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방송산업 로드맵, 달라지는 점은?

14년만의 방송산업 로드맵, 달라지는 점은?

지상파·종편 등 혜택, PP 소유규제는 앞날 험할듯

[백나영기자] 정부가 14년 만에 방송산업 청사진을 내놨다. 비대칭적 규제 해소를 통해 방송사들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방송서비스 도입을 촉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3개 부처가 지난 10일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비대칭적 규제 풀고 공정경쟁 환경 조성

종합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규제혁신을 통해 방송사업자별로 상이한 규제를 일원화시키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점이다.

정부는 우선, 매체별로 차별화된 시장점유율 규제를 전체 유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IPTV) 가입가구의 일정비율 기준으로 통일한다. 현재 케이블TV는 케이블TV 가입가구의 3분의 1, IPTV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 1, 위성방송은 가입자 제한이 없는 등 서로 다른 가입자 규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 결과를 반영, 케이블TV 사업자 점유율 규제 개선부터 나설 계획이다. 공정성 특위에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점유율 규제 완화를 시행령으로 할지 법령으로 할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으며, 시행령으로 하는 것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위성, IP방식 등 전송방식을 불문하고 케이블TV·위성방송·IPTV를 단일사업으로 분류하고 규제를 일원화할 계획이다. 2014년 내에 입법을 준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통합방송법 제정을 추진한다.

방송법과 IPTV법상 금지행위 유형과 제재 기준 등을 일원화해 규제 형평성도 높인다. 현재 방송법에서는 지상파·SO·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는 채널편성 변경, 채널·프로그램 제공 중단,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 등을 금지하고 있다.

IPTV는 다른 방송사업자들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통신사업자들과 동일한 제재를 받고 있다. 방송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에서는 방송법과 IPTV법의 방송분야 금지행위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한 연구반을 진행하고 있다.

요금 규제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하고, 규제 형평성을 맞춘다. 승인제에서는 사업자들이 새로운 상품을 구성하더라도 정부의 승인이 나기 전까지(약 3개월) 상품을 판매할 수 없어 다양한 상품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한 케이블TV 사업자는 요금 상한제로, IPTV사업자는 요금 정액제로 승인받게 돼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주문형비디오(VOD), 데이터 방송 등 선택형 상품부터 단계적으로 요금을 신고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규제 풀고, 신규서비스 도입 촉진한다

정부는 방송 산업의 기술규제를 풀고 신규 서비스 도입을 촉진한다. DCS(위성방송+IPTV)와 같은 방송전송방식 혼합사용 허용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홍문종 의원은 방송통신융합기술 관련 기술결합서비스의 근거 및 절차를 마련하는 법률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DCS가 허용될 경우 이용자들은 위성안테나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 없이 인터넷 망을 통해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 또 DCS의 경우 개별 가정용 안테나가 아닌 회사에서 큰 안테나로 신호를 받기 때문에 날씨에 관계없이 좋은 화질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해 아날로그 케이블TV에서도 고화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변조 방식 '8VSB'의 도입 방안도 마련한다. 8VSB 기술이 적용되면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디지털 셋톱박스 설치나 비싼 디지털 케이블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도 고화질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시청자복지 증진과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지상파 다채널방송(MMS)의 도입 방안도 마련한다. MMS가 도입되면 이를테면 MBC 채널이 11-1, 11-2로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채널을 즐길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술규제 허용을 두고 각 사업자들이 자사 이해득실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8VSB 도입이 될 경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종편사업자들은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에게도 고화질의 종편방송을 송출할 수 있어 찬성하고 있다. 반면 900만 아날로그 케이블TV 시장을 뺏기는 IPTV와 종편에 시청자를 내줄 위험이 있는 지상파는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MMS를 두고도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방송광고'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지상파 채널이 더 생기면 한정된 광고시장을 두고 경쟁자가 증가해 유료방송 광고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아직까지 MMS의 광고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나선다

아울러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고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도 담겼다. 내년부터는 현재 PP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로 제한된 MPP 시장점유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2015년 한미FTA 발효에 따라 글로벌미디어그룹의 국내시장 진입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PP의 대형화, 글로벌화를 위한 투자를 촉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콘텐츠 투자활성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1천억원 규모의 방송분야 펀드 '디지털콘텐츠 코리아 펀드' 등을 조성해 초고화질(UHD), 스마트방송용 콘텐츠 등 차세대 콘텐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중소방송사와 제작사가 완성될 콘테츠를 담보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완성보증 규모를 1천200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2015년부터는 콘텐츠 제작 초기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기관과 협력을 통해 매출채권 담보로 제작비 등 대출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합계획에 PP규제 완화, 콘텐츠 투자 강화 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한미FTA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박사는 "규제 개선을 통해 특정 사업자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력 있는 방송사·제작사에 대한 투자재원확대도 중요하다"며 "한미FTA 발효가 얼마남지 않은만큼 내년에는 콘텐츠 시장 육성 전략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