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A형간염 등 위험 혈액, 혈액제제로 유통"

"말라리아·A형간염 등 위험 혈액, 혈액제제로 유통"

헌혈 부적격자 혈액 수혈 등…문진 검사, 혈액검사 등 강화해야

[정기수기자] A형간염과 말라리아 등의 감염 위험이 있는 혈액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되거나 혈액제제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문진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있는 헌혈부적격자의 헌혈건수는 2천64건에 달한다.

'국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 또는 여행'에 해당하는 경우가 1천85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외 말라리아 위험지역 여행'(192건), '말라리아 병력이 있는 사람이 헌혈'(15건), '헌혈 후 말라리아 감염이 확인된 경우'(3건) 등이 뒤를 이었다.

2006년과 2010년에는 말라리아 감염자의 혈액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6개월 미만 여행을 하거나 거주한 사람은 1년간, 6개월 이상 거주하거나 군 복무를 한 사람은 2년간 헌혈이 금지된다. 또 말라리아 병력이 있는 경우 치료 종료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채혈을 금지하고 있다.

원 의원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말라리아 발생률 1위 국가지만 말라리아는 간염이나 에이즈처럼 혈액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사전 문진에 의존해 헌혈 부적격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말라리아에 대해서도 헌혈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헌혈 보관검체에 대한 사후조사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A형 간염 보균자의 혈액을 수혈 받아 2명이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가 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총 14명의 A형간염 보균자가 헌혈해 이 혈액으로 총 24개의 혈액제제(농축적혈구 11개, 농축혈소판 12개, 신선동결혈장 1개)가 만들어졌다. 이 중 2008년 6월에 채혈된 농축적혈구를 수혈받은 30대 임산부가 처음으로 A형 간염에 감염됐고, 지난 4월에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혈받은 환자가 A형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적십자사는 2008년부터 헌혈 후 A형간염 증상이 나타나 진단을 받고 혈액원에 알려온 경우에 한해 수혈용으로 공급된 혈액의 보관검체를 확인, 수혈로 인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A형간염은 대부분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회복되지만 20세 이상 성인에게는 급성간염이나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연령이 높거나 B형이나 C형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급속히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는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최 의원은 설명했다.

최 의원은 "헌혈하는 당사자도 A형 간염 잠복기로 인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증 질환자가 수혈을 받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문진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적십자사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불량' 진단 시약을 사용, 제대로 검사되지 않은 혈액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적십자사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사용해온 C형간염 진단시약이 최근 중앙혈액검사센터의 시험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C형간염 의심 혈액이 정상 혈액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진단시약은 LG생명과학의 'LG HCD Confirm'으로 중앙혈액검사센터가 지난 8월 C형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41개 검체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C형간염 확인율이 95.1%에 그쳤다. 반면 다른 2개 회사의 시약은 C형간염을 100% 잡아냈다.

적십자사는 이 시약을 사용해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1만7천2건의 혈액 검사를 했다.

이 진단시약은 1차 검사를 통해 C형간염에 걸렸다고 양성 판정받은 혈액에 대해 2차 확인검사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적십자사는 이 시약을 오는 11월30일까지 계속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1차 검사에서 C형간염 양성으로 판정된 1만7천2건 중 4.9%에 해당하는 833건의 C형간염 의심혈액이 정상 혈액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금이라도 역학조사를 실시해 해당 혈액 수혈자 가운데 C형간염 감염된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