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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록펠러의 길을 걷는 빌 게이츠


세계 최고 부자라고 하면 흔히 빌 게이츠를 떠올린다. 하지만 역사상 최고 부자는 빌 게이츠보다 꼭 100년 먼저 활동했던 '석유왕' 존 록펠러다.

19세기 석유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록펠러는 지금 가치로 따져 약 1천900억달러(한화 약 190조원)의 재산을 모았다. 현재 빌 게이츠의 재산 55조원의 3배를 조금 웃돌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록펠러는 살아 있는 동안 '더러운 부자'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스탠더드오일이란 석유회사를 운영하면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다. 게다가 그는 저항하는 노동자들에에겐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렸던 대표적인 악덕 기업주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던지 록펠러는 잠들 땐 침대 옆에 항상 총을 놔뒀다고 한다.

록펠러는 말년에 '더러운 부자'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자선사업에 뛰어들었다. 1913년 5천만달러란 거액을 들여 록펠레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빌 게이츠 역시 록펠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록펠러가 19세기의 신성장동력이었던 석유로 부를 축적했다면 빌 게이츠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로 최고 부자 대열에 올랐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던 점도 비슷하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996년 넷스케이프와 벌인 브라우저 전쟁을 시작으로 반독점 소송의 단골 손님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기업들이 MS의 반독점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그러다 보니 'MS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MS가 새롭게 진출하는 곳마다 미리 터를 잡고 있던 업체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빗댄 말이었다.

이렇게 되면서 MS는 '악의 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물론 MS를 이끌었던 빌 게이츠는 당연히 '악의 제국의 심장부'로 통했다.

특히 미국 법원으로부터 회사 분할 판결을 받았던 지난 2000년 무럽엔 MS와 빌 게이츠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당시 빌 게이츠가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록펠러가 그랬듯이 빌 게이츠도 최악의 순간에 자선 단체를 설립했다. 2000년 아내의 이름을 함께 딴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을 만든 것이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은 현재 세계 최대 자선단체로 꼽힐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빌 게이츠는 지난 27일(현지 시간) MS에서 공식 은퇴하면서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2개월 여 간의 달콤한 휴가를 즐긴 뒤 9월부터는 '빌&멜린다게이츠 재단'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여기까지는 록펠러와 빌 게이츠가 비슷해 보인다. 물론 둘의 사정이 똑 같은 건 아니다. 적어도 자선사업을 시작할 무렵엔 빌 게이츠의 상황이 조금 나아 보인다.

록펠러는 자선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실제로 그가 록펠러재단을 설립하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조롱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는 "록펠러가 아무리 자선 사업을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악행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게다가 록펠러는 악명이 워낙 심했던 탓에 연방정부로부터 자선단체 인가를 받는 데만 3년이 걸렸다.

그에 비하면 빌 게이츠는 양호한 상태에서 자선사업가로 변신하는 셈이다. MS에 대한 이미지도 2000년 당시에 비해선 상당히 개선된 편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록펠러처럼 화려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빌 게이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것은 온전히 빌 게이츠의 몫이다. 그가 앞으로 자선사업가로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세상 인심'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은퇴하면서 '80%는 자선사업을 하고 20%는 MS를 위한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해 왔던 일의 우선 순위를 완전히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는 자선사업가 빌 게이츠를 80%만큼만 신뢰한다. 이 말은 그가 MS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고 자선사업에만 전념할 때 100% 지지를 보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록펠러가 그랬던 것처럼, 빌 게이츠 역시 자선사업가로 멋지게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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