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 관련 방송법 개정안에 지상파 '반발'

외주제작 관련 방송법 개정안에 지상파 '반발'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과도한 규제로 방송사 제작 능력 저하 걱정"

지난 7월 31일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 외주제작사 측과 지상파 방송사 간 의견 대립이 치열하다.

이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과 관련해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인정 기준 마련 ▲방송사가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을 공급받을 때 적용할 공급 기준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 ▲방송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대상에 외주제작사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일 이경재의원실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외주제작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선 제작사 관계자와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가 참여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제작사 측에선 이 방송법 개정안이 그동안 관행으로 계속돼왔던 불공정거래를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는 입장이고,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사에만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방송법 개정안 작성에 관여한 법무법인 태평양 박지연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불공정거래를 적절히 규제할 수 없다"며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관할 방송법으로 외주제작 프로그램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외주제작사가 참여해야 외주제작 프로그램인지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방송사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한 규제가 될 테고, 방송사와 제작사 간 충돌이 일어났을 때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참여해 사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예고된 입법안 내용이 영국이나 일본 등 외국과 비교해 과도하지 않고, 수준이나 범위가 적절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MBC 저작권부 최진훈 차장은 "이 법안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정책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유례없이 높은 외주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과 특혜성 비대칭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사에 이중으로 규제를 지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규제로 사업 당사자 간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만약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인정 기준까지 방통위가 마련하는 등 질적 규제를 가하겠다면, 40%로 돼 있는 외주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 같은 양적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연 변호사는 "양적 규제 폐지를 전제로 질적 규제를 도입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질적 규제는 양적 규제에 대한 보충적 규제이기 때문에, 적정한 선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주제작사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어느 정도 참여해야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이유가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40% 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규제를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MBC 최진환 차장은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나 방통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목별 외주제작비 산정방법 신고 등 공급기준 놓고도 대립

외주제작 프로그램 공급기준의 조항에 대해서도 지상파 방송사는 반발했다.

이경재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방송사가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공급받을 때 방통위에 신고해야 하는 공급 기준에 ▲외주제작사 선정 절차에 관한 사항 ▲주요 항목별 제작비 산정방법과 지급 시기 및 방법에 관한 사항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판매 수익, 협찬 수익, 간접광고 수익 분배 등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SBS 엄재용 차장은 "지금까지 관행으로 보면, 외주제작 제작비에 대해 세세한 항목을 정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며 "공급기준에 제작비 관련 세세한 항목을 넣게 되면, 계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독립제작사협회를 대표해 나온 이창수 판미디어홀딩스 사장은 "지상파와 외주제작사 간 불공정거래가 계속되고 있으니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취지"라며 "방송사는 규제라는 측면에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주제작 단가를 보면, 방송사 역시 저렴한 가격에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이득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독립제작사 입장에선 방송사가 갑자기 제작비를 20% 넘게 삭감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종속관계 아니냐"고 항변했다.

MBC 편성기획팀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선 갈수록 제작비는 높아지고, 광고 수익은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계속 뺏어가는 게 옳은지, 과연 이 개정안이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김영관 편성평가정책과장은 "외주제작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니, 규제기관으로서 논란이 맞는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항을 만들자는 조치"라며 "공무원이나 의원실에서 법안을 만들 때 누구를 도와주자, 이런 식으로 법안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