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지난 10일 아침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휴대폰 벨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이는 같은 날 오전 8시 경 동반성장위원회가 56개 대기업의 작년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앞두고, 이들 기업 관계자들이 자기가 속한 회사의 동반성장지수를 먼저 알아보고 그에 따른 해명 내지는 반박자료를 내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 처럼 56개 기업은 동방성장지수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위원회에는 삼성전자와 현자동차, 롯데쇼핑 등 이번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만 참석했다.
또 '보통' 등급을 받은 두산중공업만이 이날 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위원회 이전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위원은 이들 4개 기업을 포함해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모두 9명이다.
위원회에 불참한 기업 중 포스코가 '우수'를 LG전자와 현대제철이 '양호'를, 현대중공업과 SK텔레콤이 '보통'을 받아, 이번 평가에서 6개社가 '우수', 20개社가 양호, 23개社가 '보통', 7개社가 '개선'을 각각 받은 점을 감안하면 성적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이들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이날 위원회에 불참했다. 유장희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 2일 위원회에도 이들은 같은 이유로 대거 불참했다.
다만, 이들은 지난 3월29일 정운찬 전(前) 위원장이 퇴임을 발표한 위원회에는 모두 참석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2010년부터 1년이 넘게 대중소기업 동방성장문화 정착을 위해 대기업과 불철주야 싸운 정 위원장의 마지막 가는 길에 수고의 박수를 보내기 위해서 였을까? 또 신임 위원장을 길들이기 위한 포석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작년 정 전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창하고 나섰을 때,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이건희 회장 등 재계 대표들은 똘똘 뭉쳐 정 전 위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대중소기업동성장을 얼토당토 않은 일로 치부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집권후반기 주요 실현 정책으로 강조하자, 이들 56개 기업은 중소협력사와 서둘러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는 등 잠시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서 이들 대기업 위원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다시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열중했다.
이 같은 대기업 위원들의 횡포(?)는 작년 12월부터 올 1월 사이 열린 위원회가 초과이익공유제의 도입여부를 논의하자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 대기업 위원들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며, 위원회 보이콧을 단행했다.
이달 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한 대기업 위원들은 해외출장 중이거나 중요한 바이어를 만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한 기업 사장은 지난 주말에야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지난 2일 위원회에는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대기업 위원들은 왜 불참했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작년하고 뒤바뀐 입장을 애써 자위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동반성장委가 작년 대기업 측에 동반성장하자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들은 고자세를 유지했으나, 지수 발표 당일 이들은 180도로 바뀐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첫 동반성장지수가 나왔고, 앞으로 동반성장委가 지수평가 시 보완해야 할 사항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앞으로 대기업 위원들도 위원회에 적극 참석, 동반성장 실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야권에 넘어 갈 경우 동반성장을 넘어 재벌 개혁이, 다시 여권이 정권을 잡더라도 동반성장은 꾸준히 시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동반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기업 측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