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면 죽는다"…케이블TV 채널 편성권 논란

"빠지면 죽는다"…케이블TV 채널 편성권 논란

한정된 아날로그 채널두고 SO-PP 등 분쟁 법정으로

[김현주기자] 케이블TV 아날로그 채널 편성권을 둘러싸고 방송업계가 각종 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상파방송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공익채널 등이 아날로그 케이블TV 채널 편성에서 제외된 것에 불만을 품고 케이블TV방송사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방송 사업에 다양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향후 이 같은 분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각도의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의무전송채널·공익채널·지상파 계열 PP·종합유선방송(SO) 계열 PP 등의 수가 늘어나면서 케이블TV 아날로그 채널 편성을 두고 논란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계열PP는 성남지역 SO인 아름방송을 상대로 '지상파 계열 채널사용사업자(PP) 방송송출금지 가처분'을 수원지방법원에 신청하고 수원지방검찰청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011년 12월 아름방송은 종합편성채널 4개와 보도채널 1개가 들어오면서 시청률이 저조한 지상파 계열 채널 3개를 편성에서 제외했다.

이에 반발한 지상파PP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지난해 12월 31일에 16개 채널을 공급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아름방송은 시청자 혼란을 줄이기 위한 시청자 고지 의무를 이유로 1월1일 이후에도 방송을 지속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채널 편성권을 둘러싼 분쟁은 의무전송인 종합편성채널 4개가 한꺼번에 진입하면서 더욱 잦아졌다.

지난 2011년 12월 케이블TV방송사들이 EBS의 수능채널의 번호를 변경하는 한편 영어채널을 편성 제외하자 EBS가 반발한 사건이 논란이 됐다. EBS는 공익채널인 계열PP을 모두 케이블TV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SO의 임의편성권을 폐지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도 개별PP인 리얼TV가 씨앤앰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방통위에 분쟁조정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씨앤앰이 리얼TV의 시청가구를 대폭 줄였기 때문.

공공채널들의 채널 배정 불만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정책방송(KTV)는 기존 20번대 채널을 보유하다가 종편 출범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90번대 이상으로 밀려났다.

KTV는 오는 13일 '종편시대 공공채널의 공익성 강화방안'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SO의 채널 배정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을 계획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케이블TV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어 기존 아날로그 채널은 주파수 부족 문제로 70여개 채널만 들어올 수 있는 상태"라며 "그 동안 채널 배정에 있어 서로 간 불만이 있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채널 편성권을 두고 불만이 증폭되고 있어 SO들도 채널 편성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서 채널 빠지면 죽는다"…생존문제 직결 '난감'

PP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건 케이블TV 아날로그 편성에 포함되느냐, 어떤 번호를 배정받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만이 제대로 된 시청률을 집계하고 있는데다 광고 시장도 형성돼있다.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 가구만 1천만에 육박한다.

이 같은 이유로 SO 채널편성권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지자 국회·정부의 법 개정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국회 정장선 의원(민주)이 SO가 공공채널을 배정, 변경할 경우 공공채널 사업자와 사전 협의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방통위도 SO가 채널 편성 시 개별PP에 20%를 할당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SO들은 한정된 주파수 때문에 아날로그 채널은 70여개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모든 PP들이 만족할 만한 편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 상 SO들은 지상파·공공·지역·종교채널·보도·공익·종편 채널을 의무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70개중 비어있는 채널이 그리 많지 않다.

SO들은 채널 편성권이 방송법 제 4조에 의한 SO 재산권이며 사업자 이권과 관련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O 관계자는 "기존에도 채널 배치는 PP평가기준과 소비자 만족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채널 편성을 하고 있다"며 "채널번호 배치는 수익과 연결되는 시장의 문제이므로 번호배치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시켜 산업발전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SO가 PP 평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에서는 SO들이 디지털전환을 완료하면 자연스레 논란은 줄어들 거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디지털 전환 완료 시 SO 주파수 효율성이 증대되고 채널 배정 및 편성의 안정성이 보다 강화돼 채널 배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종편, 지상파 등 채널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채널 편성권 위협을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