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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포털은 포털이다


(문) 포털은 00이다. 이 문장에서 00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어휘를 찾아 쓰고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에 대해 논하시오.

(답) 신문 또는 언론. 왜? 정보에 관한 임의 수정·편집 또는 보도·논평 등을 통해 실질적인 언론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위 질문에 대한 답에 100점 기준으로 몇 점을 주겠는가. 주관식인 만큼 채점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후한 점수를 줄 평가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스럽다. 오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답은 포털에 대한 부분적인 고찰에 지나지 않아 설득력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비교해보자. 사람은 00이다라는 문장의 00에 ‘동물’이라 적어놓고, 그 이유에 대해 먹고 싸고 싸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하자.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그 인식 수준이 높다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런데 이 정도 인식 수준에서도 입법 활동은 가능한 모양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포털에 언론 지위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신문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봐, 포털을 신문 같은 언론으로 보고 그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지우게 하려는 것이다.

이 법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포털 초기 화면에 뉴스가 50% 이상이면 언론이다. 이 경우 언론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반면 50% 미만이면 ‘기타 인터넷간행물’이다. 이 경우 (외부로부터 구매한) 보도와 논평(즉 뉴스 콘텐츠)을 통한 여론 조성기능을 할 수 없다.

이 두 조항은, 좀 극단적 해석이긴 하지만, 포털로 하여금 언론인지 아닌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과 같다. 기준은 초기화면 50%다.

이 대목에서 연상되는 게 있다. 프로크루테스라는 악당이다. 나그네를 자기 집으로 유인해 침대에 뉘여 놓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목을 늘려 죽이고,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잘라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그 악당….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신문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 갖고 있는 조·중·동 3사의 뉴스 콘텐츠가 페이지뷰 기준으로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0.4%인 것으로 나타났다. 1%도 미처 안된다.

이 수치를 거듭 인용한 까닭은 간단하다. 포털의 경우 이미 기존 신문법의 틀로 재단하거나 규제하기에는 너무 큰 혹은 범주를 달리하고 있는 ‘괴물’과도 같은 새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알게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신문법을 고친다면 왜 방송법은 손대지 않나. 포털에 넘쳐나는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이 신문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보다 더 작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있기나 한가.

포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김 의원이 문제 삼는 부분은 앞으로 포털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 가운데 일부분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하는 것이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안다. 포털과 콘텐츠 제공업체 사이의 불공정 문제를 비롯해, 건전하지 못한 정보의 유통,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의 보호 등 앞으로 포털이 해결해야 할 사안은 차고 넘친다.

김 의원이 포털을 정점으로 한 국내 인터넷 산업과 네티즌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총체적 해법을 찾는데 진지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게 김 의원에게도 도움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신문법 개정만을 강행하려 한다면 적잖은 이들이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프로쿠르테스는 영웅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당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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