변찮은 동생 천씨가 어떻게 5억원을 빌려줄 수 있는지, 천 후보자와 박씨가 어떤 관계인지 등 관련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국회는 동행명령권을 발부받아 박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지만 박씨는 외유중이었다.

이와 함께 천 후보자의 부인 김 모씨의 명품 구입 전력이 새롭게 드러났다. 김씨는 천 후보자에게 15억원 가량 빌려줬다는 박씨와 똑같이 인천 공항 면세점에서 3천달러 짜리 명품 핸드백을 산 것으로 나타나 천 후보자와 박씨간 관계에 의문을 더해가고 있다.

또 천 후보자의 아들은 수입보다 신용카드 지출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천 후보자는 국내 최고 특급 호화 호텔에서 치른 아들의 결혼식을 "조그만 교외에서 조용히 했다"고 둘러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인사청문회는 천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해소는커녕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다. 민주당 등 야당은 천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정치쟁점화에 나설 태세다.

◆MB 파격인사에 찬물 끼얹은 천성관

이처럼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천 후보자 관련 의혹은 정부여당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상승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4.29재보선 참패에 이어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여당내 쇄신파동 등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급격히 상실했다. 하지만 '근원적 처방' 언급을 시작으로 '중도강화론'과 함게 친서민 행보에 적극 나서자 여론은 다소 호전되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 이 대통령의 300억 가량의 재산 헌납으로 정국주도권을 쥐고 청와대와 정부의 대대적 쇄신을 예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지난달 29일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 이뤄진 대운하 포기 선언은 정권 출범 후 계속돼 온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달 26일 정책 자문 교수단을 초청해 세 시간 가까이 난상토론을 벌인 것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라는 각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또한 인사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예상을 깬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는 MB식 파격 인사의 신호탄으로 비쳤다. 공석인 두 권력기관의 수장을 임명하면서 '서열 파괴', '외부 수혈', '충청권 우대'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깜짝 인사를 함으로써 인적 쇄신의 요구를 상당 부분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천 후보자의 각종 의혹은 이러한 분위기를 일순간에 뒤집어 놓은 듯 하다. 혹 때려다 혹 붙인 격인 된 셈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치명상을 입힌 '강부자 인사 파동'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당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박희태 "결정적 흠 아니야"…역풍 예고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천 후보자를 지나치게 감싸기 일변도로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여권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청문회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결정적 흠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소박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산 형성 문제, 고급승용차 리스문제, 자녀 위장전입 논란 등이 불거졌으나 임명을 철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측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장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천 후보자의 재산이 아파트 딱 한 채"라며 "전체적으로 검사생활 24년에 전체 재산이 15억 정도라는 점에서 비교적 청렴하게 검사생활을 한 것"이라고 천 후보자를 감쌌다.

장 의원은 "청렴하냐는 것은 직무와 관련해서 부정한 돈을 받았느냐 하는 것인데 천 후보자가 박씨로부터 빌린 돈은 직무와 관련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아파트가 팔리면 돌려줄 돈이었다"며 "15억여 원을 융통했다는 사실이 청렴하다, 청렴하지 않다는 판단의 준거는 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전날 열린 '천성관 인사 청문회'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시간에는 천 후보자에 대해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당직자는 "도대체 민정에서 무슨 검증을 한 건지 모르겠다"며 '청와대 책임론'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한 관계자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천 후보자 사퇴를 얘기하는 전화가 당으로 많이 오고 있다"며 "당내에서도 천 후보자로 인해 정국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천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분위기여서 향후 정국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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