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정치권의 '피의자 대통령'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탄핵 카드를 빼든 야권은 즉각 탄핵안 마련에 착수, 이르면 다음 주 초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들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野 탄핵안 발의 속도전…與 비박도 가세
더불어민주당은 23일 탄핵추진실무준비단 첫 회의를 열어 탄핵안 초안을 다음 주 초 완성하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준비단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이번 주 탄핵안에 대한 큰 골격을 만든 뒤 준비단에서 검토해 초안을 만들고, 다음 주 초 토론회 등 법률가·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탄핵 요건을 충족하려면 직무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야 하는데 검찰 공소장에 주로 들어가 있다"며 "그 외 국회와 언론에서 확인된 사실들이 어떤 헌법과 법률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적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탄핵추진단을 구성, 탄핵안 검토 등 탄핵 추진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단장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맡았고, 김경진·김삼화·박주현·손금주·송기석·이용주 등 법조계 출신 의원들과 이상돈 의원, 이건태 당 인권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애초 국민의당은 탄핵안 가결에 대비, 새 총리를 우선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입장을 선회했다. 탄핵을 향한 야3당 공조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이야기다.
야당은 일단 당 차원에서 탄핵안을 마련한 뒤 협의를 거쳐 단일안을 도출하는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야3당이 공동으로 단일안을 구성하면 좋은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각 당에서 하고 합치자"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차기 대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치고 탄핵안 발의를 주도한다.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개인 뿐 아니라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명 투표' 변수, 실제 결과 장담 못 해
현행 국회법에 따라 탄핵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발의 후 첫 본회의에 탄핵안을 보고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야권이 가급적 빨리 탄핵안을 처리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 보고, 2일 표결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변수는 표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 가운데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소속 의원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171명이 모두 본회의장에 나와 찬성 표결을 한다 해도 새누리당에서 최소 29명이 찬성해야 한다. 야권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에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까지는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30명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가 전날 새누리당 소속 129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109명 중 30명이 찬성하겠다고 답했다. 조선일보가 비박·중립 성향 의원 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조사 결과가 실제 표로 이어지더라도 탄핵안 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 소추 표결 시 재적의원 과반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기명 투표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에도 이 같은 우려가 깔려 있다.
야당으로서는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돼 있는 현 체제도 고민거리다. 그간 야당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경우 '박근혜 체제'가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 새 총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박지원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인터뷰에서 "만약 황 총리 하에서 탄핵이 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면 그건 박근혜 정권의 연속"이라며 "죽 쒀서 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KBS 라디오에 출연, "박 대통령은 임기 보장을 하지 않는 전제라면 국회 추천 총리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황 총리 교체를 촉구하면서도 대통령이 안 받아들일 경우를 대비해 '황교안 대행' 체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