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한낮 서울시 기온이 39도를 웃도는 역대급 폭염이 정치권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누진제 구조상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 할증분은 증가한다. 기록적 폭염에도 냉방기 가동을 꺼리는 가정이 많은 만큼 이 참에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1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주택용 전기요금과 소상공인들이 사용하는 전기요금에 대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대책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전기요금 경감을 위한 요금체계 개편이나 부가세 환급 등 방안을 즉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식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가정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세가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두려워 에어컨조차 제대로 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오죽하면 유튜브나 포털에서 에어컨 전기세 절약하는 법이 인기 검색어인데도 정부는 누진세 개편 검토는 어렵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 체계는 3단계로 구분된다. 필수 사용구간인 0~200kWh, 평균사용 구간인 201kWh~400kWh, 다소비 구간인 401kWh 이상이다. 구간별로 요율은 사용량 1kWh당 93.3원, 87.9원, 280.6원이 각각 적용된다.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되며 차등 적용된다. 누진제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면서 2016년 종전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었다.
누진제와 관련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1일 누진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 주택용은 한국전력의 전체 전력판매 중 13.6%에 불과하다. 일반용과 산업용이 각각 21.4%, 55.6%다. 프랑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주택용 수요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게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누진제 폐지 또는 완화와 관련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점이 한국전력의 적자구조다. 지난해 4분기 1천294억원, 올해 1분기 1천276억원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누진제 폐지가 이뤄질 경우 요금수입의 감소로 적자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선 누진제 한시적 완화 적용이 검토되는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폭염은 특별재난에 준하는 것이므로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할 수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폭염이 집중되는 달에 한해 주택용 월 전기요금을 30% 인하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내주 초 제출할 계획이다. 감면분은 정부가 준조세 형태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추가 징수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충당, 한국전력의 수입 감소를 예방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전력이 징수한 주택용 전기요금 총액은 9천147억원이다. 지난해 주택용 전력산업기반기금 징수액은 2천800억원으로 전기요금 30% 감면액(2천744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전기기기를 사용, 전기를 남용하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누진제 폐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부분적 완화가 한전의 재정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