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성상훈, 김국배기자]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장에 '몰카(몰래카메라)'가 등장했다. 해킹을 당해 통화내역을 제 3자가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장면도 현장에서 시연됐다.
자칫 무겁기만할 수 있는 국감장은 의원들의 '퍼포먼스'로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이내 가계통신비를 포함한 통신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집중적인 질타가 이어졌다. 사회 전반을 파고드는 해킹과 도청 등의 심각성과 현 정부의 창조경제 성과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10여개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3억5천 해킹방지 앱, 3만5천짜리 앱에 완패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시중에 판매중인 해킹 앱을 직접 시연하며 악성 유해앱이지만 정부가 개발한 해킹방지앱으로 탐지 및 치료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진흥원(KISA)이 개발한 스마트폰 해킹 방지앱 '폰키퍼'가 악성코드 탐지 및 치료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중에 팔리는 가장 저렴한 해킹앱은 월 3만5천원, 비싼 앱은 월 25만원에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이들 해킹앱은 KISA의 폰키퍼가 전혀 탐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폰키퍼는 KISA가 약 3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스마트폰 해킹방지 앱으로 지난 7월 말 기준 약 13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배 의원은 "수억원을 들여 개발한 앱이 월 3만5천원짜리 해킹앱 앞에 '깡통'이 되었다"며 "해킹앱 탐지도 못하고 치료도 못하는 활용도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의 언급에 최 장관은 "새로운 해킹툴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서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새로운 해킹툴을 탐지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양희 장관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보이며 "보이는 영상이 어떤 것인지 알겠느냐"고 물었다. 최 장관은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여기 국감장 모습같다"고 대답했다.
장 의원의 스마트폰에는 국감장 현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장 의원은 "탁상 시계처럼 생긴 변형카메라(몰래카메라)로 보좌관이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총기나 도검류처럼 몰카도 전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성폭력 범죄 처벌법에 의해 처벌된 범죄 건수는 2만1천160건이고 불법으로 몰카 제품을 판매해 적발된 업체는 44건"이라며 "범죄 건수나 판매 추이가 매년 34%~100%씩 증가하고 있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사전 통제하고 전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몰래카메라 근절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도 몰카의 사후 규제 뿐 아니라 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했다.

◆여야, 가계통신비 인하 적극 대처 주문
여야 의원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포함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대신 매월 전화비를 깎아주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단말기 지원금과 20% 요금할인제도를 비교해 더 싼 방법을 택하지 못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선택약정 할인제가 소비자에 더 유리할 수 있는데 충분히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같은당 권은희 의원은 기억하기 쉬워 이른바 '골드번호' 매매가 불법임에도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특히 "정부의 안일한 010 번호통합 추진 정책으로 인해 불법 거래되는 01x 번호가 최고 1천만원까지 호가하는 등 당장이라도 비정상적인 번호매매 실태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번호를 회수할 수 있는데도 미래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010 번호 통합정책 역시 분명한 시점을 알리지 않은 채 통신이용자들이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피해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양희 장관은 "골드번호 불법매매과 관련, 처벌은 못해도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실제로 회수한 사례는 없다"고 인정하고 "2세대(2G) 종료시점은 아직 확정한 바 없으며 사업자의 이용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2분기 가구당 14만3천원이던 가계통신비가 올해 2분기 14만7천원으로 오른 것은 단말기유통법이 가계통신비 인하나 완화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양희 장관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바랬던 이용자 차별해소 측면에서 단말기유통법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판단한다"고 맞섰다.
그는 "가계통신비가 일부 감소하거나 완만하게 정체 내지 하강인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의 단말 보유 기간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며 전반적으로 단말유통법 때문에 통신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측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당 의원은 "20만원대 제조하는 단말이 90만원대 출고되는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제조사와 이통사가 대리점에 리베이트를 주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만 해결해도 단말기 가격을 최소 10만원을 낮출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제조사와 이통의 리베이트 자료를 제시하며 "어떤 때는 리베이트가 두배로 늘었다가 반으로 줄었다 하면서 국민들은 '호갱(호구 고객)'이 되고 있으며, 적어도 최소한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센터 펀드 조성 43.7%…"창조경제 온기 못 느껴"
현 정부 3년이 지나면서 창조경제 성적표가 국감의 핵심 주제가 되고 있다. 야당 측은 창조경제가 '제2의 4대강'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창조경제의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투자펀드 조성액이 목표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가운데 투자펀드가 없는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제외한 펀드조성 목표 규모는 총 8천174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조성된 펀드규모는 3천575억원으로 43.7%에 불과하다. 16개 센터에 계획된 36개 펀드 가운데 단 한푼도 조성되지 못한 펀드도 15개다.
유 의원은 "현재 펀드 조성액(3천575억원) 중 투자된 금액은 10%에 불과하다"며 "대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펀드는 조성되고 기타 참여 기업은 부진한데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펀드를 조성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현재 전북·광주·충북·부산·경남·전남·제주·세종 등 8개 혁신센터는 아직 단 한 건의 투자도 없었고, 투자를 받은 기업도 92개뿐이다.
이에 대해 최양희 장관은 "펀드조성 목표 기간은 5년인데 지금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44%가 조성됐다"며 "(10%에 불과한 이유는) 즉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망기업 등 대상기업이 발굴됐을 때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통령 의전용 전시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병헌 의원은 일부 창조경제혁신테어의 경우 센터장이 취임하지도 않은 채 대통령이 참석하는 출범식이 열렸고, 5곳(30%)은 출범식 이후 6천5천900만원의 예산들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의 17곳의 혁신센터에 3D프린터, 레이저커터, 3D스캐너 등 10억9천100만원 이상(임대가 제외)의 고가 장비가 갖춰져 있지만 정작 17곳 중 10곳(59%)에서는 기자재를 움직여 시제품을 제작한 건수가 '0'로 확인됐다.
전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실체적인 역할이나 효과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전용 전시장이 아닌가 하는 보여주기용 장소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고 주장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성상훈기자 hnsn@inews24.com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