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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위의 집' 김윤진이 말하는 #여자영화 #쉬리 #월드스타(인터뷰)


"'쉬리' 한석규·최민식·송강호와 다시 만나고 싶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약해 온 배우 김윤진이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작 환경의 온도차를 언급했다. 주로 뜨거운 모성애를 지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한국의 '여자 영화'들 사이에서 겪었던 고민도 고백했다.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 제작 리드미컬그린, 자이온이엔티)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윤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김윤진 분)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 중 김윤진은 과거의 젊은 미희와 현재 노인이 된 미희의 모습을 모두 연기했다.

미국에서 ABC 드라마 '미스트리스' 시리즈의 카렌 역을 맡아 사랑받았던 김윤진은 그간 드라마의 여러 시즌을 소화하던 통에 한국 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그나마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란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로스트' 덕에 유럽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정도가 됐다는 건 큰 일이지만 할수만 있으면 매년 한국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이 그렇지 않아 아쉽지, 할 수 있으면 매년 하고 싶어요. 욕심일 수 있지만 두 마리 토끼 귀를 꽉 잡고 있고 싶은 마음이죠. 한국 무대를 두고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제 주 무대가, 제 집이 한국이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미국 드라마계와 달리,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에게 신선한 캐릭터를 소화할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지난 10년 간 한국에서 선보였던 영화들에서 대부분 모성애 연기를 펼쳤던 김윤진은 "만약 내게 다른 길(미국 활동)이 없었으면, '왜 난 맨날 모성애만 연기해야 할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미국에서 그런 아쉬움을 너무 많이 해소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아직은 그런 아쉬움이 없다"고 답했다.

"솔직히 모성애라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 많은 사람들이 바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 같거든요. 여성 분들에게 '엄마 이야기 좀 해주세요' 하면 바로 눈동자가 흔들리잖아요. 러닝타임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은 모성애 뿐이라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고 다른 느낌의 모성애를 찾으려 굉장히 애를 쓰는 편이죠."

그러면서도 김윤진은 충무로에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작품들이 턱없이 적은 것에 대해선 솔직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여자 영화, 30대부터 40대의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 중 모성애가 주제가 아닌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이 그렇고, 그 안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진심으로 가수가 되고 싶고(웃음), 두 번째로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진짜 유능한 작가가 돼서 여배우들도 남자 배우들만큼 아주 아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저는 능력이 없으니 현실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죠."

'시간위의 집'을 복귀작으로 택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김윤진은 "이런 캐릭터를 다시는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영화에서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기회라 생각했다. 자주 오는 기회는 절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 기회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되든 아니든, 아니면 멍이 들든, 자신을 던지고 싶었죠."

극장 주 관객층으로 분류되는 20~40대에게, 김윤진은 '쉬리'로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혹은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미국 드라마계에 진출한 실력파로 기억되곤 한다. 김윤진은 "20대 관객 분들은 '쉬리'를 모르실테니, 의외로 저를 생각보다 신선하게 느끼기도 하더라"며 "오래 활동한 것에 비해 아직까지는 질리지 않은 얼굴 같다"고 말한 뒤 웃어보였다.

주연으로 이끌어 갈 작품이 많지 않은 여성 배우로서, '쉬리'를 함께 했던 남성 배우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이 최근까지도 활발히 영화 활동을 이어오는 모습을 볼 때 남다른 감정을 느낄 법도 했다. 김윤진은 "사람이니 부럽기도 하다"며 "다음에는 잘 나가는 남자 배우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쉬리' 때 한석규 선배는 지금의 지드래곤, 유아인, 박보검 같은 느낌이었잖아요.(웃음)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선배와 각각 따로 따로 다른 영화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다시 한 번 함께 연기하고 싶어요. 그 분들을 괴롭히는 아내 역이든, 작은 비중의 배역이든 상관 없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실수 투성이 신인이었을 때 '쉬리'를 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거든요.(웃음) '저 괜찮아졌어요'라고 지금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괴롭히는 아내 역'을 언급하는 그의 눈이 유독 반짝였다. 김윤진은 "악역에 욕심이 난다"며 "꿀밤 하나 먹여주고 싶은 악역, 걸크러시가 느껴지는 악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최민식이 함께 멜로 영화를 해보자고 장난스럽게 제안했다고 알리며 재치있게 답을 마무리했다.

"최민식 선배는 저에게 '윤진아, 우리 멜로 하나 찍자'고 하시기도 했어요. 제가 '나랑 오빠랑 찍으면 아무도 안 봐. 내가 연하의 남자 배우와, 혹은 오빠가 어린 여자 배우와 연기하면 볼 수도 있겠네'라고 말했죠.(웃음)"

자신의 이름을 수식하는 '월드스타'라는 별명에 대해, 김윤진은 크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에이, 말도 안 되죠. 진짜 월드스타는 그런 수식어가 안 붙는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잖아요. 언론에서 진짜 그렇게 되라고 응원해주는 멘트 같아요. 정말 수시로 모자도 쓰지 않고 남편과 마트에 가는데도 알아보지 못하시는데요. 목소리를 들어야 아시더라고요. 그럴 때 '내 목소리가 그렇게 특이한가' 생각해요.(웃음)"

한편 '시간위의 집'은 오는 4월6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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